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디터의 신혼일기] 엄마아빠도 내 상견례는 처음이야

네이트 판 같은 곳에 보면 상견례 후에 파토났다는 예비 부부가 얼마나 많은가?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상견례 장면. 물론 이런 막장 상견례는 하면 안되겠죠?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상견례 장면. 물론 이런 막장 상견례는 하면 안되겠죠?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며칠 전, 얼마 후 결혼하는 친구 J네 커플과 더블 데이트를 했다. 마주앉아 불타는 곱창을 먹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이 예비 부부는 결혼 1년차 부부에게 지난 주 있었던 상견례 얘기를 꺼냈다.

“생각보단 괜찮았는데, 근데 뭐 그렇게 활발한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어떻게든 됐어. 너도 알다시피 우리 아빠 완전 말 없는 스타일이잖아.”

우리 부부의 상견례 때가 생각났다. 그때 첫째인 나는 “완전 어색할 거 같아… 걱정돼…”라고 있는 걱정 없는 걱정을 다 했고, 이미 누나의 상견례를 다녀와본 적 있던 남편은 비교적 태평했다. “상견례는 원래 그래. 엄청 어색하게 서로 그냥 ‘허허~ 딸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셨군요~’ ‘아이구, 우리 애가 아직 부족합니다~’ 이런 허례허식적인 이야기나 주고받으면서 시간 때우는 거라고.”

이미 한 번 이상씩 양가 부모님을 각각 찾아뵌 바 있었기에, 내가 예비 시부모님을 만나는 게 어렵거나 하진 않았지만 나의 부모님과 예비 시부모님이 만난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네이트 판 같은 곳에 보면 상견례 후에 파토났다는 예비 부부가 얼마나 많은가? 그것이 진실인지 여부는 덮어놓고, 도시괴담처럼 떠도는 그런 이야기들은 예비부부에게 불안감을 주기 충분했다.

상견례에서 이런 눈빛을 주고받으면 너무 무서울 거 아냐

다행히 상견례는 무사히 끝났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예정했던 시간보다 몇 시간을 초과하기까지 했다.

“저희도 나쁘진 않았는데, 어색한 순간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갑자기 저희 아버지가 ‘우리 아들이 키가 작아가지고 죄송하다’고 하셨는데, 진짜 갑분싸도 그런 갑분싸가 없었어요.”

J의 예비 남편이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하긴 정말 그런 건 난감하다. 사돈 될 입장에서 “그러게요, 아드님이 정말 너무 작아요”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닙니다. 그 정도면 작은 편이 아니죠” 이렇게 답변하기엔 진짜 작은 편인 건 사실이니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의 아버지 역시 뜬금없이 상견례 당시 자기고백(?)을 했다. 어머니께서 “결혼생활을 30년 가까이 해 보니까, 그 무엇보다도 결혼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씀하셨는데, 갑자기 가만히 있던 아버지가 한 3초쯤 뒤에 어머니의 손을 잡으면서

“내가… 그런 의지를 갖게 해서 미안해.”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어머니께서 “우리 집은 제사 자체도 몇 번 없고, 음식 전부 사서 하고, 명절에도 당일 아침만 오면 된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시자 나의 아버지가 너무나 안도의 해맑은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기가 찼다.

“제사는 반드시 다 지내야 하고, 제사 음식은 무조건 손으로 만들어야 정성이 깃드는 거라고 절대 못 사게 하시던 분이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그 말에 어머니가 빵 터졌고, 아버지는 시아버지를 향해 SOS를 치듯 “예전에는 사서 음식을 하면 안 좋게 생각했었으니까요. 안 그렇습니까?”라고 물었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약간 융통성 없는 스타일로, 그 SOS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셨다. 시아버지께서는 “아유, 요즘 세상에 그러면 큰일나죠. 그리고 만두나 전 같 건 집에서 만들면 맛이 없잖아요”라며 ”그 XX만두라고 별로 유명하진 않은 브랜드인데, 가격도 저렴한데 그게 명절에 국 만들면 딱입니다. 집에서 만들면 비효율적이지요”라고 전문지식을 뽐내신 탓에 좌중을 폭소케 했다. 다시 회상해 보니 여러모로 가부장(=나의 아버지)의 패배를 상징하는, 21세기 스타일 상견례였네.

“뭐, 엄마아빠도 우리 상견례는 처음이니까 그렇겠죠? 저희 부모님은 누나를 시집 보내면서 상견례 나가 보셨지만 또 이게 딸 상견례랑 아들 상견례는 또 다르니까요.”

신랑이 이렇게 정리했다. 그렇다. 재혼은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모두 초혼인 상태라면 부모님들에게도 상견례는 인생 처음 겪는 일이다. 당연히 어색하고 민망할 수밖에 없는 자리인 셈이다. 그러니까 어색하고 민망할까봐 두려워하지 말고, 애초에 그럴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만난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에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래도 어색함과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 건 다르긴 하다. 그런 불상사를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갑작스러운 자식 비하나 지난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는 고백은 피해주시는 것이 좋겠다. 여러분의 상견례 에피소드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