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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 20일 16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1월 20일 16시 47분 KST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가 7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 장황봉의 재심 재판이 열렸다.

뉴스1
20일 오후 전남 순천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열린 여순사건 재심 선거공판에서 남편 고(故) 장환봉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고인의 부인 진점순씨(97·가운데)와 둘째 딸 장경임씨(74)가 언론 인터뷰 도중 이야기 나누고 있다.

여순사건이 일어난지 72년 만에 법원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20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선고 공판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처형당한 고 장황봉씨의 재심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리며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여순사건 희생자들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돼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가 무죄 판결의 배경을 밝히던 중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자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장씨는 1948년 10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 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명예 회복의 실마리는 2010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마련됐다. 한겨레에 따르면 과거사정리위는 “당시 군경이 순천지역 민간인 438명을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 순천지역만 2000여명이 학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씨의 유족들은 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2011년 10월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2019년 3월21일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군경에 의해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 3명 중 2명이 숨져, 청구인은 1명만 남게 됐다. 

재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복원한 공소사실 중 포고령 2호 위반은 미군정 때 선포해 이미 효력을 잃었고, 내란죄는 장소 일시 행위 등이 특정되지 않는 등 범죄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내용상 불법이 있다 해도 계엄법이 사형을 집행한 지 1년 뒤에 제정돼 당시 시행한 계엄령의 효력을 두고 다툼이 있고, 민간인을 군법회의에 회부하고 공소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점은 절차적으로 중대하고 명백한 흠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인 희생자 3명의 재심 청구인 중 1명만 선고에 이르렀고, 2명은 선고를 기다리다 숨져 절차를 종결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며 ”국가권력에 의한 억울한 피해를 형사 절차를 통해 개별적으로 바로 잡으려 하지 말고 특별법을 제정해 일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장씨는 좌익도 우익도 아닌 명예로운 철도공무원으로 국가 혼란기에 묵묵하게 근무했다”며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를 더 일찍 회복해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장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유족과 시민단체, 시민 등 70여명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장환봉씨의 딸 장경자(75)씨는 ”만시지탄이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여러분의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