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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 정부 : 추락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이란 미사일에 '우발적 격추'됐다

미국 정부는 위성 감시 정보와 통신 감청 내역을 근거로 이렇게 판단했다.

  • 허완
  • 입력 2020.01.10 14:24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 이란 테헤란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여객기와 같은 기종이다. (Photo by STR/NurPhoto via Getty Images)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 이란 테헤란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여객기와 같은 기종이다. (Photo by STR/NurPhoto via Getty Images) ⓒNurPhoto via Getty Images

8일 이란 테헤란 공항 이륙 직후 추락해 탑승객 176명 전원이 사망한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여객기가 이란의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으며, 이는 우발적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9일(현지시각) 잠정 결론 내렸다.

서방 국가들의 이같은 판단은 앞서 이란 당국이 발표한 초기조사 결과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이란 항공 당국은 여객기가 테러나 미사일 공격이 아닌 기술적 문제를 일으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회견에 나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동맹국들 및 자체 첩보 등 복수의 출처에서 나온 정보들”을 언급하며 ”(입수된) 증거들은 비행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미사일에 의한 격추가 ”의도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발적으로 미사일이 발사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모든 의문을 해소할” 때까지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캐나다는 이번 사고로 이란(82명) 다음으로 많은 63명의 자국민을 잃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타와, 캐나다. 2020년 1월9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타와, 캐나다. 2020년 1월9일.  ⓒBlair Gable / Reuters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이란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여객기를 추락시킨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위성 추적 시스템과 감청 내역을 종합해 ‘높은 수준의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국자는 러시아가 제작한 이란 방공시스템이 지대공 미사일 두 발을 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를 감지하는 미국 위성 시스템에도 이란의 단거리 요격미사일 발사가 포착됐으며, 미국 정보기관들이 이란 내 통신 내역을 감청한 결과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당국자는 밝혔다.

세 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란의 미사일이 실수로 발사된 것으로 본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날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저쪽에서 누군가 실수를 저질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국제항공 PS752편 여객기 추락 지점에 기체 잔해 등이 널려있다. 테헤란, 이란. 2020년 1월8일. 
우크라이나국제항공 PS752편 여객기 추락 지점에 기체 잔해 등이 널려있다. 테헤란, 이란. 2020년 1월8일.  ⓒWana News Agency / Reuters

 

이와는 별도로 NYT는 입수한 추락 당시 영상을 바탕으로 미사일로 보이는 무언가가 공중에서 폭발한 뒤 여객기가 몇 분 동안 비행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미사일이 여객기를 직접 타격한 게 아니라 바로 앞에서 폭발했고, 파편에 의해 기체가 손상된 여객기가 공항 쪽으로 선회를 시도하다가 추락했다는 것. 이후 여객기는 불길에 휩싸인 채 하강하다가 폭발을 일으킨 뒤 추락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향하던 이 여객기가 추락하자 일각에서는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과 관련이 있는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고, 미국과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도 미사일 격추설을 부인했었다.

이번 사고는 이란이 군사기지 두 곳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벌인 지 몇 시간 뒤에 발생했다. NYT는 이란이 미국의 보복을 경계하느라 방공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국방 전문가이자 미사일방어지지동맹(MDAA) 설립자인 리키 엘리손은 ”그들(이란)은 미국 비행기와 유사한 어떤 것이든 격추하기 위한 전면 경계태세에 있었다”며 ”누군가 이걸 군용기로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Relatives of the flight crew members of the Ukraine International Airlines Boeing 737-800 plane that crashed in Iran, mourn at a memorial at the Boryspil International airport outside Kiev, Ukraine January 8, 2020. REUTERS/Valentyn Ogirenko     TPX IMAGES OF THE DAY
Relatives of the flight crew members of the Ukraine International Airlines Boeing 737-800 plane that crashed in Iran, mourn at a memorial at the Boryspil International airport outside Kiev, Ukraine January 8, 2020. REUTERS/Valentyn Ogirenko TPX IMAGES OF THE DAY ⓒValentyn Ogirenko / Reuters

 

이란 정부 당국자들은 미사일 격추설을 부인했다. 미사일에 격추됐다면 여객기가 공중에서 곧바로 폭발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NYT는 당시 방공시스템은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게 아니라 근처에서 폭발해 파편으로 목표물을 추락시키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 대변인 알리 라비에이는 ”이같은 보도들은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며 ”자국민 탑승객이 있는 모든 국가들은 (조사를 위한) 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고, (추락 여객기 제조사인) 보잉도 블랙박스 조사 과정에 참여할 대표단을 보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도 사고 조사 참여를 공식 요청했다.

한편 추락한 우크라이나국제항공 PS752편 여객기는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상업운항이 개시된 보잉 737-8000으로, 기체 결함으로 운항이 중단됐던 737 맥스(Max)와는 다른 이전 세대(3세대, Next Generation) 기종이다. 

탑승객들의 국적은 이란(82명), 캐나다(63명), 우크라이나(11명, 승무원 9명 포함), 스웨덴(10명), 아프가니스탄(4명), 독일(3명), 영국(3명) 등이다. 이란을 방문한 뒤 돌아가던 이란계 캐나다인 학생들이 대거 탑승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직항 노선이 없는 탓에 테헤란에서 키예프를 경유해 캐나다 토론토를 향하는 이 노선을 자주 이용해왔다.

사고기는 오전 6시12분에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했으나 6분 만에 추락했다. 이란 당국의 초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장이 추락 전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교신을 시도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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