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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국기모독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4명 합헌, 3명 위헌, 2명 일부 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집회 참가자인 김모씨가 2015년 4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도중 태극기를 불태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집회 참가자인 김모씨가 2015년 4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도중 태극기를 불태우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소각하거나 훼손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재판관 9명 중 3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2명은 국가기관에서 사용하는 공용기를 훼손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며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법 105조의 국기 부분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관 4명 합헌, 2명 일부 위헌, 3명 위헌 의견이었다. 위헌 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했다.

청구인 김아무개(29)씨는 2015년 4월18일 서울 종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전국집중 범국민대회 및 청와대 인간띠 잇기’ 행사에 참석했다. 김씨는 집회를 통제하고 있던 경찰에 항의하기 위해 경찰버스의 깨진 유리창 사이에 끼워져 있던 가로 45㎝, 세로 30㎝ 크기의 종이 태극기에 불을 붙여 태웠다. 당시 경찰은 김씨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법재판소 제공

김씨는 우발적으로 국기를 태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사는 김씨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태극기를 태웠다며 형법 105조를 적용해 기소했다. 2016년 2월17일 1심 재판부는 모욕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씨는 이 조항 중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 부분은 국가에 인격과 감정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고 모욕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같은 이유로 1심 재판부에 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으나 기각된 뒤 2016년 3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김씨 쪽은 1989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성조기를 태우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텍사스주법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결한 사례를 참고했다.

 

합헌 4명 : ”국가의 권위·체면 지키기 위해서는 형벌 불가피”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남석, 이은애, 이선애, 이종석 등 재판관 4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국가도 모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규제 대상인 모욕 개념이 다소 광범위하게 사용됐더라도 모욕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들은 “대한민국도 독자적 기능을 가지고 일정한 의사를 형성할 수 있는 하나의 국가공동체로서 고유의 명예와 권위를 가진다”며 “모욕은 ‘대상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이 조항이 금지, 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표현의 자유도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제한이 가능하다”며 “국가의 상징물인 국기를 보호함으로써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형벌로 이를 제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위헌 3명 : ’표현의 자유 과도하게 제한”

그러나 이석태, 김기영, 이미선 재판관은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는 정치적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또 법 조항이 적용하는 ‘모욕’의 범위가 광범위해 비판과 모욕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범위가 확대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진, 문형배 재판관은 “국가기관 등의 공용기가 아닌 국기 훼손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대리인 ”불태우는 행위로 국가가 개인에게 모욕당할 수 있나?”

이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국기를 태우는 표현 행위로 국가가 개인에게 모욕당할 수 있다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기가 가진 상징성때문에 국기를 소각하는 행위 자체는 정치적 의사 표현의 하나로 봐야 한다. 정치적 표현행위를 모욕이라는 모호한 규정의 해석을 통해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의 정민영 변호사는 “어떤 행위를 국가 모욕 행위로 볼 것인지 모호하다. 국민으로서 국가에 항의하고 비판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모욕이라고 하면 처벌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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