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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 13일 15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1월 31일 13시 04분 KST

[여성역도 선수 인터뷰] 하나의 몸, 두개의 시선

"넌 역도 안 하게 생겼다"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질 수 있는 말은 사실 없다

오늘 아침도 거울을 봤다. 입술 색이 유난히 없는 것 같다. 입술에 색칠을 하고는 출근을 했다. 매일 이렇게 거울을 본다. 거울에 반사되는 얼굴, 그 얼굴을 조금씩 손보며 살아간다. 이런 세상에서 두 가지 거울 앞에 서는 이들이 있다. 여성 역도 선수다. “역도장에는 거울이 많아요”라고 가민정 선수(한체대 3학년)는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역도장은 입구와 창문을 빼면 전부 거울이었다. 거울 앞에 서는 선수는 무슨 생각을 할까. 

“제 몸을 거울로 딱 보잖아요. 거울 보면 다리가 왜 이렇게 얇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상체를 보면 ‘팔을 좀 더 키우고 싶다’. 역도장만 오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자신 몸무게의 두 배, 세 배를 들어야 하는 역도 선수의 욕심일까. “근데 반대로 같은 몸인데 일상생활에서 사복을 입으면 허벅지가 너무 두꺼워서 막 가리고 싶어요” 하나의 몸, 두 개의 시선을 마주하는 이들. 어찌 보면 자신이 원하는 나의 모습과 세상이 원하는 나의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HUFFPOST KOREA/HANGANG KIM
가민정 역도선수

선수 스스로가 자신을 대하는 두 개의 시선이 있다면 그들에게 가해지는 제3의 시선도 있다. 사람들이 여성 역도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우람한 체격에 찡그린 표정. 김담비 선수(한체대 1학년)는 “역도는 일단 여자 체급은 55, 59, 64. 71, 76kg 그리고 87, 87kg 플러스가 있어요”. 사람들은 역도에 체급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고 한다.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를 통해 여성 역도 선수에 대한 정보가 조금은 알려졌지만 현실 세계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님이 운동하시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택시를 체대에서 탔거든요. 운동한다고 하니까 무슨 운동 하냐고 물어보셔서 역도 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역도 어떻게 하냐고 제가 역도랑 안 맞게 생겼다’ 이렇게 얘기하셔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눈들의 도시에서 시선은 당연한 인사치레쯤으로 여겨졌었다. “그렇게 안 생겼는데”라는 말의 위력은 강력하다. 결국 ‘보통’ 그렇지 않다는 뜻이며, ‘너’만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위력을 겪어온 이들이 거울 속 자신을 검열하는 여성, 거리에서 손을 잡지 못하는 퀴어 커플, 보호시설 속 장애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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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민정 역도선수

역도를 하며 느낀 편견이 있는지 궁금해요. 구체적으로요.

김담비 =운동선수라고 하면 종목마다 다른 거 같아요. 체조라고 하면 다들 예쁘장하게 생기고 마르고 그냥 그런 인식. 그리고 역도는 역도 하면 키 안 큰다. 살찐다. 남자들이 근육이 크고 하면 ‘오, 멋있다’ 이렇게 느끼시는데 여자 선수들이 근육이 크거나 몸집이 있으면 좀 그냥 ‘뚱뚱하다’, ‘어휴’ 그냥 이렇게 느끼시는 거 같아서.

대학교에 여성 역도선수와 남성 역도선수 비율은 어떤가요.

김담비 = 원래 체대에서 수시 정시 티오 나는 게 남녀 비율이, 남자 비율이 더 크고 여자 비율이 좀 더 작은 편인데 저희 학년은 5:5에요. 그래서 남자 5명 여자 5명 이렇게 들어왔어요. 

가민정 = 원래 저희 학년엔 두 명 이었는데 한 명이 관둬서 지금 운동하는 사람들 중에선  여자 혼자거든요. 1학년 때는 (남자 선수들하고)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도 했어요. 시간이 흐르니까 (미래에 대한) 대화도 하고 싶고 제가 고민도 나누고 싶고 그런데 그런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하고. (여성 선수가) 없으니까 말할 사람이. 아무리 선배가 편하다고 해도 후배가 편하다고 해도 속마음까진 잘 몰르잖아요. 친구끼리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런 것도 힘든 거 같아요.

사전 인터뷰에서 여성 선수들은 근육량이 선천적으로 남성 선수보다 빨리 빠진다고 말해주셨어요.

