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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들이 겪고 있는 트럼프 탄핵재판의 어려움 : 휴대폰 반입 금지

발언이나 대화도 금지된 탓에 대학교 강의실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 허완
  • 입력 2020.01.23 16:20
In this image from video, Senators vote on approving the rules for the impeachment trial against President Donald Trump in the Senate at the U.S. Capitol in Washington, Wednesday, Jan. 22, 2020. Senate resolution 483 passed along a party-line vote of 53-47. (Senate Television via AP)
In this image from video, Senators vote on approving the rules for the impeachment trial against President Donald Trump in the Senate at the U.S. Capitol in Washington, Wednesday, Jan. 22, 2020. Senate resolution 483 passed along a party-line vote of 53-47. (Senate Television via AP) ⓒASSOCIATED PRESS

워싱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 탄핵재판이 시작된 지 몇 시간이 흘렀을 때, 에이미 클로버샤(민주당, 미네소타) 상원의원은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바깥 세계와의 통로인 전자기기들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채 매시간 상원 회의장에 앉아있으려면 적응이 필요하긴 했다. 더구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를 한창 벌이고 있는 와중이라면 더욱 그랬을 법하다. 그러나 그는 탄핵재판이 진행되는 회의장에 휴대폰 반입을 금지한 건 아마도 최선의 결정일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21일 오후 클로버샤가 ‘디지털 디톡스’ 경험에 대해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을 거다. 실제로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자 클로버샤 의원은 (몇 시간째 회의장에서 버티고 앉아있던 다른 상원의원들처럼)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허프포스트는 이날 늦은 저녁 전자기기를 움켜 쥔 채 회의장 바깥에 위치한 민주당 의원휴게실로 들어가는 클로버샤 의원을 목격했다.

UNITED STATES - JANUARY 21: A storage unit for phone stands next to the entrance of the Senate chamber on Tuesday, Jan. 21, 2020. Electronic devices are not allowed in the chamber for the Senate impeachment trial. (Photo By Bill Clark/CQ-Roll Call, Inc via Getty Images)
UNITED STATES - JANUARY 21: A storage unit for phone stands next to the entrance of the Senate chamber on Tuesday, Jan. 21, 2020. Electronic devices are not allowed in the chamber for the Senate impeachment trial. (Photo By Bill Clark/CQ-Roll Call, Inc via Getty Images) ⓒBill Clark via Getty Images

 

상원의원 대부분은 장시간 이어지는 탄핵재판 도중 전자기기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음에도 말이다.

″실제로 해보니 좋았다.” 밥 케이시(민주당, 펜실베이니아) 의원이 말했다. ”집중력을 높여준다. 나는 메모를 무척 많이하고 있다. 잠깐 전자기기를 못 쓰면 어떤가.”

″약간 힘들었다.” 메이지 히로노(민주당, 하와이)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무슨 논의가 진행중인지 집중하게 된다.”

″전자기기를 쓰는 모든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첫 날은 약간의 금단현상이 있겠지만 괜찮을 거다.” 셸리 무어 캐피토(공화당, 웨스트버지니아) 의원이 말했다. ”있어야 할 때까지 거기에 앉아있을 준비가 되어있다.”

″우리 보좌관들은 ‘버틸 수 있겠냐‘며 걱정하고 불안해했다.” 크리스 쿤스(민주당, 델라웨어) 의원의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로스쿨 내내 휴대폰, 아이패드 없이도 버텼다’고. 더 집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꼭 필요한 디지털 클렌즈(cleanse)가 될 거다.”

