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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지정 불온서적’ 출판사·저자, 소송 10여년 만에 배상 확정

2008년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한겨레신문사

지난 2008년 국방부가 지정한 ‘군대 반입 금지 불온서적’을 펴낸 출판사와 지은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0여년 만에 배상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8부(부장판사 설범식)은 지난해 12월19일 녹색평론사·당대·보리·한겨레출판·후마니타스·철수와영희·615출판사와 김진숙·한홍구·홍세화 등 저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이에 정부가 8일 이의신청 또는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판결이 확정됐다.

 

ⓒ후마니타스

이명박정권 시절인 2008년 국방부는 <대한민국사 1~4권>(한홍구·한겨레출판) <소금꽃나무>(김진숙·후마니타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홍세화 등·철수와영희) <우리들의 하느님>(권정생·녹색평론사) 등 21개 출판사의 23개 서적을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을 기준으로 불온서적으로 규정하고 군부대 내에서 반입을 차단하는 금서조처를 내렸다. 이에 출판사와 저자들은 “언론 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2012년)과 2심(2013년) 재판부는 기각 결정을 내려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 “해당 서적들은 국가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치는 책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사회 일반에서 양질의 교양 도서로 받아들여지는 책들이 포함돼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철수와 영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관련 서적들이 불온서적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충분한 심사를 거치지 않아 저자와 출판업자들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일부 출판사와 저자들에게 각 200만~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615출판사의 <핵과 한반도> <북한의 미사일 전략>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3권은 이미 법원에 의해 이적표현물로 판결이 확정됐다며 불온도서 지정이 위법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녹색평론사

판결이 확정되자 출판사 7곳은 8일 입장문을 내 “군사독재 정권 아래서 정부가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책들의 출판과 유통을 금지시킨 바 있지만, 수십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다시금 이와 유사한 행위가 국방부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후 11년이 지나 이루어진 법원의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출판사와 저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번 최종 판결에 대해 환영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가 불온도서로 규정한 책들 중 3권은 불온서적 지정과 군내 반입 불가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려 불온 여부만 정확히 판단한다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정당했다는 면죄부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출판사들은 국방부를 향해 “학문 사상의 자유 및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온서적 목록’ 작성을 앞으로 중단할 것을 선언하고, ‘불온서적 목록’을 작성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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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책 #출판 #불온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