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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불 속에서 다른 동물들의 대피를 도왔다는 '웜뱃' 이야기의 진실

땅굴을 파고 지내다가 재해가 발생했을 때 다른 동물들의 피난을 받아준다?

최악의 산불을 겪고 있는 호주에서는 코알라 등 수많은 야생동물이 죽거나 다쳤다. 이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땅속에 굴을 파고 지내다가 대형 재해가 발생했을 때 다른 동물들의 피난을 받아준다는 ‘웜뱃’의 모습이 마치 미담처럼 전해졌다.

ⓒexs via Getty Images

12일 영국 UNILAD는 웜뱃의 이런 속성이 화재 피해를 입은 다른 동물들을 돕는다는 이야기가 소셜 미디어에 널리 퍼졌다고 보도했다. 비극적인 화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이 미담은 전파 속도가 매우 빨랐다. 특히 웜뱃의 이런 모습이 호주 연방정부의 대처보다 유능하다고 표현한 한 트윗은 엄청난 수의 공감을 얻었다.

화재 지역의 웜뱃들은 다른 동물들이 그들의 굴에 숨는 것을 허락할 뿐만 아니라, 도망치는 동물들을 적극적으로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정부보다, 웜뱃들에게서 더 많은 리더십과 감동을 느끼네요.

하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뉴질랜드 그린피스는 웜뱃의 이같은 속성에 대한 게시물을 작성했으나,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됨”이라는 멘트를 덧붙였다.

실제로 웜뱃은 다른 종은 물론, 같은 웜뱃에게도 자신의 굴을 잘 공유하지 않는 동물이다. 다만 퀸즐랜드 대학의 스티브 존스턴 부교수는 브리즈번타임즈에 ”웜뱃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화재와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 다른 동물들이 웜뱃의 굴을 이용했을 수는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웜뱃이 워낙 깊은 굴을 파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웜뱃이 뚫고 지나간 굴의 입구를 찾아들어와 대피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존스턴 부교수는 ”웜뱃이 화재 상황에서 그 곳에 숨은 동물들을 굳이 쫓아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뭐가 되었든, 웜뱃이 다른 동물들의 피난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임경빈 작가는 ”화재에 대해 호주 연방정부가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자, 여기에 실망한 호주 국민들이 웜뱃 같은 동물에게서 일종의 ‘슈퍼 히어로’를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편 호주에서는 몇 달째 산불이 계속돼 약 10억 마리의 동물들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는 화재 복구 예산 20억 호주달러(한화 약 1조6000억원) 중 5000만 호주달러(약 400억원)를 야생동물 보호와 서식지 복구를 위한 자금으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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