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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으면 흰머리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생쥐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Ian Thuillier Photography via Getty Images

흰 머리카락은 대표적인 노화 현상의 하나로 꼽힌다. 나이가 들면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 모낭 속 세포의 기능이 줄거나 감소하기 때문이다. 흰머리카락은 대개 옆머리에서 시작해 뒷머리를 거쳐 정수리쪽으로 퍼져 나간다. 때로는 특정 질환으로 인해 흰머리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노화나 건강상 문제가 없는데도 자꾸만 늘어나는 사람이 있다. 원인이 뭘까? 시중의 속설 가운데 하나가 스트레스 책임론이다. 흔히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흰머리도 이 범주에 들어간 셈이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던지 프랑스 대혁명으로 쫓겨난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속설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생쥐 실험 결과,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자극해 멜라닌세포의 줄기세포 감소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흰머리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닌세포는 검은색, 갈색 등의 색소를 만드는 세포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흰머리카락 급증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그 메카니즘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흰머리카락 증가는 멜라닌 세포 감소 때문인데, 이번 연구는 쥐 실험을 통해 그 과정에 스트레스가 개입돼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면역 공격이나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코티솔) 때문이라는 이전의 이론과는 다른 결론이다. 연구진도 처음엔 면역 공격과 코티솔 분비가 원인일 것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면역세포가 부족한 쥐나 코티솔을 분비하지 못하는 쥐에서도 흰머리카락이 생겨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 가정을 포기했다.

멜라닌 줄기세포(노란색)와 이를 에워싸고 있는 교감신경(자주색). 네이처 제공
멜라닌 줄기세포(노란색)와 이를 에워싸고 있는 교감신경(자주색). 네이처 제공

연구진은 쥐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매운맛으로 잘 알려진 캡사이신 계통의 물질을 주입했다. 그러자 곧바로 쥐의 멜라닌 줄기세포 수가 감소하고, 모발 색깔이 빠른 속도로 변해갔다. 연구진은 ”불과 5일만에 모든 색소 재생 줄기세포가 사라졌다. 줄기세포가 사라지면 더는 색소를 재생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그 과정은 이랬다. 우선 스트레스는 쥐의 자율신경인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켰다. 활성화한 교감신경은 노르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했다. 가까이 있는 멜라닌 줄기세포가 이 물질을 흡수했다. 노르아드레날린은 멜라닌 줄기세포의 세포 분열을 유도하는 물질이다. 증식한 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 바뀌어 색소 공급원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연구진은 이와 반대로 줄기세포의 증식을 차단하면 멜라닌 줄기세포도 감소하지 않고 흰머리가 늘어나지도 않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가 흰머리카락을 늘리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걸 보여준 최초의 본격 연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신체의 다른 부위에 대한 스트레스의 영향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머리카락을 희게 하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하자. 이번 연구 내용은 ‘네이처’ 1월22일치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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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흰머리 #백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