Democratic presidential candidate, Sen. Bernie Sanders, I-Vt., makes a phone call during a break as the Senate continues with the impeachment trial of President Donald Trump on charges of abuse of power and obstruction of Congress, at the Capitol in Washington, Wednesday, Jan. 22, 2020. (AP Photo/J. Scott Applewhite)
Democratic presidential candidate, Sen. Bernie Sanders, I-Vt., makes a phone call during a break as the Senate continues with the impeachment trial of President Donald Trump on charges of abuse of power and obstruction of Congress, at the Capitol in Washington, Wednesday, Jan. 22, 2020. (AP Photo/J. Scott Applewhite) ⓒASSOCIATED PRESS

 

기자들은 첫 번째 휴정 때 회의장 바깥으로 나오던 패트릭 레이히(민주당, 버몬트) 의원을 붙잡고는 ‘휴대폰을 돌려받게 된 기분이 어떻냐‘고 물었다. 그는 휴대폰을 쓰다듬으며 ‘반지의 제왕’ 속 골룸의 대사를 읊었다고 한다. ”오 마이 프레셔스.”

탄핵재판 첫 날, 상원 회의장에서는 대학 강의실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탄핵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의원들은 일절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옆자리 동료 의원과의 귓속말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세심한 수행원들이 사려 깊게도 의원들의 물컵을 채워주고 보좌관들의 쪽지를 건네주긴 했지만 말이다.

수전 콜린스(공화당, 메인), 엘리자베스 워렌(민주당, 매사추세츠) 같은 몇몇 의원들은 학구적인 자세로 노트 필기에 나섰다. 존 코닌(공화당, 텍사스) 의원은 손가락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테드 크루즈(공화당, 텍사스) 의원은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버니 샌더스(무소속, 버몬트) 의원은 다량의 냅킨을 들고와 휴지로 썼다. 휴대폰 반입 금지 규칙을 교묘하게 피한 의원들도 있었다. 롤콜의 집계에 따르면, 일곱 명의 의원들이 애플워치를 차고 있었다.

In this image from video, House impeachment manager Rep. Adam Schiff, D-Calif., speaks during the impeachment trial against President Donald Trump in the Senate at the U.S. Capitol in Washington, Wednesday, Jan. 22, 2020. (Senate Television via AP)
In this image from video, House impeachment manager Rep. Adam Schiff, D-Calif., speaks during the impeachment trial against President Donald Trump in the Senate at the U.S. Capitol in Washington, Wednesday, Jan. 22, 2020. (Senate Television via AP) ⓒASSOCIATED PRESS

 

톰 코튼(공화당, 아칸소) 의원은 큰 하품을 했고, 양말을 신었고, 몇 번에 걸쳐 느리고도 무겁게 눈을 깜박였다. 케빈 크라머(공화당, 노스다코타) 의원은 눈을 부비적거렸다. 톰 틸스(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서성거리며 다리 스트레칭에 나섰다. 밋 롬니(공화당, 유타) 의원은 거의 아무도 없는 회의장 방청석을 스캔했다. 샌더스 의원은 관자놀이를 주물렀고, 양손으로 눈과 이마를 비벼댔으며, 옷깃을 털고는 하품을 했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민주당, 뉴욕) 의원은 민주당 의원휴게실에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고, 제임스 리쉬(공화당, 아이다호) 의원 역시 의자에서 살짝 미끄러지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목격됐다.

자정을 넘겨 22일이 되자, 소추위원 애덤 시프(민주당,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트럼프 파면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그 때 몇몇 상원의원들은 조금 쉬는 게 나아보였다. 리처드 쉘비(공화당, 앨라배마) 의원은 손과 눈을 계속 매만졌다. 샌더스 의원은 코를 풀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자세를 고쳐 앉고는 회의장을 둘러보다가 다시 기운을 차렸다. 시프가 2016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들을 찾아달라고 러시아에 요청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틀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듣고 있습니까.” 트럼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회의장을 울렸고, 그레이엄 의원은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라진 이메일 3만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첫 날 탄핵재판 일정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마무리 됐다. 거의 13시간 만이었다. 

 

* 허프포스트US의 Senators Struggle With ‘Digital Detox’ During Trump Impeachment Trial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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