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1월 14일 18시 09분 KST

미국 정부와 애플이 또다시 '아이폰 잠금해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애플은 '몇 기가'에 달하는 자료를 제출해 FBI의 지원 요청에 응했다고 반박했다.

ASSOCIATED PRESS
Attorney General William Barr, joined by FBI Deputy Director David Bowdich, second from left, and other officials, speaks to reporters at the Justice Department in Washington, Monday, Jan. 13, 2020, to announce results of an investigation of the shootings at the Pensacola Naval Air Station in Florida. On Dec. 6, 2019, 21-year-old Saudi Air Force officer, 2nd Lt. Mohammed Alshamrani, opened fire at the naval base in Pensacola, killing three U.S. sailors and injuring eight other people. (AP Photo/J. Scott Applewhite)

사우디아라비아 공군 장교 모하메드 사이드 알샴라니는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에 위치한 미국 해군 항공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었다. 2019년 12월6일, 그는 학교 내 한 건물로 들어섰고, 권총을 난사했다. 세 명의 미국 해군 병사가 숨졌고, 8명이 다쳤다. 알샴라니는 현장에서 사살됐다.

현장에서는 그가 소지하고 있던 스마트폰 두 대가 확보됐다. 하나는 알샴라니가 쏜 총알 한 발에 맞았고 다른 한 대도 손상된 상태였다. FBI(연방수사국)의 전문가들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두 대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만큼 성공적으로 수리됐다.

기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하루 만에 발부됐다. 이제 총격범의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공모한 사람은 없는지 등을 수사하는 일만 남았다. 미국인 11명이, 그것도 미군 기지 안에서 죽거나 다친 사건이다.

″그러나, 두 대의 폰 모두 패스워드 없이는 잠금해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제작되어 있었다.” 13일 수사결과 발표에 나선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말했다. 그렇다. 사살된 용의자는 아이폰 이용자였다.

″총격범이 죽기 전에 누구와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바 장관이 말했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해서 굳이 덧붙일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물론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총격범의 아이폰들을 잠금해제 하는 일에 있어 애플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까지 애플은 어떠한 실질적인 지원도 우리에게 해주지 않았다.” 바 장관의 말이다. 수사당국은 알샴라니의 아이폰을 아직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ASSOCIATED PRESS
Mohammed Alshamrani, señalado de ser el responsable de un ataque armado en una base naval estadounidense. Foto suministrada por el FBI, sin fecha. (FBI via AP, File)

 

물론 FBI가 그밖의 다른 증거들을 토대로 알샴라니의 총격이 ”테러 행위”라고 결론 내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범행 동기는 ”지하디스트 이데올로기”였다. 알샴라니는 9.11테러가 벌어진 지 18주년이 되던 지난해 9월11일 소셜미디어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글을 올렸다.

알샴라니는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미국 뉴욕에 위치한 9/11 기념관을 방문했고, 평소에 소셜미디어에 반(反)미국, 반(反)이스라엘, 지하디 메시지 등을 올렸다. 해군 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하기 두 시간 전에도 그렇게 했다.

알샴라니와 동행한 사우디 장교 공범이 있었고, 범행 순간을 촬영했다는 당시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도 수사로 파악됐다. 그는 혼자서 공격 현장에 도착했으며, 단지 우연히 인근에 있던 사우디 장교들이 일부 상황을 촬영했을 뿐이었다. 해당 장교들은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했다”고 바 장관은 밝혔다. 공범은 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수사관들이 합당한 사유에 근거해 법원의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디지털 증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왜 중요한지 완벽하게 보여준다”고, 바 장관은 강조했다. ”우리는 미국인들의 생명을 더욱 잘 보호하고 향후 공격들을 막을 수 있도록 해법을 찾는 데 있어서 애플 및 다른 테크 기업들이 우리를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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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January 2019, US, Las Vegas: Apple is using the banner ad with the sentence "What happens on your iPhone stays on your iPhone" to show its presence at the CES technology trade fair. Once again, the Group will not be present as an exhibitor this time. Photo: Andrej Sokolow/dpa (Photo by Andrej Sokolow/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애플은 이날 밤 언론사들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12월6일 첫 요청을 받은 뒤 알샴라니의 아이클라우드(iCloud) 백업 데이터, 계정 정보, 복수의 계정의 관련 자료 등 ”몇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FBI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수사에 실질적인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바 장관의 말을 반박한 것이다.

애플은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총 여섯 건의 법적 명령을 받았고, 협조 요청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아이폰 패스워드나 아이폰 안에 있는 (백업되지 않은) 데이터는 자신들도 모른다는 점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애플은 또 FBI가 용의자의 아이폰들에 대한 잠금해제 협조를 추가로 요청한 건 ”공격이 발생한 지 한 달 뒤인” 1월6일에서였다고 밝혔다. ”그제서야 우리는 수사와 관련된 두 번째 아이폰의 존재와 FBI가 아이폰 두 대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애플이 밝혔다. “1월8일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두 번째 아이폰에 대한 소환장을 받지 못했으며, 우리는 몇 시간 내로 이에 응했다.”

FBI가 알샴라니가 소지하고 있던 아이폰들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애플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지난 7일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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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SACOLA, FLORIDA - DECEMBER 06: A general view of the atmosphere at the Pensacola Naval Air Station following a shooting on December 06, 2019 in Pensacola, Florida. The second shooting on a U.S. Naval Base in a week has left three dead plus the suspect and seven people wounded. (Photo by Josh Brasted/Getty Images)

 

FBI와 애플은 2016년에도 샌버나디노 총기난사범이 소지하고 있던 ‘아이폰 5c’의 잠금해제를 놓고 충돌한 바 있다. 애플은 FBI의 협조 요청을 거부법정에 섰고, ‘협조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하며 공개서한과 홈페이지 등을 통한 여론전을 벌였다.

극단으로 치닫던 대립은 법무부가 ‘애플의 도움 없이 잠금을 해제했다’며 소송을 취하하면서 마무리됐다. 당시 FBI가 한 이스라엘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또 당시 FBI는 테러 용의자의 아이폰5c의 잠금을 해제한 방법이 이후에 나온 신형 기기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이번에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굿 가이들(good guys)’만을 위한 백도어라는 건 없다는 입장을 항상 유지해왔다. 백도어는 우리의 국가안보와 우리 고객의 데이터 보안을 위협하는 이들에 의해 활용되기 마련이다. 오늘날 사법당국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으며, 따라서 미국인들은 암호화를 약화시키는 것과 수사를 벌이는 것 중 하나를 택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강력한 암호화가 우리나라와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지키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