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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정리] 격렬했던 진중권-유시민 토론, 방송 끝난 뒤에도 논란이 이어졌다

유시민의 ‘표정’을 두고서도 의견이 갈렸다.

  • 이진우
  • 입력 2020.01.02 16:51
  • 수정 2020.01.02 17:55
JTBC 신년토론 방송화면 캡처
JTBC 신년토론 방송화면 캡처

지난 연말부터 ‘조국 사태’와 관련해 설전을 이어가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맞붙었다. 1일 방송된 ‘JTBC 신년특집 토론회’에서다. 관심은 뜨거웠다. 시청률이 8%를 넘어섰다. 

토론내용에 대한 SNS 평가도 격렬하게 나뉜다. 2일 오전 트위터에서는 ”진중권은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무례하고 일방적으로 오로지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비난과 저주만을 퍼부으려고 나왔다”는 평가가 500 이상 리트윗을 기록하며 호응을 받았다. 한편 네이버에서는 ”유시민 완패 진중권 완승팩트로 논리정연하게 토론하는 진중권에 비해 유시민은 버벅대고 피해가고 선동가에 지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베스트 댓글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한국 언론, 어디에 서 있나’를 주제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손석희 앵커는 토론 주제를 소개하면서 ”대개 신년토론하면 보수 대 진보 구도로 토론을 진행해왔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며 ”그만큼 지난 1년 동안 같은 진보 진영 내에서도 스펙트럼이 갈렸다”라고 말했다. 최근 벌어진 진 전 교수와 유 이사장의 공방에 대해서도 ”제작진들이 두 분이 안 나오시는 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제작진들에게 ‘그건 두 분을 모르기 때문이다. 더 열심히 나올 걸?’이라고 얘길 했는데 역시 나와주셨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앞서 진 전 교수와 유 이사장은 SNS를 통해 ‘호들갑 떨지 말라‘. ‘사고력 감퇴’ 등 격한 단어를 사용해 상대를 비판했었다.

진 전 교수는 토론 초반부터 유 이사장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기레기란 단어는 정당하게 사용되고 있는가‘라는 토론 첫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였다. 유 이사장은 ”(기레기라는 단어를) 정당하게 쓰는 경우도 있고 지나치게 남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각각의 사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유 이사장은 ”정당한 경우는 대개 구체적인 보도, 어떤 특정한 보도의 문제점, 잘못된 점. 이런 것을 들춰내면서 그것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고 알면서도 혹은 일부러 어떤 자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그런다. 이렇게 느낄 때 그런(기레기라는) 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냥 마음에 안드는 보도가 나왔다고 해서 ‘에이, 기레기야’라고 댓글다는 것은 저는 그런 것은 오남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이 언급한 ‘기레기’ 단어의 오남용 사례에 대해 ”정치적으로 선동된 사람들이 자기 일을 위한, 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언론인들을 향해서 이걸 마구 남용하는 현상들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릴레오 방송을 듣는 이런 시청자들, 이런 분들이 그러니까 기자들의 리스트를 만든다. 제대로 일하는 기자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1위, 2위, 3위, 4위 해서 좌표를 찍고  공격을 시킨다”고 지적한 뒤 ”그 사람들(기자들)만이 아니라 그 가족의 신상까지 파서 그다음에 기레기다, 이렇게 비난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JTBC 신년토론 방송화면 캡처
JTBC 신년토론 방송화면 캡처

