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민주당의 첫 번째 대선후보 경선에서 투표집계 시스템 오류로 결과 발표가 연기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혼돈 속에 막을 올린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경선이 실시되는 아이오와 코커스는 경선 레이스의 최대 이벤트 중 하나다. 아이오와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최종으로 승리해 대선후보로 선출된 사례가 최근 9번 중 7번이나 되는 탓에 ‘대선 풍향계’로도 불린다.
올해 경선 레이스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는 후보 없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이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같은 후보들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의 아이오와 코커스는 혼란스러운 경선 레이스 판도를 가늠할 첫 번째 기회였다. 언론과 지지자들, 후보들이 이날 저녁 발표될 경선 투표 결과를 손꼽아 기다린 이유다.
그러나 투표가 모두 종료된 지 몇 시간이 흘렀으나 투표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후보들과 지지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자정쯤이 되자 후보들이 하나둘씩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결과도 모른 채 어색한 연설을 했다.
민주당은 1차 투표 결과와 2차 투표 결과, 후보별 대의원 득표수 등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소속 선거구에서 15% 이하의 표를 받은 후보에 투표한 대의원들은 2차 투표에서 15%가 넘는 다른 후보를 찍어야 하며, 민주당은 그 결과를 합산해 최송 결과를 도출한다.
민주당 아이오와주 위원장 트로이 프라이스는 새벽 1시쯤 짧은 언론 브리핑을 갖고 결과가 다음날(4일)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가 단순한 오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킹이나 (시스템) 침입 때문이 아니라 집계상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을 앞두고 새로운 득표 집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동안은 각 후보자들의 총 득표수만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후보별 1라운드와 2라운드 득표수를 모두 공개하기로 한 것. 득표 집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앱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각 후보 측은 일제히 불만을 토로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날 승리하는 후보는 초반 경선 레이스를 주도할 동력을 얻었겠지만, 이번 사태로 어느 정도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고, 경선 결과보다는 허술한 경선 관리 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다.
워렌 선거캠프의 로저 라우는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매 초가 흐를 때마다” 이날 경선 결과에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부티지지 측은 누가 승리하더라도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불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