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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와 '기생충' 팀이 오스카 4관왕 이후 얻을 수 있는 것들

영화 속 피자집까지 '기생충'의 영향을 받고 있다.

  • 라효진
  • 입력 2020.02.11 17:21
  • 수정 2020.02.11 17:23
New Cumberland, PA, USA - February 3, 2015 : Illustrative editorial showing the Academy Awards statue known as Oscar with an old time movie reel on the iconic red carpet
New Cumberland, PA, USA - February 3, 2015 : Illustrative editorial showing the Academy Awards statue known as Oscar with an old time movie reel on the iconic red carpet ⓒkarenfoleyphotography via Getty Images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받은 오스카 트로피 4개에는 분명 숫자의 논리로만 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한국 영화사 101주년을 기념하듯 한국 자본으로 만든 한국 영화가 콧대 높은 미국 영화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탔다. 특히 비영어권 영화로서는 장편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탄 첫 번째 작품으로 기네스에도 등재됐다. 봉 감독이 아카데미 각본상 트로피를 꼭 쥔 채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 국가대표처럼 쓰는 건 아니지만, 이건 한국이 처음 탄 상”이라고 했던 순간의 감동을 전 세계 한국인들은 ‘국뽕’에 가득 차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오스카 트로피의 영광과 함께 따라오는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봉준호가 드높인 그 자신과 한국 영화계의 위상이 거대한 경제 효과를 낳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시상식 직후의 변화

일례로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기생충’ 관련주들이 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계열사 바른손, CJ ENM의 주가가 눈에 띄게 뛰었다. 또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기생충‘의 북미 배급권을 갖고 있는 네온은 오스카 4관왕 등극 이후 영화의 현지 개봉관을 두 배로 늘렸다. ‘기생충’의 배경인 서울시도 신이 나 촬영지들을 관광코스로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는 영화에 나왔던 피자집에도 손님들이 몰리고 취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마당이다. 해당 피자집 사장은 국민일보에 국내외 손님들이 ‘기생충’ 촬영지 맞냐며 방문 중이라며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가 아니라 장사가 여전히 어렵지만 영화를 보고 찾아오는 관객들 덕에 조금 나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Bong Joon Ho poses with the Oscars for 'Parasite' at the Governors Ball following the 92nd Academy Awards in Los Angeles, California, U.S., February 9, 2020. REUTERS/Eric Gaillard     TPX IMAGES OF THE DAY
Bong Joon Ho poses with the Oscars for "Parasite" at the Governors Ball following the 92nd Academy Awards in Los Angeles, California, U.S., February 9, 2020. REUTERS/Eric Gaillard TPX IMAGES OF THE DAY ⓒEric Gaillard / Reuters

봉준호 감독의 위치는?

봉 감독은 오스카 트로피 네 개의 소유자가 됐지만, 이에 따라 아카데미 측으로부터 받는 보상은 없다. 상금이 0원이기 때문이다. 다만 2000년부터 20년 동안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감독상, 남녀 주조연상) 최종 후보들에게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회사 Distinctive Assets가 나눠 주는 ‘오스카 선물 가방‘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오스카 선물 가방’ 안에 든 서비스와 물품 총액은 22만5000달러(약 2억6600만원)에 달한다. 호화 크루즈 여행부터 맞춤 브래지어까지, 그 목록도 매우 다양하다.

봉 감독과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들의 몸값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전후로 크게 나뉠 전망이다. 이안 감독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후의 보수가 ‘와호장룡’ 당시와 비교해 60배 올랐다는 설도 돈다. 특히 배우의 경우 이런저런 분석들이 나오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배우들이 아카데미상을 탄 후 다음 작품을 할 때의 보수가 최소 20% 상승했다고 마켓워치 등 현지 경제 언론들은 언급했다. 오스카 최종 후보로 지명될 정도의 감독이나 배우라면 이미 보수가 절정에 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평균치가 ‘기생충’ 팀에게도 적용될 지는 모를 일이다. 개런티 30배 증가는 물론 명성까지 얻은 배우들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젠더 격차가 있다. 남자 배우는 수상 이후 평균 390만 달러의 보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여자 배우의 경우 받던 개런티에 50만 달러 정도를 추가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아카데미상 수상이 무조건 높은 보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예로 2017년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개런티를 받은 남자 배우-여자 배우’ 20인 가운데 오스카 트로피 보유자는 단 2명 뿐이었다.

그렇다면 흥행 수익 면에서 오스카 트로피의 획득 여부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날 즈음에는 영화도 극장에서 내려갈 시즌이라며 오히려 칸 영화제나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직접적 흥행 수익을 움직인다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반면 인디펜던트는 아카데미 후보 지명 후 수입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는 영화 ‘그녀’ 등을 언급하며 흥행에는 노미네이트 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북미 개봉관을 두배로 늘린 터라 수상이 흥행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주말 동안 1060개의 극장에서 160만 달러를 벌어 들이며 북미 흥행 누적 수익을 3550만달러로 끌어 올렸다. 또 시상식 전주부터 DVD 및 VOD를 풀었는데, 현지 관련 차트 진입 성적이 외국어 영화 가운데 역대 4위다.

 

Bong Joon Ho poses with the Oscars for 'Parasite' at the Governors Ball following the 92nd Academy Awards in Los Angeles, California, U.S., February 9, 2020. REUTERS/Eric Gaillard     TPX IMAGES OF THE DAY
Bong Joon Ho poses with the Oscars for "Parasite" at the Governors Ball following the 92nd Academy Awards in Los Angeles, California, U.S., February 9, 2020. REUTERS/Eric Gaillard TPX IMAGES OF THE DAY ⓒEric Gaillard / Reuters

번외. 만에 하나 봉준호가 오스카 트로피를 팔려고 한다면?

전 세계 언론들이 오스카 트로피의 경제적 가치를 따지면서도 종국에 하는 말은 ‘이력서에 넣을 한 줄로서의 가치가 훨씬 크다’다.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 더 화려한 미래로 가는 디딤돌이 오스카 트로피의 진정한 가치라는 것이다. 언급했듯 오스카 트로피를 받는다고 상금이 주어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트로피 자체의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청동 위 24K 도금을 씌워 만든 트로피는 무게에 따라 400~900달러 선에서 값을 측정할 수는 있겠다.

만약 수상한 오스카 트로피를 경매에라도 부치려면 어떻게 될까. 2011년 이랜드그룹은 영화감독 오손 웰즈가 영화 ‘시민 케인’으로 1942년에 수상한 오스카 트로피를 약 10억원에 낙찰받아 화제가 됐다. 그럼 트로피를 비싼 가격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걸까?

이는 1950년 이전 시상된 트로피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1950년 이후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오스카 트로피의 매매에 강력한 제동을 거는 규칙을 두고 있다. 수상자가 받는 모든 트로피는 대여 형식으로, 먼저 시상식 측에 “1달러에 팔 테니까 살래?”라는 제안을 해야만 한다. 이는 수상 전 동의를 받는 사항이다. 즉, 몰래 팔려면 고물상에 가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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