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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후보에 오른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9가지

9. '기생충'은 작품상 수상작 최초의 비영어권 영화가 될까?

  • 강병진
  • 입력 2020.01.14 00:52
  • 수정 2020.02.10 09:14
HOLLYWOOD, CALIFORNIA - FEBRUARY 09: Director Bong Joon-ho (R) with cast and crew of 'Parasite' attend the 92nd Annual Academy Awards at Hollywood and Highland on February 09, 2020 in Hollywood, California. (Photo by Jeff Kravitz/FilmMagic)
HOLLYWOOD, CALIFORNIA - FEBRUARY 09: Director Bong Joon-ho (R) with cast and crew of "Parasite" attend the 92nd Annual Academy Awards at Hollywood and Highland on February 09, 2020 in Hollywood, California. (Photo by Jeff Kravitz/FilmMagic) ⓒJeff Kravitz via Getty Images

1월 13일 발표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큰 이변을 연출한 건, 역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아카데미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던 한국영화가, 그리고 비영어권 영화가, 국제장편영화상 뿐만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부문까지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기생충’의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사례로 남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다른 부문의 후보작들을 볼 때 더 많은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후보작 리스트에서 눈여겨볼 만한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1. 마틴 스콜세지는 생애 두 번째 오스카 감독상을 손에 쥘까?

ⓒMichael Kovac via Getty Images

마틴 스콜세지는 미국의 거장 감독이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항상 운이 없었다. 1981년 ‘분노의 주먹‘을 시작으로 ‘예수의 마지막 유혹‘, ‘좋은 친구들‘, ‘순수의 시대, ‘갱스 오브 뉴욕‘, ‘애비에이터’ 등으로 감독상 후보에 여섯 번이나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던 것. 지난 2005년 ‘애비에이터‘로 무려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을 때는 하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달러 베이비‘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가져가는 바람에 감독상을 놓쳤다. 당시 ‘에비에이터‘는 촬영상을 비롯해 기술부문에서 4개상만 받았다. 그런 마틴 스콜세지에게 처음 감독상을 안겨준 영화는 2007년의 ‘디파티드‘. 당시 스콜세지는 ”내가 진짜 수상자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스콜세지가 연출한 ‘아이리시 맨‘은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총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가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수상한다면 영화 팬들로서는 박수로 축하해줄 경사일 것이다.(사실 스콜세지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4)와 ‘휴고‘(2012)로도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단,‘아이리시 맨’이 넷플릭스 영화인 이유로 시상식에서 홀대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 쿠엔틴 타란티노는 생애 세 번째 각본상을 받을까?

ⓒDavid Crotty via Getty Images

쿠엔틴 타란티노는 1995년 ‘펄프픽션‘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본상만 받았다. ‘장고:분노의 추적자‘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타란티노는 각본상만 받아 갔다. 제92회 시상식에서 타란티노가 연출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총 10개 부문 후보로 지정됐다. 역시 이번에도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부문이 포함됐다. 이번에도 타란티노가 각본상만 받아 간다면, 그는 아카데미 각본상만 3개를 받는 감독이 된다. 수상의 기쁨은 없지는 않겠지만, 그리 크지는 않을 것 같다.

 

3. 브래드 피트는 배우로서 생애 첫 아카데미상을 받을까?

ⓒDimitrios Kambouris via Getty Images

브래드 피트와 아카데미상의 인연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받은 상은 2014년 ‘노예 12년‘으로 받은 작품상이 유일하다. 그가 이 영화의 제작자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브래드 피트는 ‘머니볼‘과 ‘빅쇼트‘의 제작자로서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머니볼‘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2몽키즈‘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작품상은 받아봤지만, 주연상은 받지 못한 배우인 셈. 92회 아카데미상에서 그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다행히(?) 이번 작품상 후보작 가운데에는 그가 제작한 영화가 없다.

 

4.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생애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까?

