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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들이 주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무증상 감염' 사례 : 독일

일각에서는 '잠복기'와 '잠재기간'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허완
  • 입력 2020.02.03 17:41
Bavarian state minister for health and nursing Melanie Huml, center, and President of the Bavarian state office for health and food safety Dr. Andreas Zapf brief the media during a news conference, Munich, Germany, Tuesday, Jan. 28, 2020. Germany has declared its first confirmed case of the deadly coronavirus that broke out in China. (AP Photo/Matthias Schrader)
Bavarian state minister for health and nursing Melanie Huml, center, and President of the Bavarian state office for health and food safety Dr. Andreas Zapf brief the media during a news conference, Munich, Germany, Tuesday, Jan. 28, 2020. Germany has declared its first confirmed case of the deadly coronavirus that broke out in China. (AP Photo/Matthias Schrader) ⓒASSOCIATED PRES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계속되는 지금, 전 세계 방역당국은 ‘무증상 감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이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다.

통상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날 때부터 전파력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증상이 없는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방역은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최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는 독일 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의 감염 사례를 연구한 독일 연구진의 보고서가 게재됐다.

The Schwabing hospital in Munich, southern Germany, where Germany's first confirmed coronavirus patient is treated, is pictured on January 28, 2020. (Photo by CHRISTOF STACHE/AFP via Getty Images)
The Schwabing hospital in Munich, southern Germany, where Germany's first confirmed coronavirus patient is treated, is pictured on January 28, 2020. (Photo by CHRISTOF STACHE/AFP via Getty Images) ⓒCHRISTOF STACHE via Getty Images

 

이 연구에 따르면, 평소 별다른 건강상 문제가 없었던 33세 독일인 남성(1번 환자)은 1월24일 인후통과 오한, 근육통 같은 증세를 보였다. 다음날에는 39.1도에 달하는 고열과 기침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그는 주말 동안 휴식을 취했다.

일요일(26일) 저녁이 되자 증세가 호전된 탓에 그는 다음날 뮌헨 인근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회사 ‘웨바스토’에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다. 

그런데 같은 날, 그는 1주일 전 회사 비즈니스 미팅에서 만났던 같은 회사 중국인 직원 A씨(여성)가 귀국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28 January 2020, Bavaria, Stockdorf: The main building of the Webasto company. In Germany, an infection with the novel coronavirus has been confirmed for the first time. (Photo by Peter Kneffel/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28 January 2020, Bavaria, Stockdorf: The main building of the Webasto company. In Germany, an infection with the novel coronavirus has been confirmed for the first time. (Photo by Peter Kneffel/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그는 A씨와 1월20일과 21일에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19일부터 22일까지 독일에 체류했다. 독일로 출장을 떠나기 전인 1월16일부터는 주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모처럼 우한에서 온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A씨가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A씨는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1월26일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A씨가 곧바로 이 사실을 독일 사무실에 알린 덕분에 1번 환자는 곧바로 뮌헨대 전염병열대의학과로 보내졌다. 검사 당시에는 열도 없고 특별한 증상이 없었으나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다음날인 28일에는 동료 직원 세 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이미 경미하지만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한 명(2번 환자)은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A씨와 직접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고, 나머지 두 명은 1번 환자에게 아직 증상이 없었던 시기(1월20일~24일)에 그와 수 차례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A씨와 1번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를 거치는 동안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증상자를 중심으로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예측해왔던 기존의 대응방식을 재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국내 보건당국은 일단 ‘잠복기 감염’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는 무증상·경증 환자에서 전파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잠복기 상태에서 (타인에게) 감염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잠복기’로 흔히 통칭되는 용어 때문에 혼란이 빚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욱 단국대 의대교수(예방의학 전문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잠복기와 잠재기간”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단계를 흔히 ‘잠복기(incubation period)’로 부른다. 그런데 이와 비슷하게 ‘잠재기간(latent period)’으로 정의되는 시기가 있다. 증상도 없고, 바이러스 전파력도 없는 시기다.

보통은 잠복기가 잠재기간보다 짧은 경우가 많아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바이러스 전파력이 생긴다.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는 감염이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잠재기간(Latent)이 잠복기(Incubation)보다 짧은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잠재기간(Latent)이 잠복기(Incubation)보다 짧은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Nature

 

그러나 네이처지에 실린 구제역 바이러스 관련 논문에 묘사된 위의 그림처럼, 이와는 반대로 잠재기간이 더 짧은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 중임에도 이미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전염기간(infectious period)‘에 들어서는 것이다. ‘무증상 감염기(subclinical infectious period)’다. 

요약하면, 똑같은 잠복기라도 누구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잠복기에는 감염이 안 된다’는 보건당국의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중국에서 권위를 인정 받는 폐호흡기질환 전문가 중난산은 2일 ″흔하지는 않지만 (증상 없이도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가 있다”며 ”이 문제가 진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알러지감염병연구소 소장 앤서니 파우치는 ”(독일 연구진의) 이 보고서를 읽고 나면 무증상 감염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의문을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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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