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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기온이 역대 최고치인 18.3도를 찍었다

과학자들은 남극의 급격한 온난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02.10 11:16

지구에서 가장 춥고 가장 많은 얼음으로 가득한 지역인 남극에서 역대 최고치인 섭씨 18.3도의 기온이 관측됐다. 5년도 채 되지 않아 기존 최고기록을 1도 가까이 경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전체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 지역에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기상청은 남극 대륙의 남극반도에 위치한 에스페란자 연구소에서 6일 섭씨 18.3도의 기온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61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이전 최고기록은 2015년 3월24일에 기록된 17.5도였다. 

여름의 끝을 향해하고 있는 남극의 이날 기온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국 시애틀의 한 지역신문은 ‘으스스한 비와 추위를 피하고 싶으면 따뜻하고 건조한 남극으로 가도 될 뻔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이번 관측 결과를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태껏 우리가 봐왔던 모든 것들은 (이번 관측 결과가)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게 WMO의 설명이다.

WMO는 이번에 관측된 기온에 영향을 미친 기상학적 요인들을 살펴볼 계획이다. 조사위원 랜달 처비니는 바람이 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일시적으로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는 ‘푄 현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일시적 기상현상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 WMO는 남아메리카 대륙과 가까운 남극반도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지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50년 동안 거의 3도 가까이 올랐다는 것. ”남극에서 연간 녹아내린 빙하의 양은 1979년부터 2017년까지 최소 6배 증가했다.” 

호주보다 약 두 배 큰 남극대륙은 두께가 최대 4.8km에 달하는 거대한 빙하를 이루고 있다. 모두 녹을 경우 지구의 해수면이 60미터 상승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연간 평균기온은 영하 10도~영하 60도 사이에서 형성된다. 

View of the Argentinian Esperanza military base from the Brazilian Navy's Oceanographic Ship Ary Rongel in Antarctica on March 5, 2014.    AFP PHOTO /VANDERLEI ALMEIDA        (Photo credit should read VANDERLEI ALMEIDA/AFP via Getty Images)
View of the Argentinian Esperanza military base from the Brazilian Navy's Oceanographic Ship Ary Rongel in Antarctica on March 5, 2014. AFP PHOTO /VANDERLEI ALMEIDA (Photo credit should read VANDERLEI ALMEIDA/AFP via Getty Images) ⓒVANDERLEI ALMEIDA via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남극의 온난화 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빠르다는 점을 우려한다.

호주 빅토리아대학교의 기상과학자 제임스 렌윅 교수는 ”이전 최고기록이 세워진 지 5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1도 가까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이번 기록은 눈에 띈다”고 가디언 호주판에 말했다. ”그곳의 온난화가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다.”

남극반도의 제임스로스섬에서 연구 활동을 벌여온 호주국립대의 기상과학자 네릴리 아브람 교수는 ”이 지역은 매우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조금만 기온이 올라도 빙하가 녹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 그 결과 반도를 따라 빙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WMO는 지난 50년 동안 남극반도 서쪽 해안가 빙하의 87%가 후퇴했으며 특히 최근 12년 동안 그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 관측위성 ‘센티널-1’의 위성 사진에 따르면 지난 며칠 동안 파인섬 빙하의 균열은 급격히 커져왔다고 WMO는 밝혔다. 2019년 초에 처음 목격됐던 두 개의 거대한 균열이 약 20km 길이로 급격히 커졌다는 것.

2020년 2월2일과 5일에 찍힌 센티널1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남극 파인섬 빙하의 균열이 지난 며칠 동안 빠르게 커져왔다. 이 빙하는 빠르게 얼음이 녹고 있으며 지난 25년 동안 빙하 분리 현상이 잇따랐다. 

 

미국 컬럼비아대 모린 레이모 교수는 온난화와 빙하를 각각 오븐 예열과 냉동 라자냐에 빗대 설명하며 ”지금은 (오븐에 넣기도 전에) 냉동 라자냐가 해동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전조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가 목격해왔던 것(기온 상승 추세)과 정확히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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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환경 #지구온난화 #남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