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 출전한 선수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계속되는 호주 산불의 영향으로 공기질이 ‘최악’인 상황에서 경기가 치러지고 있는 탓이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14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한 호주오픈 예선전은 ‘공기질 악화’로 15일에도 이틀째 경기 시작 시간이 연기되는 등 대회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회 첫 날 멜버른파크에서 진행된 예선 1라운드 여자 단식에 출전한 달릴라 야쿠포비츠(슬로베니아) 선수는 2세트 경기 도중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쓰러졌고, 결국 경기를 포기해야만 했다.
″쓰러질까봐 정말 무서웠다. 그래서 주저앉았던 것이다.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호흡기 관련 질환을 앓았던 경험이 없다는 야쿠포비츠 선수가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말했다. 그는 ”오늘 경기를 하지 않을 줄 알았다”며 경기를 강행한 주최 측을 비판했다.
같은 날 대회 첫 경기를 펼친 유지니 보차드(캐나다) 선수는 경기 도중 몇 차례나 타임아웃을 요청해야만 했다. ”숨쉬는 게 힘들게 느껴졌고 약간 메스꺼웠다.” 경기 후 그가 말했다.
그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경기장) 환경이 점점 더 나빠진 것 같았다”며 ”운동선수로서 우리의 신체 건강은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펼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폭염(에 따라 경기를 일시 중단하는) 규칙이 있는 것처럼 공기질 규칙도 있어야 한다.”
영국의 리암 브로디 선수는 패배 이후 ”예선전이 본선 진출 선수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고 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느 대회나 똑같다. 어쩌면 (어떻게든 예선을 통과해서) 본선 진출 선수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을 자격을 얻어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인간이고, 이런 조건에서 뛰어다니는 건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대회 첫 날 오전 경기장 인근의 공기질은 6단계 중 두 번째로 심각한 ‘나쁨’ 수준이었다. 멜버른이 속해있는 빅토리아주 환경보호청은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와 외부활동 자제를 권고했고, 빅토리아주 보건부 장관은 ”지난 밤 멜버른의 공기질이 ”세계 최악”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대회 주최 측은 첫 날 연습 일정을 취소한 후 ‘대기 상황이 나아졌다’며 시간을 늦춰 경기를 진행했다. 주최 측은 선수 및 관중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경기장에서 측정한 데이터 등을 토대로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멜버른파크의 컨디션은 끊임없이 모니터 되고 있으며, 현장 데이터와 의료팀 및 기상청, 빅토리아주 환경보호청 과학자들과의 긴밀한 논의에 따라 추가 결정들이 내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