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자(서식스 공작)와 메건 마클(서식스 공작부인)이 왕실 타이틀을 버리고 왕실의 공무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고 버킹엄궁이 18일(현지시각) 밝혔다. 왕실과 한 걸음 떨어져 지내는 수준이 아니라 왕실을 완전히 떠난다는 얘기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몇 달 간의 대화와 최근의 논의 끝에” 해리와 메건의 독립을 위한 ”건설적이고 힘이 되는 방법”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여왕은 해리와 메건, 자녀 아치가 ”많은 사랑을 받는 가족 구성원”으로 남을 것이라며 두 사람이 그동안 왕실을 대표해 ”영국과 영연방에서 펼쳐왔던 헌신적인 역할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여왕은 ”특별히 메건이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가족의 일원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가족 모두는 오늘의 이 합의로 그들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새 삶을 개척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버킹엄궁은 이어진 입장문에서 해리 가족의 미래 역할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두 사람은 모든 왕실 직책에서 물러나며 일체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두 사람이 ”더 이상 여왕을 공식적으로 대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리와 메건은 왕실 타이틀(HRH; His/Her Royal Highness)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버킹엄궁은 밝혔다.
또 두 사람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윈저성 프로그모어코티지를 수리하는 데 들어갔던 왕실교부금을 자비로 갚기로 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비용은 240만파운드(약 36억원)에 달한다.
다만 두 사람은 영국에서 머무는 동안에는 왕실 소유인 이곳을 계속 자택으로 쓸 계획이다.
버킹엄궁은 두 사람에 대한 경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공적 자금 지원을 받는 경호의 필요성을 결정하는 확립된 독립적 절차가 있다”고만 언급했다.
버킹엄궁은 이날 발표된 새로운 합의가 올해 봄부터 공식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와 메건은 지난 9일 ‘독립적 삶’을 살겠다고 전격 발표해 왕실 가족들을 비롯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후 왕실은 비상 대응에 나섰고, 두 사람의 새로운 삶을 지원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이날 나온 왕실의 추가 발표는 훨씬 구체적이고도 단호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두 사람이 애초 왕실에서 ”한 걸음 떨어져(step back)” 지내는 정도로 계획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왕실의 결정에 따라 ”퇴진(step down)”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해석했다.
BBC 영국 왕실 담당기자 조니 다이몬드는 ”이보다 더 명확한 결별은 없을 것”이라며 ”해리와 메건은 여전히 왕실 식구이지만, 사실상 더 이상 왕족이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스카이뉴스에서 왕실 논평가로 활동해온 알리스타 브루스는 여왕과 버킹엄궁이 발표한 입장문이 ”따뜻한 말들로 가득”하지만 여왕이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라고 말했다. 왕족이면서 동시에 민간인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단호하게 밝혔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