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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들이 총통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르포)

고속버스 승차권이 모두 팔리고, 철도 운행도 증가했다.

ⓒCarl Court via Getty Images

총통과 입법위원 동시 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대만 수도 타이베이 중정구에 자리한 집권 민진당 중앙당사 앞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당사 앞 도로에는 이미 대형 간이무대가 마련됐고, 그 앞으로 기중기를 동원해 거대한 흰색 텐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주리시 국립정치대학 교수는 “선거 당일 저녁 당락의 윤곽이 드러나면, 당선 후보가 당사 앞 흰색 텐트에서 첫 기자회견을 하는 게 대만 정치권의 관례”라고 귀띔했다.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제1야당인 국민당 한궈위 후보를 최대 30%포인트까지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까지 있을 정도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자, 선거 전날임에도 일찌감치 ‘당선 축하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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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 1층에서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다. 노란 헬멧, 검은 옷, 검은 마스크 차림의 홍콩에서 온 ‘원정 지지’ 청년들이 당사로 들어서자 로비에 있던 20여명의 민진당 활동가가 이들을 환하게 맞았다. 홍콩 청년들은 ‘2020년, 대만에 승리를’이라 적힌 선거 구호판 앞에서 민진당 활동가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들이 골판지에 매직으로 쓴 손팻말엔 ‘홍콩은 대만과 함께한다. 주권수호, 민주수호, 대만수호’ ‘집에 가서 투표하자’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전날 홍콩에서 타이베이로 왔다는 카렌 라우(24)는 “대만의 권리를 지키는 차이잉원 총통을 지지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왔다. 오늘 온종일 팻말을 들고 시내를 돌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권리’가 뭐냐고 묻자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후이자 터우퍄오’(집에 가서 투표하자)는 차이 총통의 핵심 지지 기반인 30살 이하 젊은 유권자 약 310만명, 그중에서도 첫 투표에 나설 23살 이하 유권자 118만여명을 겨냥한 구호다. 선거를 앞두고 민진당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귀향 투표’ 독려를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역대 선거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의 투표율은 80%를 상회한 반면, 20~30대 투표율은 60%대에 그친 탓이다.

투표 독려 효과 때문인지 이날 대만 교통당국은 평일임에도 오후 1~10시 고속버스 승차권이 모두 팔렸으며, 이용객 급증으로 고속철도와 일반철도도 증편 운행한다고 밝혔다. 철저한 ‘중국 위협론’으로 젊은층을 공략해온 차이 총통의 전략과 7개월째로 접어든 홍콩 민주화 시위가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HSU TSUN-HSU via Getty Images
ⓒCarl Court via Getty Images
ⓒCarl Court via Getty Images

앞서 전날 저녁 국민당 한궈위 후보의 타이베이 마지막 대규모 유세가 열린 타이베이 한복판 총통부 앞 거리는 온통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물결을 이뤘다. 대만 국기(청천백일기)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파란색 옷을 차려입고 나온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자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퇴진 민진당” “당선 한궈위”라고 외쳤다.

여론조사 지지율의 압도적 열세 속에 쌀쌀한 날씨에도 지지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국민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당 관계자는 “오후 5시께 참가자가 3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저녁 8시36분께 90만명을 돌파했다”며 “숨어 있던 지지자들이 선거 막판에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당의 이번 선거 으뜸 구호인 ‘대만안전, 인민유전’이라 적힌 팻말을 손에 쥔 한 지지자는 “대만과 중국의 사이가 좋아야 경제도 좋아지고 살림도 나아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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