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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 남은 동물들의 식사를 챙기는 우한 사람들의 이야기

춘절 전 500만명이 도시를 떠났다

  • 박수진
  • 입력 2020.02.04 17:49
  • 수정 2020.02.04 17:58
A man cross an empty highway road on February 3, 2020 in Wuhan, Hubei province, China. 
A man cross an empty highway road on February 3, 2020 in Wuhan, Hubei province, China.  ⓒStringer via Getty Images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도시가 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사람들에 의지해 살아온 작은 생명들을 챙기는 이들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로 확인된 우한시는 하필 중국 최대 명절, 춘절 연휴가 시작하기 직전인 1월 23일 봉쇄됐다. 긴급하게 봉쇄 결정이 내려진 탓에, 짧은 일정을 예상하고 반려동물들을 남겨둔 채 집을 떠났던 시민들은 거의 2주째 동물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 하고 있다. 로이터는 3일, 빈 집을 돌며 이런 동물들을 돕는 일을 최초로 시작한 한 시민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Cleaners wash the street with a high-pressure water gun on February 3, 2020 in Wuhan, Hubei province, China. 
Cleaners wash the street with a high-pressure water gun on February 3, 2020 in Wuhan, Hubei province, China.  ⓒStringer via Getty Images

‘라오 마오‘라는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이 시민은 지난 1월 30일, 열흘 넘게 집에 갇힌 채 굶주려 있던 고양이 두 마리를 돕는 것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가명을 쓰는 건 가족들이 자기가 우한시에 있다는 걸 모르게 하기 위해서다. 소파 밑에 쭈그린 채 겨우 숨만 붙어있던 고양이들을 발견한 ‘라오’는 음식을 준 후 주인 가족에게 화상 전화를 걸어 이들의 안부를 전했다. 이 가족은 3일짜리 여행을 떠났다가 후베이성에 돌아오지 못 하고 있었다. 

라오의 뜻에 공감한 우한 내 봉사자들은 이제 소셜미디어로 돌봄 요청을 받아 빈 집들을 방문하고 있다. 첫 사례처럼 다른 도시나 나라에서 발이 묶인 경우도 있고, 증상 때문에 의료시설에 격리돼 집에 못 오는 경우도 있다. 우한시의 발표에 따르면 춘절 연휴 이전에 우한을 떠난 거주자는 500만명 정도나 된다. 이 숫자를 근거로, 라오는 빈 집에 남은 반려동물들이 최대 5만 마리 정도는 될 거라고 추측한다. 라오와 봉사자들은 ‘전화가 너무 와서 잠도 거의 못 잘 지경’이라고 말한다.

An aerial view of the city skyline is seen on February 3, 2020 in Wuhan, Hubei province, China.
An aerial view of the city skyline is seen on February 3, 2020 in Wuhan, Hubei province, China. ⓒStringer via Getty Images

 AFP는 웨이보에 ”우한에 남은 동물들을 구하자”는 해시태그가 등장했으며, 매신저앱을 통해 자신의 반려동물을 돌봐달라는 요청 글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신저앱 QQ에 개설된 우한 지역 동물보호단체 ‘武汉市小动物保护协会(Wuhan Small Animal Protection Association)’ 그룹에는 2000명이 가입해 있다. 호소 글을 올리면 그 집을 방문할 수 있는 우한 내 체류자가 댓글을 달아 서로 연락하는 식이다. AFP는 ‘미처 동면에 못 들어간 새끼 반려뱀이 너무 걱정된다’는 등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우한시와 마찬가지로 지난 3일 봉쇄된 저장성 원저우시의 시민들도 서로 동물을 돌봐주겠다거나,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개와 고양이를 비롯해 소, 말, 타조 등 농장 동물들까지 돌본 나오토 마츠무라씨 등, 사람들이 경황 없이 살던 곳을 떠난 재난 도시에서 남겨진 동물들을 돌본 이야기들은 이전에도 몇 차례 알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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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반려동물 #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