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문화 유적들을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혀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6일(현지시각) 전시 국제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거리를 둔 것이다.
이날 국방부 기자들이 ‘이란 문화유적을 공격할 것이냐‘고 묻자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무력 충돌의 (국제)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들이 ‘문화유적 폭격은 전쟁범죄에 해당하는데, 하지 않겠다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그는 ”그게 바로 무력 충돌 법이다”라고 밝혔다.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
국제법 등은 문화유적을 겨냥한 군사 행동을 전쟁범죄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도 참여한 1954년 헤이그협약(무력충돌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협약)뿐만 아니라 2017년 트럼프 정부도 동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2017년 결의안(제2347호) 역시 전시 문화유적 파괴를 금지하고 있다.
페르시아 문명의 보고인 이란에는 유네스코(UESCO)가 지정한 세계 유산 24곳(문화유산 22곳, 자연유산 2곳)이 있다. 등재를 앞두고 잠정목록에 등록된 곳은 56곳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시로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해외 작전을 전담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특수부대)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한 다음날인 4일, 이란이 보복할 경우 문화유적을 비롯한 이란 내 52곳을 공습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트윗을 올렸다. ’52곳’이라는 숫자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외교참사 중 하나로 남아있는 1979년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당시 444일 동안 억류됐던 미국인 52명을 상징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전용기에서 백악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위협을 되풀이했다. ”그들이 우리 국민들을 고문하고 불구로 만드는 게 용납됐고, 길가에 폭탄을 터뜨려 우리 국민들을 날려버리는 게 용납됐는데 우리가 그들의 문화유적을 건드리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 ABC뉴스 ‘디스위크’ 인터뷰에서 문화유적 폭격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한 채 ”우리는 합법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발언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비교하며 문화유적 파괴 위협을 비난했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겨냥함으로써 IS의 전쟁범죄를 모방하겠다는 환영에 빠진 이들에게 상기시키자면, 수천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이방인들이 와서 우리의 도시들을 황폐화시키고, 기념물들을 파괴하고 도서관들을 불태웠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나?
우리는 여전히 여기에 당당히 서있다.
한편 미국은 IS가 이라크 모술과 시리아 팔미라 등지의 수천년 된 고대 유적들을 파괴했을 때 이를 강하게 규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