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내 살해한 치매 노인에게 이례적으로 집행유예 선고된 이유 (사진)

"치료가 필요한 피고인에게 처벌을 해 형사재판 절차가 ‘효용이 없는 처벌’이 되는 현상을 막고자 했다"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치매 노인이 병원 치료 등을 전제로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치매 환자에게 처벌이 아닌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치료적 사법’이 적용된 첫 판결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68)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 판결로 이씨가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은 아니며, 집행유예 기간 보호관찰을 받으면서 치료를 이어나가라고 명령했다. 주거는 치매 전문병원으로 제한됐다.

이씨의 항소심 선고는 그가 입원해 있는 경기 고양시 한 병원의 병동에서 진행됐다. 법정이 아닌 병원에서 선고가 진행되는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병원에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모씨의 선고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병원에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모씨의 선고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 법원기자단 제공

재판부는 ”피고인이 계속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범행 당시 이씨는 치매 등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 이러한 상태는 범행 후 더 나빠져 구치소를 찾아온 딸에게 ”왜 엄마와 같이 오지 않았냐”고 묻는 등 중증의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자녀들은 이씨의 선처를 바라면서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적극 탄원했으며 결국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치료가 필요한 피고인에게 처벌을 해 형사재판 절차가 ‘효용이 없는 처벌’이 되는 현상을 막고자 했다”며 ”형사사법이 범죄자와 피해자에게 치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념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변호인은 이날 선고에 대해 ”법원과 검찰, 피고인의 가족들 그리고 치료병원의 적극적 협조와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던 전향적 판례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치료법원과 같은 제도가 정비돼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노인 #집행유예 #치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