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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법정에서 판사가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가 재심 결정을 내렸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61)씨와 최인철(58)씨가 6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61)씨와 최인철(58)씨가 6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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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제1형사부의 김문관 부장판사가 재판장에 있던 배석 판사들을 모두 일어나게 했다. 김 부장판사는 “30년 가까운 기간에 걸친 고문 피해의 호소에 이제야 일부라도 응답하게 된 것에 사과의 예를 표한다”며 재심 청구인들과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경찰 고문에 못 이겨 살인죄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해 당사자 2명에 대한 재심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재판부는 6일 강도살인 피의자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1년 간 복역하 모범수로 출소한 최인철, 장동익씨가 제기한 재심청구 재판에서 재심 결정을 내렸다. 이날 결정에 따라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사건 발생 30년 만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발생했다.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었다. 최씨와 장씨는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뒤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뒤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지난 2016년 SBS에 출연해 이 사건을 회고하며 ”변호사 생활을 통틀어 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 때부터 경찰이 고문을 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심 논의가 본격화된 건 2019년 4월. 사건을 조사한 대검 과거사위원회가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부산고법은 재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6차례에 걸쳐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문을 진행했다. 

재판부가 밝힌 이번 재심 결정의 쟁점은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 등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에 의하지 않고 강제연행을 하고 경찰서에 감금했는지 여부‘와 ‘자백할 것을 강요하면서 물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했는지’ 등 2가지였다. 재판부는 ”그동안 심문에서 재심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6차례 심문에서 물고문의 구체적인 방법, 도구 등에 대한 청구인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었으며 담당 경찰서의 유사 고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재심 사유가 충분하다”면서 재심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991년 11월 8일 사하경찰서 수사관들이 재심 청구인들을 연행해 구속영장을 집행할 때까지 사하경찰서에 유치한 것은 직권남용 불법체포 및 감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수사관들이  ‘검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미루어 재심 청구인들을 연행한 과정이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임의동행’으로 보기 어려우며, 긴급구속 요건도 갖추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불법체포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재심이 결정에 따라 재판부는 이후 재판을 신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른 시일 안에 공판 준비기일을 열어 검찰과 변호인 쌍방의 입증계획을 청취하고 재심에 필요한 증거와 증인을 확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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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재심 #낙동강변 살인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