상단영역

본문영역

'DLF 사태' 초래한 우리·하나은행, 내부통제 기준 엉망이었다

편법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피해자대책위원회 및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들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피해자대책위원회 및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들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지난해 고위험 금융상품인 파생결합증권(DLF)을 출시하고 판매할 때 이를 규율할 내부통제 기준과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상품 출시 담당 부서장이 상품선정위원회 위원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고객이 투자적합 등급으로 나올 때까지 투자성향 분석을 다시 실시하는 등의 편법이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DLF 대규모 손실 사태를 초래한 두 은행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세차례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심의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제재심 심의 내용을 잘 아는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가 10일 밝혔다.

우리은행의 경우, 상품선정위원회의 운영과 의사결정 절차가 내부통제 기준에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위원을 임의로 교체하거나 심지어는 의견을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예컨대, 다른 은행들은 상품선정위원회 위원으로 ‘소비자보호부장’ 등 구체적인 직함을 적시했으나 우리은행은 ‘소비자보호부 1명’ ‘리스크관리부 1명’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해놓았다. 소비자보호부에는 상품 선정 거부권이 있어 이곳의 위원이 반대하면 해당 상품을 출시할 수 없다. 그러나 위원 자격이 모호하면 위원회를 관할하는 상품 출시 담당 부서에서 소비자보호부의 직원 중 친분이 있는 사람을 위원으로 임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실제로 소비자보호부 소속 위원이 DLF 상품을 반대하자 출시 담당 부서장은 소비자보호부 위원을 다른 직원으로 교체했다. 이런 행태는 우리은행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 등으로 확인해 제재심에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또한 리스크 관리 부서에서 상품 출시 의견란에 ‘△’ 표시를 하자, 출시 담당 부서장이 ‘○’ 표시로 바꿔서 통과시킨 일도 벌어졌다. 이런 편법은 상품선정위원회를 실제로 거의 열지 않은 채 위원들의 의견을 서면으로 받아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재심 심의 내용을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은 대부분 위원회를 열어 출석, 의견 개진, 합의 등 단계별로 위원들의 서명을 받도록 하는데, 우리은행은 관련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파생결합펀드(DLF) 종합대책 이행 협조' 관련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파생결합펀드(DLF) 종합대책 이행 협조' 관련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나은행은 상품 판매에 관한 내부통제 기준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 성향분석 기준이 미비해 고객의 투자성향 등급을 임의로 높이거나, 몇년 전 투자성향 자료를 가져다 쓰는 경우도 벌어졌다. 고위험 상품을 팔 때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파악해 투자에 적합한 등급이 나와야 판매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은행의 한 판매직원은 고객의 투자성향이 ‘안정형’으로 나오자, ‘공격투자형’으로 나올 때까지 10분 동안 5~6차례나 테스트를 반복해 상품을 판 경우까지 생겼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다른 은행들은 ‘투자자성향 재분석’을 아예 못 하도록 하거나 횟수를 2차례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하나은행에 이런 규정은 없었다.

이런 행태는 은행의 상품 출시·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기준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의 중징계 처분에 대해 사실상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앞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경우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은행장에게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가 부여돼 있으나 손 회장이 이를 실효성 있게 마련하지 못한 점을 들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결정을 내렸으며,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를 거쳐 다음달 초 이를 통보하면 공식 효력이 발생해 손 회장은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쪽은 “관련한 내부통제 기준이 마련돼 있으며, 다만 모든 사항을 다 언급해 놓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경제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DLF #하나은행 #우리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