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신 의원님들 중 바꾸실 분 계십니까? 없으시면... 53표 대 47표로...”
21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 상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재판에서 재판장을 맡은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거의 매번 이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만 했다. 증인과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려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복된 시도를 공화당 의원들이 줄줄이 가로막으면서다. 이번 탄핵재판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 것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원이 이날 부결시킨 안건은 총 11건에 달한다. 민주당은 하원 탄핵조사 때 트럼프 정부의 제출 거부로 확보하지 못했던 백악관, 국무부, 예산관리국(OMB), 국방부의 ‘우크라이나 압박’ 관련 문서들을 상대로 소환장을 발부하자는 안건을 각각 제출했다.
민주당은 또 비서실장 대행 겸 예산관리국장 믹 멀베이니,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더피 OMB 부국장 및 로버트 블레어 백악관 비서실 수석보좌관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안건도 각각 냈다.
그밖에도 ‘선택적 증거 채택’을 금지하는 안건, 트럼프 변호인 측이 새로운 증거를 채택하려면 민주당이 요구한 문서들을 제출하도록 하는 안건, 표결로 증인 채택 및 증언을 결정하도록 하는 안건, 양측이 변론을 펼칠 시간을 2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리는 안건, 재판장에게 증인 및 증거 소환장 발부 권한을 부여하는 안건 등도 제출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단 한 건을 빼고는 모두 상원 내 공화당과 민주당(무소속 의원 2명 포함) 의원 분포와 일치하는 53 대 47로 부결된 것이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제출한 모든 안건을 부결시킨 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탄핵재판 규칙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에도 결과는 53대 47이었다. 13시간 가까이 진행된 첫 날 탄핵재판 일정은 그렇게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통과된 탄핵재판 규칙에 따르면, 하원 소추위원들과 트럼프 변호인단은 22일 오후 1시부터 6일 동안 각각 24시간씩 하원이 통과시킨 탄핵소추안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펼치게 된다.
배심원 역할을 하게 될 상원의원들에게는 16시간 동안의 질의 기회가 주어진다. 상원은 그런 다음에야 추가 증인 및 증거에 대한 소환장 발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제일 마지막 절차는 트럼프의 대통령직 박탈 여부를 결정할 최종 표결이다.
소추위원단을 이끄는 애덤 시프 하원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은 하원 탄핵조사에서 확인된 증거들이 ‘차고도 넘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비위행위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추가 증인과 증거를 소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트럼프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팻 시폴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대통령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며 민주당의 탄핵 시도가 2016년 대선 결과를 뒤집고 트럼프의 재선을 저지하려는 ‘정치적 기획’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