ⓒSteve Granitz via Getty Images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전 세계인의 사랑 못지않게 안쓰러운 시선을 받던 배우였다. 마틴 스콜세지와 손을 잡고 만든 ‘애비에이터‘로 지난 2005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받지 못했다. 역시 스콜세지와 함께 했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도 받지 못했다. 이미 그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로도 후보에 오른 적이 있었고, 1993년에도 ‘길버트 그레이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받지 못했다.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그의 숙원이자, 팬들의 숙원이었다. 결국 그는 지난 2016년 ‘레버넌트‘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번에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함께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남우주연상에 도전한다. 그가 또다시 상을 받았으면 하는 팬들이 많겠지만,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조커’의 호아퀸 피닉스도 있다. 그리고 그에게도 디카프리오 못지 않은 수상 실패의 역사가 있다.

 

5. 호아퀸 피닉스는 생애 첫 번째 아카데미상을 받을까?

ⓒTaylor Hill via Getty Images

호아퀸 피닉스는 지난 2001년 ‘글래디에이터‘로 남우조연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후 2006년에는 ‘앙코르‘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2013년에는 ‘더 마스터‘로 역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이후 ‘그녀‘(2014)와 ‘인히어런트 바이스‘(2015)로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2019년 개봉한 ‘조커’는 공개되자마자 호아퀸 피닉스를 가장 유력한 남우주연상 수상후보로 떠올렸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래도 한 번은 받았다. 이번에는 호아퀸 피닉스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6. 20년 만에 아카데미상 무대에 돌아온 샘 멘데스는 어떤 상을 받을까?

ⓒSteve Granitz via Getty Images

샘 멘데스는 데뷔작으로 단번에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던 전설이다. 1999년 개봉한 ‘아메리칸 뷰티‘다. 하지만 이후 20년 동안 그는 아카데미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2009년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골든 글로브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그뿐이었다. 그가 연출한 ’007 스카이폴’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지만, 역시 그뿐이었다. 샘 맨데스는 작품상을 수상한 지 20년 만에 ‘1917’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분장상, 음악상, 미술상, 사운드 편집상, 사운드 믹싱상, 시각효과상 까지 총 10개 부문이다. ‘1917’은 이미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가 20년 만에 왕관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7.작품상 부문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 감독 영화인 ‘작은아씨들’은?

ⓒ소니픽처스코리아

지난 2018년 그레타 거윅은 ‘레이디 버드‘로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2020년에는 ‘작은 아씨들‘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이 영화의 배우인 시얼샤 로넌과 플로센스 퓨는 각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작은 아씨들’은 각색상, 의상상, 음악상 수상 후보에 선정됐다. 9편의 작품상 후보들 가운데에서는 유일한 여성 감독의 연출작이기도 하다.

 

8. 배우지만, 2개 부문 후보에 오른 스칼렛 요한슨은 상을 받아갈까?

ⓒAxelle/Bauer-Griffin via Getty Images

지금은 블랙 위도우이지만, 과거에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샬롯이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같은 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도 골든글로브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수상하지는 못했고, 아카데미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후 약 16년의 시간 동안 스칼렛 요한슨은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배우인데도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조조래빗‘으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결혼이야기’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생애 첫 아카데미상 무대에서 그녀가 상을 받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9. ‘기생충’은 작품상을 받는 최초의 비영어권 영화가 될까?

'기생충'
'기생충'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영화팬들은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가 미국에서 공개된 후 감지된 분위기는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설마 했지만, 정말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기생충‘이 만약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다면 이 상을 받은 최초의 비영어권 영화가 된다. 감독상을 받는다면 ‘브로크백 마운틴‘과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번이나 감독상을 받은 이안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인 감독상 수상자가 된다. ‘국제장편영화상‘과 ‘작품상‘을 함께 받는다면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2018)와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1999)도 이루지 못한 기록을 갖게 된다. 두 작품 모두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지만, 작품상 부문에서는 후보에 오르는 데 그쳤다. 물론 ‘기생충’이 후보에 오른 6개 부문 가운데 상을 1개만 받아도 한국영화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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