가민정 = 휴가받더라도 편하게 쉬지 못한다는 거. 여자애다 보니까 남자들보다 근육이 빨리 빠지는 편이잖아요. 그래서 하루 이틀 쉬다 보면 운동해야 될 거 같고 불안하고 근육 다 빠질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3일 이상 쉴 때는 별로 없어서. 일반인이 쉴 때 쉬는 거와는 좀 다르게 쉬는 편이죠. 유지해야 되니까 이제 근력을. 제가 생각했을 때는 (남성 선수와) 같은 휴가를 받고 쉬고 오잖아요. 그러면 여자는 엄청 낑낑대면서 다시 회복 훈련을 하는데 남자 같은 경우도 이제 근육이 빠졌겠지만 금방 다시 자기 기록 회복하고 그러는 게 조금 부럽고 그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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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담비 역도선수

처음 역도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해요. 그리고 요즘은 어떠신지.

김담비 = 역도장 가서 빈 봉 들고 하다 보니까 코치님이 역도 하자고 하셔서. 부모님께 역도장을 다닌다고 말씀드렸는데 부모님이 처음에 되게 많이 반대하셨어요. 제가 첫딸이고 좀 귀하게 자라서. 아빠는 딸을 예쁘게 키우고 싶은데 역도를 하면 티비에서 보는 것처럼 이렇게 막 커지고 그럴까 봐 반대하신 거 같아요.

가민정 = 엄마는 조금 안쓰러워하시죠. 중학교 때 시작을 했으니까 초등학교 때는 되게 날씬하고 이제 옷도 이쁜 것도 막 입고 다니고 그랬는데. 이제 운동하고 나서 근육 나오고 그 이제 덩치도 커지니까 옷 사주거나 그럴 때 막 안 맞거나 그러면 막 역도 안 하면 안 되냐 이런 말도 하신 적도 있고 저희 엄마가 좀 여자여자한 걸 좋아하거든요 레이스 달리고 그런 거.

중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 한 건데, 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김담비 = 고등학교 때는 귀 뚫는 것도 안 됐고 염색하는 것도 안 됐어요. 일단 인식이 운동을 하는데 이런 걸 하면 ‘불량해 보인다’. 그리고 ‘운동에 집중을 못 한다’ 이런 인식들이 있어서 그동안 못했던 거 같아요. 또 대학교 올라와서는 공부하는 학생들은 공부를 하면서도 자기 맘대로 가꾸고 싶을 때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거고 방학 기간에 염색이나 귀 뚫는 거 그런 것도 자유롭다고 하고. 방학 기간에는 자기 시간이니까 자기가 뭔가를 계획해서 할 수 있잖아요. 근데 운동선수들은 방학 기간에도 그냥 운동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그중에 휴가가 있으면 잠깐 여행계획 그게 끝이니까. 지금이 20대 때가 한창 다 놀고 싶을 때잖아요.

운동 이외에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건 없나요.

김담비 = 불편한 건. 그냥 이렇게 몸이 커지고 싶어서 커진 게 아니고 운동을 하면서 필요하니까 필요에 의해서 커지게 만든 건데. 그냥 커진 몸에서 느껴지는 불편이 있어요. 맨날 운동하면서 츄리닝 입다가 사복 입고 할때 그럴 때. 한 번씩 옷 살 때 힘들어요. 허벅지에 맞추면 허리가 안 맞고 허리에 맞추면 허벅지가 안 맞고. 다른 선수들은 그냥 발달된 부위가 딱 보이는데 저희는 한 부위가 아니고 전신적으로 다 그러니까. 그래서 좀 맞춰서 입기가 힘든 거 같아요.

HUFFPOST KOREA/HANGANG KIM
김담비 역도선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가민정 =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운동을 관두면 이게 ‘끝이 아니다’라는 거를 조금 얘기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다른 걸 생각하고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지금까지 해온 걸 접목 시켜서 다른 거를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역도가 다른 운동에 비해 특별하다고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많이 모르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제가 더 특별한 걸 하고 있는 거잖아요. 

HUFFPOST KOREA/SUJONG LEE
김담비 역도선수

스포츠 다큐 시리즈: 마이너리그

허프포스트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허프’가 스포츠 다큐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운동선수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더 많은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김한강 에디터: hangang.kim@huffpost.kr

사진=이수종 에디터: sujong.lee@huffpost.kr

김한강 에디터: hangang.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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