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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의 '솔레이마니 사살' 경위를 보고 받은 이 의원들이 분노한 이유

'사살 작전의 정당성, 즉 공격이 임박했었다는 주장을 입증할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 허완
  • 입력 2020.01.09 17:31
US Senator Mike Lee, R-UT, speaks to reporters following a closed-door briefing on Saudi Arabia at the US Capitol in Washington, DC on November 28, 2018. - US Secretary of State Mike Pompeo on Wednesday defended America's increasingly contentious support for Saudi Arabia in the Yemen war, warning lawmakers the brutal conflict would worsen without US involvement. (Photo by MANDEL NGAN / AFP)        (Photo credit should read MANDEL NGAN/AFP via Getty Images)
US Senator Mike Lee, R-UT, speaks to reporters following a closed-door briefing on Saudi Arabia at the US Capitol in Washington, DC on November 28, 2018. - US Secretary of State Mike Pompeo on Wednesday defended America's increasingly contentious support for Saudi Arabia in the Yemen war, warning lawmakers the brutal conflict would worsen without US involvement. (Photo by MANDEL NGAN / AFP) (Photo credit should read MANDEL NGAN/AFP via Getty Images)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8일(현지시각) 비공개 브리핑 청취를 마치고 나온 마이크 리 미국 상원의원(공화당, 유타)은 잔뜩 분개한 상태였다. ”미국 상원의원으로 재직한 9년 동안, 군사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내가 본 것들 중 최악의 브리핑이었을 것이다.”

이날 브리핑은 이란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던 군부 지도자 카셈 솔레이마니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단행된 미군의 사살작전의 배경을 의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작전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임박한 위협’이 있었는지, 그렇다면 증거는 무엇인지가 핵심이었다.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트럼프 정부 외교안보팀 고위 당국자들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이날 비공개 브리핑은 상당수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로이터뉴욕타임스(NYT), 더힐 등이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최소 두 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가 솔레이마니 사살 작전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보여줄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엄호하는 공화당 의원 대다수는 ‘분명한 정보’가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WASHINGTON, DC  JANUARY 8: U.S. Secretary of State Mike Pompeo departs from a briefing for members of 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about the situation with Iran, at the U.S. Capitol on January 8, 2020 in Washington, DC. Members of the House and the Senate are expected to be briefed by Secretary Pompeo, Secretary of Defense Mark Esper, Chair of the Joint Chiefs of Staff Mark Milley, CIA Director Gina Haspel and Acting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Joseph Maguire. In response to the U.S. killing of Iranian General Qasem Soleimani, Iranian forces launched more than a dozen ballistic missiles against two military bases in Iraq early Wednesday local time. (Photo by Drew Angerer/Getty Images)
WASHINGTON, DC JANUARY 8: U.S. Secretary of State Mike Pompeo departs from a briefing for members of 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about the situation with Iran, at the U.S. Capitol on January 8, 2020 in Washington, DC. Members of the House and the Senate are expected to be briefed by Secretary Pompeo, Secretary of Defense Mark Esper, Chair of the Joint Chiefs of Staff Mark Milley, CIA Director Gina Haspel and Acting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Joseph Maguire. In response to the U.S. killing of Iranian General Qasem Soleimani, Iranian forces launched more than a dozen ballistic missiles against two military bases in Iraq early Wednesday local time. (Photo by Drew Angerer/Getty Images)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의회에 대한 모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 권한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리 의원은 이날 브리핑을 의회와 헌법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의원들에게 건넨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토론하지 말고,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군사 개입의 타당성을 논의하지 말라. 그렇게 한다면 그건 이란을 도와주는 꼴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우리에게 착한 어린이가 되어서 이 문제를 공론장에서 토론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중이다. 이건 정말이지 몰상식한 일이다. 이건 미국적이지도 않고, 반헌법적이다.” 리 의원이 열변을 토했다.

 

공화당의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도 공감을 표했다. 그는 ”(작전 배경에 대해) 이미 신문에서 본 것 그 이상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말로 브리핑 내용을 요약했다.

폴 의원은 또 2002년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을 겨냥한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의회가 대통령의 무력사용권(AUMF)을 승인한 사례를 들어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이 솔레이마니 사살을 정당화하려 했다며 이는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사담 후세인과의 전쟁을 승인한 것과 지금 이라크에 있는 사람과 전쟁을 하는 게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어떤 말로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민주당, 버몬트)은 당국자들이 브리핑에서 제시한 ”팩트들은 미국(인 및 시설)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었다는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원 외교위원장 엘리엇 엥겔(민주당, 뉴욕)은 ”브리핑의 기본적인 테마는 정부가 사실상 ‘우리를 믿으라’고 말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게 핵심이다. 이와 같은 이슈들에 대해 누구를 믿으라는 건지, 무엇을 믿으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크리스토퍼 머피 상원의원(민주당, 코네티컷)은 이번 브리핑에서 ”의회 승인 없는 군사 공격을 허용할 만큼 구체적인 임박한 위협의 증거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문제들에 있어서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민주당, 오하이오)은 조지 W. 부시 정부가 존재하지도 않는 ‘대량살상무기’를 이라크 전쟁 개시 명분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것조차 ‘비애국적’인 행위로 몰아갔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브리핑이었다”

반면 짐 리쉬 상원의원(공화당, 아이다호)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는 자신이 참석했던 것들 중 ”최고의 브리핑 중 하나”였다며 솔레이마니 사살 작전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명백한 정보”를 정부가 제시했다고 전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도 ”매우 좋은” 브리핑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솔레이마니를 잡겠다는 결정, 어제 이란의 (보복)공격에 대한 대응 결정 두 가지 모두에 대한 이유를 당국자들이 훌륭하게 제시했다고 본다.”

UNITED STATES - JANUARY 8: Speaker of the House Nancy Pelosi, D-Calif., arrives to the Capitol Visitor Center for a briefing by administration officials for members of the House on the latest developments on Iranian airstrikes in Iraq on Wednesday, January 8, 2020. (Photo By Tom Williams/CQ-Roll Call, Inc via Getty Images)
UNITED STATES - JANUARY 8: Speaker of the House Nancy Pelosi, D-Calif., arrives to the Capitol Visitor Center for a briefing by administration officials for members of the House on the latest developments on Iranian airstrikes in Iraq on Wednesday, January 8, 2020. (Photo By Tom Williams/CQ-Roll Call, Inc via Getty Images) ⓒTom Williams via Getty Images

 

한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은 이날 비공개 브리핑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 관해 군사력을 동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징적’ 결의안을 이르면 9일 중으로 하원 전체 표결에 부치겠다고 말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전쟁을 선포하는 권한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있다. 그러나 헌법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전쟁 수행 권한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이 전쟁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면 의회가 이를 저지할 장치는 사실상 없는 게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에 대한 드론 공격을 의회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정부가 작전 실행 이후 관련 내용을 의회에 통보한 공식 문건을 기밀로 지정한 것에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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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이란 #이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