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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해리스 대사의 '미국과 협의'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내정간섭 같은 발언"으로 규정했다.

  • 허완
  • 입력 2020.01.17 14:56
(자료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우리가 거기에 따라서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총독입니까?”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말했다. ‘남북협력 사업이 제재 위반이라는 오해를 피하려면 미국과 미리 논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전날 발언을 언급하면서다.

해리스 대사는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은 주권국가이고, 미국이 한국의 결정을 승인하는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남북협력을 위한 어떤 계획도 미국과의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발언은 새해 들어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정부는 북한 개별관광과 제3국을 통한 북한 방문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은 적지 않은 장애물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교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US Ambassador to South Korea Harry Harris poses for a photo after a group interview at the ambassador's residence in Seoul on January 16, 2020.  (Photo by SEBASTIEN BERGER/AFP via Getty Images)
US Ambassador to South Korea Harry Harris poses for a photo after a group interview at the ambassador's residence in Seoul on January 16, 2020.  (Photo by SEBASTIEN BERGER/AFP via Getty Images) ⓒSEBASTIEN BERGER via Getty Images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송 의원은 ”해리스 대사의 개인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은 뒤 ”대사는 대사의 직분에 맞게 언어에 신중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게 개인의 의견인지 본부의 훈령을 받아서 하는 국무부의 공식 의견인지 구분이 잘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구상에 대해서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그는 ”(북한)개별관광은 제재대상도 아니며, 내정간섭과 같은 발언은 동맹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speaks during his New Year press conference at the presidential Blue House in Seoul on January 14, 2020. (Photo by KIM HONG-JI / POOL / AFP) (Photo by KIM HONG-JI/POOL/AFP via Getty Images)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speaks during his New Year press conference at the presidential Blue House in Seoul on January 14, 2020. (Photo by KIM HONG-JI / POOL / AFP) (Photo by KIM HONG-JI/POOL/AFP via Getty Images) ⓒKIM HONG-JI via Getty Images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도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직후 해리스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이 대변인은 ”한미 양국 간의 긴밀하고도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남북 협력을 강화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상황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선의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리스 대사는 본인의 발언이 주권국이자 동맹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오해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깊은 성찰을 하기 바란다”는 논평을 냈다. 

해리스 대사는 그동안 몇 차례 논란을 부른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을 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고압적 태도를 취했다는 얘기가 나온 게 대표적이다.

HONOLULU, HI - DECEMBER 07: Guest speaker, U.S. Ambassador Harry Harris departs as Pearl Harbor Commemorates the 78th Anniversary Of World War II Attacks at the Pearl Harbor National Memorial on December 7, 2019 in Honolulu, Hawaii.  (Photo by Kat Wade/Getty Images)
HONOLULU, HI - DECEMBER 07: Guest speaker, U.S. Ambassador Harry Harris departs as Pearl Harbor Commemorates the 78th Anniversary Of World War II Attacks at the Pearl Harbor National Memorial on December 7, 2019 in Honolulu, Hawaii.  (Photo by Kat Wade/Getty Images) ⓒKat Wade via Getty Images

 

한편 이와는 별도로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대사의 외신기자 간담회를 보도하며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과 그의 몇몇 발언에서 일본 식민지 시절 조선총독의 모습을 떠올리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역대 조선총독 9명은 모두 콧수염이 있었다.)

일본인 모친을 둔 일본계 미국인으로 태평양사령관을 지냈던 해리스 대사도 간담회에서 직접 자신의 콧수염을 언급했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내 콧수염이 여기(한국)에서 매력 포인트가 됐다.” 그가 자신과 자신의 콧수염에 대한 일부 한국 내 부정적 시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말했다. 

그는 군인 시절에는 수염을 거의 기르지 않았다며 전역을 기념하기 위해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콧수염이 자신의 핏줄(일본인 모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리스 대사는 ″내 인종적 배경 때문에, 내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곳 언론과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비판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나는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적 적대감을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일본계 미국인 한국대사가 아니다. 나는 미국인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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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재인 #해리 해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