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제 의원 생활 중에 탄핵되시고 감옥에 가신 박근혜 대통령께 정말 죄송합니다.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이 짧은 한 줄을 읽는 데 거의 40초가 걸렸다. 2일 국회에서 기자들 앞에 선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회견문에 준비한 마지막 한 줄이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고 숨을 골라가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졌다.
그는 ”마땅히 그만둬야 할 시기”라며 4월에 열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참이었다. 유명 방송인으로 2004년 제17대 총선에 뛰어들어 경기도 용인에서 당선된 이래 어느덧 4선 중진의원이 된 그는 ”참 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시간 여부로 볼 때나 제 능력으로 볼 때나 당 사정으로 볼 때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 나라의 형편으로 볼 때나 제가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의원이 말했다. ”그것이 저를 이제까지 받아주고 또 키워주고 보호해주고 격려해줬던 당에 대한 저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한 의원은 불출마를 결심한 또다른 이유는 ”(황교안 대표 체제의) 첫 번째 사무총장으로서 황교안 체제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제 작은 결심이 (자유한국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 여러분의 요구에 조금이나마 답을 하는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정치를 한 세월 동안 자녀들에게 ”늘 아버지의 직업이 미안했다”며 ”이제는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고도 했다.
‘원조 친박’으로 흔히 분류되는 한 의원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원조 친박이었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저를 대변인 두 번이나 시켜준 분이다. 그 분을 저는 존경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보인 눈물의 의미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가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탄핵은 또 다른 문제다. 그것을 막아주지 못한 데 대해서 개인적으로 용서를 빌었다.”
한편 한 의원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한 여상규 의원에 이어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 중 불출마 뜻을 밝힌 아홉 번째 의원이 됐다. 지금까지 김무성(6선), 김세연·김영우·여상규(3선), 김성찬·김도읍(재선), 유민봉·윤상직(초선) 의원이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유한국당은 현역 의원 50%를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