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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중인 일본의 70대 원로배우에게 물었다 "매명입니까?"

"당연히 매명"

  • 박세회
  • 입력 2020.01.02 11:57
  • 수정 2020.01.02 11:58
Ryotaro Sugi, goodwill ambassador between Japan and Vietnam listens to a speech prior to a film competition for students  in Hanoi, Vietnam on Saturday Nov. 3, 2007. Sugi was in Vietnam for a week-long visit to further promote friendly relations between the two countries. (AP Photo/Tran Van Minh)
Ryotaro Sugi, goodwill ambassador between Japan and Vietnam listens to a speech prior to a film competition for students in Hanoi, Vietnam on Saturday Nov. 3, 2007. Sugi was in Vietnam for a week-long visit to further promote friendly relations between the two countries. (AP Photo/Tran Van Minh) ⓒASSOCIATED PRESS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 마태복음 6:3-4

어느 나라나 좋은 일을 할 때 드러내면 안 된다는 이상한 인식이 조금씩은 있다. 심지어 성경에도 쓰여 있다. 이런 인식 탓에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

일례로, 일본에는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먹는 인물이 있다. 70세를 훌쩍 넘긴 일본의 원로가수 겸 배우인 스기 료타로는 재해 현장이나 봉사 지원활동에 오랜 시간 참여해왔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매명, 위선”이라는 비판이다. 매명은 ‘이름을 파는 행위’ 또는 ‘셀프 퍼블리시티’를 뜻한다. 내가 한 일을 내가 알린다. 오른손이 한 일을 전 세계가 알게 하는 행위다.

매명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있다. 지난 동일본대지진 후에도 스기 료타로는 트럭 20대 분의 지원 물품을 모아 재해 복구 현장을 찾았다. 당시 스기 료타로에게 일본 언론은 물었다.

″그거 역시 매명입니까?”

카레를 데우고 있던 스기 씨는 ”당연히 매명이지. 매명이라고 이미 정해져 있잖아”라고 바로 대답했다고 한다. 지난 1일 공개된 버즈피드 재팬과의 인터뷰에서 스기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매명’은) 그동안 계속 따라다닌 말이라 이미 익숙해졌다”라고 밝혔다.

스기 씨는 버즈피드 재팬에 ”외무성의 고위 관리에게도 ‘매명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라며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이런저런 일들을 해왔는데, 여보쇼, 내가 한 일을 당신이 한번 다 해보고 다시 한번 물어보쇼’라고 말했더니 입을 다물더라”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스기 씨지만, 그의 태도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

어차피 유명인의 착한 일은 다 매명이다. 예수 역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는 했지만, 그의 제자들이 그 행적을 글로 써서 수천 년의 인류를 감화시켰지 않은가?

한편 스기 료타로는 가수 데뷔 전인 15세 때부터 양로원에 TV를 기부하는 등의 봉사 활동을 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특히 1995년 한신·아와지대지진, 2004년 니가타 현 주에쓰 지진,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의 사고 현장에 트럭으로 배식 차와 지원 물품 등을 끌고 가 자원 봉사 활동에 정력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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