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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바다오리가 나뭇가지로 배를 긁었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A puffin on the Farne Islands holds fish in its beak. Breeding Arctic terns, puffins, guillemots and shags all suffered losses due to significant rainfall on the Farne Islands earlier this month as the chicks and pufflings (baby puffins) were at their most vulnerable. 125mm of rainfall fell in just 24 hours on 13 June 2019, five times the amount that fell in the whole of June the previous year (24.8mm). (Photo by Owen Humphreys/PA Images via Getty Images)
A puffin on the Farne Islands holds fish in its beak. Breeding Arctic terns, puffins, guillemots and shags all suffered losses due to significant rainfall on the Farne Islands earlier this month as the chicks and pufflings (baby puffins) were at their most vulnerable. 125mm of rainfall fell in just 24 hours on 13 June 2019, five times the amount that fell in the whole of June the previous year (24.8mm). (Photo by Owen Humphreys/PA Images via Getty Images) ⓒOwen Humphreys - PA Images via Getty Images

″야생 동물의 도구 사용은 행동의 출현에 있어 진화적 동인을 이해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

아네트 파예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바닷새의 도구 사용에 대한 증거’ 초록 첫 문장에 등장하는 말이다. 파예 박사는 대서양 전역에 걸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코뿔바다오리를 연구했다.

그는 2012년부터 매년 6월 웨일스 남서쪽 해안에 있는 스코머 섬에서 황혼 무렵 서식지로 돌아와 몸치장을 하고, 사회 활동을 하고, 잠을 자는 코뿔바다오리 무리를 관찰했다.

사이언스 뉴스에 따르면 파예 박사가 처음으로 이 장면을 목격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이 놀라운 광경을 본 박사는 노트에 적어두기는 했으나 영상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 2018년이 되어서야 아이슬란드에서 영상 장비로 이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18년에는 아이슬란드 그림시섬의 코뿔바다오리 둥지 근처에 동작 감지 카메라를 설치했다. 해당 카메라는 동작을 감지하면 10초간 영상을 촬영하고 한번 영상 촬영을 마치면 30초간 멈추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이 카메라에 역사적인 장면이 담겼다. 코뿔바다오리가 나뭇가지를 부리로 집더니 배를 긁었다.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오프닝 같은 이 영상을 감상해보자.

이는 바닷새가 도구를 사용하는 첫 사례이자 세상의 모든 새 중 자신의 몸을 긁기 위해 나뭇가지를 든 유일한 사례다. 앞서 육지새 중에는 4살 아이 만큼이나 똑똑하다고 알려진 까마귀 등이 도구를 사용한 예가 있지만, 바닷새 중에는 도구를 사용하는 장면이 목격된 바가 없었다. 또한 그 똑똑한 까마귀조차 부리로 가지를 들어 배를 긁는 장면은 확인된 바가 없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조류가 몸 관리를 위해 도구를 사용한 예는 ‘앤팅‘뿐이다”라며 ”이는 기존에 우리가 생각했던 조류의 도구 사용 범위가 더 넓다는 것을 증명한다”라며 ”또한 도구를 사용하는 조류의 분류학적 범위를 ‘바닷새’로 확장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앤팅‘은 새들이 포름산 등의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개미 등을 자신의 깃털에 문질러 몸에 붙은 기생충이나 균류 곰팡이 등을 제거하는 행동이다. ‘막대로 깃털 긁기’는 앤팅을 제외한 첫 몸 관리 도구 사용인 셈이다.

이어 연구진은 ”우리의 독립적인 연구에서 1700km의 간격을 두고 관찰된 같은 습성은 이러한 행동이 이 종에서 더 널리 퍼져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라며 ”또한 바닷새의 신체 인지를 우리는 과소평가했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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