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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장관이 미군 이라크 철수를 부인했다

이라크 정부에 '병력 재배치'를 통보한 미군의 서한이 보도된 후의 일이다.

  • 허완
  • 입력 2020.01.07 11:00
U.S. Defense Secretary Mark Esper holds a press briefing at Pentagon in Arlington, Virginia, U.S., December 20, 2019. REUTERS/Yuri Gripas
U.S. Defense Secretary Mark Esper holds a press briefing at Pentagon in Arlington, Virginia, U.S., December 20, 2019. REUTERS/Yuri Gripas ⓒYuri Gripas / Reuters

바그다드/워싱턴 (로이터) - 미군이 철군 준비의 일환으로 병력을 재배치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이라크 정부 당국자들에게 보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한 가운데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미군 병력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킬 계획이 없다고 6일(현지시각) 밝혔다. 

이같은 전개는 지난 금요일(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단행된 드론 공격으로 이란 군부 지도자인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살해된 이후 나온 것이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다음 가는 이란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하메네이는 6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장례식에서 거리를 가득 메운 애도객들과 함께 슬픔을 나타냈다.

미군 측이 보냈다는 서한의 내용은 이라크 의회가 모든 외국 병력의 철수를 요청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이 지역 내 미군 철수를 촉구한 이란에 힘을 실어준 다음날 알려졌다. (서한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An Iranian man holds a picture of Qassem Soleimani during a funeral procession for Iranian Major-General Qassem Soleimani, head of the elite Quds Force, and Iraqi militia commander Abu Mahdi al-Muhandis, who were killed in an air strike at Baghdad airport, in Tehran, Iran January 6, 2020. Nazanin Tabatabaee/WANA (West Asia News Agency)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An Iranian man holds a picture of Qassem Soleimani during a funeral procession for Iranian Major-General Qassem Soleimani, head of the elite Quds Force, and Iraqi militia commander Abu Mahdi al-Muhandis, who were killed in an air strike at Baghdad airport, in Tehran, Iran January 6, 2020. Nazanin Tabatabaee/WANA (West Asia News Agency)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Wana News Agency / Reuters

 

서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헬리콥터를 활용해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밤 바그다드 상공에서 비행 소리가 들렸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철군과 관련된 상황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에스퍼 장관은 이 서한에 대한 국방부 기자들의 질문에 ”이라크를 떠난다는 결정은 전혀 내려진 바가 없다”며 철군 준비 계획에 관한 지시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 서한이 뭔지 모르겠다. (...) 우리는 그게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어떤 건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를 떠난다는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다.”

이 서한은 이라크에 주둔중인 미군 병력의 향후 운명에 대해 혼란을 초래했다. 미국은 이라크에 5000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이 서한이 서툴게 작성된 초안이며 미군 병력의 활동 증가를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한은) 서툴게 작성된, 철수를 시사하는 내용이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밀리 합참의장이 철군 계획은 없다며 강조했다.

이라크 국방부의 이라크 연합작전사령부(CJOC-B)를 수신인으로 하고 미군 장성의 서명이 들어간 이 서한의 진위 여부는 로이터가 확보한 이라크 군 소식통에 의해 확인됐다.

에스퍼 장관은 다른 동맹국들 및 협력국들과 함께 이라크 내에서 이슬람국가(IS)에 대응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서한에는 ”이라크 공화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이라크 의회와 총리가 요청한 바와 같이 CJTF-OIR(연합합동태크스포스-내재된 결단)은 다가오는 며칠, 몇주 내로 전방 배치를 준비하며 병력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 서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IS 대항 연합군 사령관 윌리엄 실리 3세(준장)가 서명했다.

서한에는 ”우리는 (미군의) 철수를 주문한 이라크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한다”고 되어있다.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6일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에게 양국이 이라크 의회의 미군 철수 결의안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철수 일정 등의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People attend a funeral procession for Iranian Major-General Qassem Soleimani, head of the elite Quds Force, and Iraqi militia commander Abu Mahdi al-Muhandis, who were killed in an air strike at Baghdad airport, in Tehran, Iran January 6, 2020. Official Khamenei website/Handout via REUTERS
People attend a funeral procession for Iranian Major-General Qassem Soleimani, head of the elite Quds Force, and Iraqi militia commander Abu Mahdi al-Muhandis, who were killed in an air strike at Baghdad airport, in Tehran, Iran January 6, 2020. Official Khamenei website/Handout via REUTERS ⓒReuters/Handout

 

테헤란의 인파

하메네이는 바그다드에서 거행된 솔레이마니의 장례를 주도하며 감정이 복받쳐올라 목이 잠기기도 했다. 이란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성직자 하메네이의 신정통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지지를 받은 국가적 영웅이었다. 

장례식 인파를 공중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검은색 옷을 입은 추모객들이 대로와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운 채 ”미국에 죽음을!” 구호를 외쳤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지난 11월 반정부 시위 이후 국가적인 단합을 보여준 것이다.

이란 관영언론들은 추모객 인파가 수백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으며, 이란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이자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1989년 장례식에 운집했던 추모 인파를 떠올리게 한다.

솔레이마니 장군 사살은 중동의 분쟁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전 세계의 우려를 낳았다. 

지난 토요일(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시설들에 대한 보복을 벌인다면 문화 유적을 비롯한 이란 내 공격 목표 52곳을 공습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고 다음날에도 이같은 위협을 재차 내놨다. 다만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문화 유적 공습에 관한 언급의 의미를 축소하려 시도했다. 트럼프는 ’52곳’이라는 숫자는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미국 대사관에서 444일 동안 억류됐던 미국인 인질 52명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Iran 1979 hostage crisis
Iran 1979 hostage crisis ⓒReuters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 국가를 결코 위협하지 말라”고 적었다. 솔레이마니의 후임자는 보복의 의미로 중동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중도 성향으로 간주되는 로하니 대통령은 트위터에 “52라는 숫자를 언급하는 이들은 290이라는 숫자도 기억해야 한다. #IR655”라고 적었다. 1988년 미국 해군 전함이 이란항공 여객기를 격추시켜 탑승객 290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백악관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미군에 대한 공격의 배후로 솔레이마니와 그의 측근들을 지목한 바 있다.

솔레이마니가 맡았던 쿠드스군(해외 작전을 전담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특수부대) 사령관 후임자로 임명된 에스마일리 거니 장군은 ”알라의 가호로 이전처럼 단호하게 순교자 솔레이마니의 길을 변함없이 계승할 것이며 그의 순교에 대한 대가로 이 지역에서 미국을 제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전능한 알라가 솔레이마니의 복수를 약속했다.” 그가 이란 국영 TV에 말했다. ”분명 행동이 취해질 것이다.”

이란 내 다른 정치 및 군 지도자들도 이와 비슷한 불특정한 위협을 내놨다. 국제 석유 운송의 핵심 통로인 페르시아만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이란은 이 지역에 다양한 대리 세력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5일 우라늄 농축에 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2015년 이란과 합의했던 기념비적인 이란 핵협정이 또다시 후퇴한 것이다. 트럼프는 2018년 이 협정을 탈퇴했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협정의 주요 내용들이 서서히 퇴색되고 있다며 협정에 참여했던 유럽 국가들이 며칠 내로 이에 대응하는 절차를 밟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절차가 진행되면 당시 협정 체결로 완화됐던 대이란 제재가 복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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