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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손실 폭탄된 '라임 펀드', 우리은행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다

DLF 사태에서도 우리은행이 눈에 띄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평생 모은 1억원, 은행 차장이 추천한 펀드에 넣었다가

73세 정모씨는 2019년 4월 우리은행을 통해 ‘라임 펀드’에 1억원을 넣었다.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아내와 함께 평생 모은 돈이었다. 67세인 정씨 아내는 ”결혼한 뒤 40년 동안 하루도 쉰 적이 없다”면서 ”파출부 몇 년하고 1982년에 야쿠르트 들어가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부부가 모은 1억원이었다. 

6개월이 지난 2019년 10월 정씨는 은행으로부터 ‘펀드에 투자한 1억원 중 6000만원을 돌려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투자금의 60%를 라임펀드에 넣었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고위험사모펀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정씨는 ”예금을 하려고 했는데 은행 차장이 ‘국내 펀드 안전한 것이 있다‘고 그래서 (가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라임 사태’가 불거졌을 때 MBC뉴스가 보도한 피해자 사례다. 

라임 사태는 지난해 10월 한국형 헤지펀드 1위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이 수천억원대 규모의 펀드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라임운용이 고위험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과 채권 중간 성격의 상품)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편법 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투자자가 이탈에 나섰고, 투자자산을 처분하기 어려워지자 결국 환매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고객 재산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했지만 이 조치로 인해 투자자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12월엔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투자 대상인 미국 헤지펀드가 미 금융당국으로부터 ‘폰지 사기(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로 판명돼 자산 동결 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라임자산운용은 개인고객 투자금(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에서 받은 대출금(3500억여원) 등을 합쳐 6000억원가량의 무역금융펀드를 운용했는데, 이 가운데 40%를 미국 헤지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개인투자자들이 2400억원대 투자 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금감원은 라임운용이 미국 헤지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펀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투자자를 모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매 중단 펀드의 손실률은 이르면 이달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손실률이 70%를 넘을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동아일보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실사 중인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8일 이번 사태에 대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라임 사태가 그동안의 금융 사고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불완전 판매, 사기·횡령 등의 불법행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 규모 등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꼬여있기 때문이다. 라임운용이 당장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펀드 규모는 1조5600억원이다. 이 중 개인이 돌려받지 못하는 돈은 9170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손실률이 7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 손실액만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애기다.

DLF 사태에서처럼 은행의 불완전 판매 정황도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판매사들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잔액 5조 7000억원 중에서 은행에서 판매된 건 약 2조원이다. 34.5%를 차지한다. 평균적으로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 비중이 7%인 것과 비교하면 5배나 높은 비중이다. 라임 펀드의 일부 투자자들은 은행에서 사모펀드라는 사실을 모르고 가입했거나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100% 보험 가입 상품이라 최악의 경우라도 원금은 보장된다고 분명히 들었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으로 돈이 묶인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은행창구를 통해 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라임운용 펀드에 돈을 넣은 개인투자자 3606명(계좌 수 기준) 중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모두 2237명(62%)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369명은 증권사를 통해 가입했다. 판매 은행은 7곳, 증권사는 11곳이었다. 이 중 우리은행을 통한 펀드 가입자가 144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385명), 대신증권(362명), 신한금융투자(301명), 신영증권(229명), 부산은행(216명), 메리츠종금증권(160명), KB증권(104명), 경남은행(97명) 순이었다. 가입금액도 우리은행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입 금액은 우리은행(3259억원), 신한금투(1249억원), 하나은행(959억원), 대신증권(692억원), 메리츠증권(669억원), 신영증권(646억원), 부산은행(427억원) 순으로 컸다. 고객 1인당 평균 가입 금액은 NH투자증권이 4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메리츠증권(4억2000만원), 신한금투(4억1000만원), 삼성증권(3억5000만원) 등 순이었다

MBC 보도화면 캡처
MBC 보도화면 캡처

DLF사태에 이어 ‘라임사태’에서도 눈에 띄는 우리은행 

눈에 띄는 건 우리은행이다. DLF 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에서도 가장 많은 펀드를 판매한 은행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TV에 따르면 김대호 경제학 박사는 우리은행이 자주 언급되는 것에 대해 2가지 문제를 꼽았다. 김 박사는 ”우리은행은 지금 주인없는 은행이다. 한일은행 상업은행이 망했을 때 정부가 공적 자금을 들여서 한빛은행으로 만들어준 회사인데 주인이 없다 보니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졌다”며 첫번째 이유를 꼽았다. 김 박사는 이어 ”원종준 라임운용대표가 우리은행 출신이며, 라임운용 부사장은 (라임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증권사인) 대신증권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아쉽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우리은행 관계자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가 우리은행 주식운용부 출신이기도 했고, 라임자산운용 상품 수익률도 워낙 좋았다”면서 ”고객 평도 좋아 라임자산운용사를 주요 파트너로 골라 잡았는데 결과가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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