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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친환경적이고 가벼운' 종이로 가구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사진)

해외에서는 이미 종이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가 최근 출시한 종이가방을 들고 있다.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가 최근 출시한 종이가방을 들고 있다. ⓒ한겨레

엄지로 꾹 눌러봤지만 멀쩡했다. 종이로 만들었다는 가방 겸 노트북 거치대였다. ‘어라?’ 싶은 마음에 좀 더 힘을 실어 눌렀지만 찌그러지지 않았다.

“단단하죠?” 박대희(34) 페이퍼팝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종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고급소재예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소셜허브벤처센터에서 만난 박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 9월, 2020년 도쿄올림픽 선수들이 사용할 침대로 ‘골판지 침대’가 공개됐을 때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싸구려 소재를 쓴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만든 구조를 봤을 때 그 침대는 절대 싸지 않다”며 “단가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플라스틱이나 철을 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이상자 생산업체에 4년을 다니고, 수년 동안 종이로 직접 책장·의자·침대 등을 제작해왔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2012년 설립된 페이퍼팝은 종이가구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대학에서는 지금 일과는 거리가 있는 미디어 영상을 전공했다. 2009년 군 전역 후 종이상자 생산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아예 업으로 삼았다. 델리만쥬 포장상자 등 주로 식품류 포장상자 생산을 담당했다. 일하면서 본 종이는 “한 번 쓰고 버려지기엔 너무 아까운 소재”였다.

‘종이를 잘 활용하면 포장상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상품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던 차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대피소에서 쓰이던 종이침대를 접했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1인가구를 대상으로 가볍고 버리기 쉬운 종이가구를 팔면 되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최대 300kg까지 견딜 수 있다는 페이퍼팝의 종이침대 무게는 10kg 정도다.

 

종이로 만든 가구는 일반적인 가구보다 친환경적이다. 흔히 쓰이는 ‘엠디에프(MDF)’나 ‘피비(PB)’ 소재 가구는 나무 부스러기와 접착제를 섞어 만든 탓에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수밖에 없다. 소각 과정에선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현재 서울·경기·인천의 폐기물이 매립되는 수도권 매립지는 예측보다 폐기물이 더 많이 쏟아져 포화 시점도 앞당겨지고 있다.

창업할 때부터 ‘자원선순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한 건 아니었지만, ‘소셜벤처’라는 개념을 접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사회적 가치를 지닌 기업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 대표는 “2018년부터는 사회적 가치 추구에 맞지 않는 제품들은 생산을 안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종이에 코팅하거나 색깔을 넣고, 접착제를 사용했다면 2년 전부터는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공하게 되면 아무래도 재활용률이 떨어져서다.

 

보다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디자인하기 위해 연구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박 대표는 “버는 족족 연구 개발 쪽에 돈을 쏟다 보니 돈을 못 번다”고도 했다. 현재 그는 3건의 특허권과 4건의 실용신안·디자인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종이가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지만, 해외에서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가구제작업체 이케아도 종이가구 제작에 뛰어드는 한편, 올해 열린 ‘2020 시이에스(CES)’에서는 제품포장 상자를 소형가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삼성전자가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페이퍼팝은 지난해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0억원이 목표다. 박 대표는 “중국에서는 우리 회사 복제품도 팔리고 있다. 제일 좋은 건 어떤 소재든 가구를 사서 10년, 20년을 쓰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나 앞으로 지속가능한 제품들을 더 만들어 지구를 더 깨끗하게 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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