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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BBQ 조리법 들고 bhc로 이직한 직원에게 무죄 선고한 이유

재판부는 '영업 기밀'이 아니라고 봤다.

  • 허완
  • 입력 2020.01.19 13:56
ⓒBBQ, bhc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에서 경쟁업체인 비에이치씨(BHC)로 이직하면서 조리 매뉴얼 등 비비큐의 내부 정보를 가지고 나와 활용한 직원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0년 12월부터 비비큐 해외사업부 소속으로 일하던 이아무개(37)씨는 2014년 2월 퇴사하면서 개인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있던 24건의 정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남겨뒀다. 이씨가 반출한 정보에는 비비큐가 2002년 특허를 출원한 프라이드치킨 조리법과 아시아 각국 사업 타당성 검토 자료, 런칭 가이드북 등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씨는 2015년 10월께 비비큐의 경쟁사인 비에이치씨로 이직하면서 24건의 정보를 그대로 가져가 업무에 활용했다. 이에 비비큐 쪽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이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반출한 치킨 조리법의 경우 비비큐 일부 지점이 이미 자체 블로그에 물과 파우더를 반죽하는 비율과 브래딩 과정, 기름 온도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면서 사진도 함께 올려둔 점 등을 미뤄볼 때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피해 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입수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hot8030 via Getty Images

 

아울러 이씨가 보관한 국가별 매장 타입별 컨셉과 국내 및 국외 매장 타입별 표준투자·수익모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의 매출액과 매출원가, 판매비와 관리비 등을 추정해 엑셀로 작성한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 등은 일부를 제외하면 내용이 개괄적일 뿐만 아니라 추정치에 기초해 작성한 자료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씨가 퇴사하며 삭제하지 않은 다른 자료들도 이미 공개된 내용이거나 오류가 다수 있어 완결성·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자료로 ‘영업상 주요 자산’이나 경쟁사 비에치씨에 이익을 줄 만한 자산이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상적인 제조업·서비스업과 달리 가맹점주가 늘어야 수익을 내는 가맹사업은 예비 가맹점주들을 위해 영업 관련 정보 등을 애초에 다수 공개하는 특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이씨가 비비큐에 재직하면서 포괄적인 정보보안 서약을 하기는 했으나 퇴직할 당시 사쪽으로부터 특정 영업자료의 폐기·반환 등을 명시적으로 요구받지 않은 점도 무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노동자 개인은 어떤 자료가 중요한 자산인지 일일이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어떤 영업비밀을 폐기해야 하는지 특정할 책임은 인적·물적 시설을 갖춘 회사 쪽에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는 지난 15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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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치킨 #BHC #B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