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1월 16일 14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1월 22일 11시 35분 KST

워렌이 샌더스의 악수를 거부하며 : "지금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드신 거예요."

서로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왔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예전같지 않을 전망이다.

ASSOCIATED PRESS
Democratic presidential candidate Sen. Elizabeth Warren, D-Mass., left and Sen. Bernie Sanders, I-Vt. talk Tuesday, Jan. 14, 2020, after a Democratic presidential primary debate hosted by CNN and the Des Moines Register in Des Moines, Iowa. (AP Photo/Patrick Semansky)

14일 밤(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가 끝난 후,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에게 다가갔다. 샌더스는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었고, 워렌은 잡지 않았다. 그리고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대화는 방송에서는 무음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토론 이후 이 장면이 주목을 받자 이번 토론의 주관방송사를 맡은 CNN은 녹음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전국에 방송되는 TV에서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드신 거예요.” 악수를 뿌리친 워렌이 꺼낸 첫 마디였다.

″뭐라고요?” 샌더스가 물었다.

″전국에 방송되는 TV에서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드신 거예요.” 워렌이 반복했다.

″지금 그 얘기는 하지 맙시다. 그 얘기를 하고 싶으시면 (다른 자리에서) 합시다.” 샌더스가 만류하는 손짓을 취하며 말했다.

″언제든지요.” 워렌이 되받았다.

″당신도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드신 거예요. 저를.. 됐습니다. 지금 하지 맙시다.” 샌더스의 언성이 잠시 높아졌고, 그는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워렌도 곧 등을 돌렸다.

 

이날 토론은 샌더스가 워렌에게 ‘여성 후보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 다음날 치러졌다. 샌더스는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고, 워렌은 보도된 내용이 맞다는 입장을 냈다. 건강보험 확대 같은 진보적 공약에 대한 이견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사실 관계를 두고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진보 진영을 대표해왔던 두 사람은 오랫 동안 각별한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각자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진보 운동을 위해 서로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자는 ‘신사 협약’을 맺었고, 그 약속은 줄곧 유지되어 왔다. 

이날 토론은 그 관계의 균열을 또렷하게 드러낸 장면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ROBYN BECK via Getty Images
Democratic presidential hopefuls Massachusetts Senator Elizabeth Warren (L), former Vice President Joe Biden (C) and Vermont Senator Bernie Sanders participate of the seventh Democratic primary debate of the 2020 presidential campaign season co-hosted by CNN and the Des Moines Register at the Drake University campus in Des Moines, Iowa on January 14, 2020. (Photo by Robyn Beck / AFP) (Photo by ROBYN BECK/AFP via Getty Images)

 

두 사람은 토론에서 직접적인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샌더스는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워렌은 대화 주제를 약간 돌려 여성 후보의 경쟁력을 언급했다. 

″저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제가 ‘여성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게 얼마나 이해할 수 없는 얘기인지 아실 겁니다.” 토론 진행자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은 샌더스가 말했다.

”오늘 가셔서 유튜브를 찾아보세요.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고 30년 전에 제가 얘기하는 영상들이 있을 겁니다.” 샌더스의 말이다.

또 그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워렌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운동(Draft Warren Movement)이 벌어졌을 때를 언급했다. 자신은 이 때문에 출마를 미뤘고, 워렌이 선거에 뛰어들지 않기로 결심한 뒤에야 출마를 선언했었다는 것. 

″힐러리 클린턴은 일반투표에서 도널드 트럼프보다 300만표를 더 받았습니다. 대체 누가 여성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샌더스가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물론 그렇지 않기를, 제가 되기를 바라지만” 여성이든 남성이든 다른 사람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자신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을 꺾을 수 있도록 그의 당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렌에게 ‘여성은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없다는 말씀이시죠?” 토론 진행자가 물었다.

″맞습니다.” 샌더스가 답했다.

 

″워렌 의원님, 샌더스 의원이 ‘여성은 선거에서 못 이긴다’고 말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진행자가 샌더스의 답변을 듣지 못한 척 물었다.

″저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워렌이 답했다.

″버니는 제 친구이고요, 버니와 싸우려고 이 자리에 나온 건 아닙니다.” 워렌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이런 질문이 제기됐고, 우리가 이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워렌은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한 채 ‘(선거) 승리 기록’을 살펴보자고 말했다.

″이 무대에 선 남성들을 보십시오. 다 합쳐서 그들은 선거에서 10번 졌습니다. 이 무대에 있는 사람들 중 그동안 출마했던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던 건 여성들 밖에 없어요. 저하고 에이미 (클로버샤)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지난 30년 동안 현직 공화당 의원을 꺾은 유일한 사람도 접니다.”

ASSOCIATED PRESS
Democratic presidential candidate Sen. Elizabeth Warren, D-Mass., left and Sen. Bernie Sanders, I-Vt., talk Tuesday, Jan. 14, 2020, after a Democratic presidential primary debate hosted by CNN and the Des Moines Register in Des Moines, Iowa. Candidate businessman Tom Steyer looks on (AP Photo/Patrick Semansky)

 

그러자 샌더스는 ’30년 동안 현직 공화당 의원을 꺾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워렌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잠시 공방을 벌였다. 

″바로잡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도 의원 선거에 출마한 현직 공화당 의원을 꺾었습니다.”

워렌은 그게 언제였냐고 물었다.

“1990년입니다.” 샌더스가 답했고, 워렌은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가 그렇게 이긴 겁니다.” 샌더스가 말했다.

“30년 전이군요.” 워렌이 말했다. “30년 전 아닙니까?”

″저는 현직 공화당 의원을 꺾었습니다.” 샌더스가 재차 강조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 30년 동안 현직 공화당 의원을 꺾은 건 (이 자리에서) 저밖에 없습니다.” 워렌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30년 전이면 1990년이죠. 사실이 그렇습니다.” 샌더스가 말했다. ”오늘 (토론에서) 그게 중요한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Scott Olson via Getty Images
DES MOINES, IOWA - JANUARY 14: TTom Steyer (L) and former Vice President Joe Biden (R) listen as Sen. Elizabeth Warren (D-MA) speaks during the Democratic presidential primary debate at Drake University on January 14, 2020 in Des Moines, Iowa. Six candidates out of the field qualified for the first Democratic presidential primary debate of 2020, hosted by CNN and the Des Moines Register. (Photo by Scott Olson/Getty Images)

 

샌더스는 ”당연히” 여성 후보도 승리할 수 있다면서도 ”정말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트럼프를 꺾을 것이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와 열광을 자아내고,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끌어낸”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민주당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워렌은 여성 후보의 경쟁력을 내세웠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래로 여성 후보들은 선거에서 남성 후보들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우리가 하원을 되찾았고, 주정부 의회들을 되찾았습니다. 여성 후보들과 여성 유권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워렌은 민주당의 역사를 읊으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1960년대에 사람들은 가톨릭 신자가 이길 수 있겠냐고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2008년에 사람들은 흑인이 이길 수 있겠냐고 했죠. 두 차례 모두 민주당이 앞장서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후보들을 지원했고, 우리가 미국을 바꿨습니다. 우리(민주당)가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