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1월 02일 17시 27분 KST

전 닛산 회장 '카를로스 곤'은 왜 레바논으로 도망갔을까?

돈을 훔쳤다면 레바논으로

ASSOCIATED PRESS
ARCHIVO - En esta fotografía de archivo del 25 de abril de 2019, el expresidente de Nissan Carlos Ghosn sale bajo fianza del Centro de Detención de Tokio. (Kyodo News vía AP, Archivo)

지난달 말 악기 상자(콘트라베이스로 추정)에 숨어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도망친 카를로스 곤은 복잡한 사람이다. 브라질 태생인 곤은 프랑스에서 공부했고 프랑스 사업가로 불리고 있으나 부모님이 레바논 사람이다. 브라질, 프랑스, 레바논의 최상류층들과 밀접한 인맥을 갖고 있는 글로벌 신흥 귀족인 셈이다. 

곤은 닛산 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 기재 혐의와 회사자금을 유용한 특별배임죄로 2018년 11월에 체포됐다. 이후 10억엔(약 106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2019년 3월에 풀려났으나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되었다가 5억엔(53억원)의 보석료를 내고 4월에 다시 풀려났다.

감시 카메라가 달린 자택에 연금되어 있던 그는 지난해 말 악기 상자에 숨어 개인 전용기를 타고 레바논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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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카를로스 곤의 저택 앞을 레바논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블룸버그는 ”곤 회장이 은거지로 택한 레바논의 저택 건너편 벽에 쓰인 글씨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라며 ”휘갈겨 쓴 아랍문자로 ‘혁명‘이라 쓰여 있다”고 전했다. 곤 회장이 지금 칩거 중인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집은 800만 달러(92억원)에 달한다. 저택은 부정 부패로 인해 시위가 크게 일었던 중심지역 바로 인근에 위치한다. 블룸버그는 이 자택이 곤 회장이 배임한 ‘닛산’ 소유라고 밝혔다.

곤이 레바논으로 도주한 것은 그가 레바논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31일 전 레바논 법부무 장관 이브라힘 나자르는 AFP에 ”레바논 법은 자국민이 국외로 송환되는 것을 허하지 않는다”라며 ”일본 정부가 곤 전 회장의 송환을 요청하더라도 레바논 정부가 그를 일본으로 송환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AFP는 ”인터폴은 레바논에서 곤 전 회장의 신병을 구속하거나 사법 판단을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레바논의 영화감독이자 사회 활동가인 루시안 부르젤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진짜 정치적 망명자들은 보통 스웨덴으로 간다”라며 ”횡령이나 자금 유용 사기꾼들은 어디로 도망가는 줄 아나?” 바로 레바논이다”라고 밝혔다.

현재는 곤 전 회장이 일본을 탈출한 후 레바논 대통령을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주일본 레바논 대사관이 곤의 탈출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레바논 정부가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 문명국가 일본의 사법권을 처참하게 짓밟은 사례로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