유 이사장은 ”보도의 품질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품질이 높은 보도라 한다면 정확한 사실을 보도해야 되고 여러 사실들 사이에 적절한 관계를 맺어서 맥락을 전달해야 되고 맥락을 통해서 해석을 실어 보내야 하는데 사실이 정확하지 않고 의미있는 사실을 선택하는 기준이 이해가 안 되고 논리적인 추론을 거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그 메시지가 납득이 안 될 떄 이용자들은 자기 의사를 표현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피드백이 전혀 없다.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보내도 전혀 돌아오는 대답이 없고 수용자가 느끼는 문제가 반복될 떄 미디어 소비자들은 ‘이것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고 고의다’ 이렇게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 불신, ‘저들은 소통하지 않는다’는 불신 때문에 경계심을 가지게 되고 심지어 적대감을 가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진 전 교수는 ”(지금 말씀하신 지적은) 지난 정권까지 타당했던 얘기고, 권위주의가 무너지는 건 저도 찬성하지만 권위까지 무너졌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품질 낮은 기사에 대해 기레기라고 하셨는데 요즘 나타나는 현상은 반대”라며 최근 서초동 집회에서 JTBC 취재진을 향해 ”물러나라”고 외쳤던 군중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진 전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데에는 ‘알릴레오’ 방송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며 왜곡보도 사례를 소개했다.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에게 ”정경심 사건에서 김경록 녹취록을 공개했을 때 김경록이 ‘내가 생각해도 증거인멸이 맞다’고 발언한 부분이 있는데 그건 빼셨다”며 ”그건 품질 높은 기사입니까?”라고 물었다. 김경록씨가 정경심 교수에게 가져다 준 노트북에 대해 유 이사장이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존이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이런 발상법 바탕에 깔려 있는 사고방식이 음모론적이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압수해서 증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상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것을 대중들한테 믿게 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검찰이 뜯어볼 때 변호인이 입회해서 보게 돼있다”며 ”그걸 안 하게 되면 증거로 못 쓴다”고 말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알릴레오 방송을 듣는 대중들은 사실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저는 알릴레오를 보지 않는다. 판타지물을 싫어해서”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압수수색 이후 수사관들이 해당 MP3 파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접속한 흔적이 나타나는데 수사관들이 납득할 만한 경위 설명을 하지 못해 원본이 변경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JTBC 신년토론 방송화면 캡처
JTBC 신년토론 방송화면 캡처

유 이사장은 ”이런 것에 바로 답하면 토론이 엉망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진 전 교수에게 ”멀쩡한 레거시 미디어들의 조국 보도들이 음모론이나 선동에 기초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진 전 교수가 구체적인 사례를 말해달라고 요구하자 정 교수는 ”최성해 총장의 발언에 대한 보도는 옳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진 전 교수는 ”최성해 총장 발언의 디테일은 틀렸지만 ‘표창장이 왜곡됐다’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정 교수가 ”왜곡됐다는 확신은 판결의 문제로 넘어갔다”고 주장하자 진 전 교수는 ”판결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 교수가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묻자 진 전 교수는 ”제가 아니까요”라며 ”표창장에 기재돼있는 프로그램 자체가 열리질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리지 않은 프로그램에 어떻게 봉사활동이 있고, 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에 어떻게 표창이 있습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프로그램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장경욱 교수도 검찰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발언 기회를 얻은 유 이사장은 진 전 교수의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전통미디어가 직면한 문제를 보는 게 토론 취지”라며 이날 토론 주제를 환기했다. 유 이사장은 ”한국언론은 적응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오늘날 정보통신혁명은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등장 이후 상황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적대감·능동적이며 공격적인 비평은 기술변화 때문에 생겼다”며 ”예전이라면 그냥 넘어갔던 게 지금은 넘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인이 잘 대응했더라면 기레기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깜찍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아들의 대리시험 의혹을 ‘오픈북 시험‘이라고 표현하면서 대중들의 윤리를 마비시켰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저도 학교에서 오픈북 시험을 하는데 부모가 와서 보지 않는다”며 ”그걸 허용하면 배우지 못한 부모 밑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의 몫을 잘난 부모를 가진 학생들이 가로채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불의를 저지른 사람이 법무부장관에 어울리느냐”며 ”이걸 ‘오픈북 시험’이라고 왜곡 보도를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우리는 아무도 사실을 정확하게 모른다”며 ”우리에게 알려진 거의 모든 정보들은 검찰의 주장이고 그 검찰의 주장이 언제나 팩트 또는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도덕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도덕의 문제가 국가의 형벌권을 개인에 대해서 행사한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국 일가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각자가 신뢰하는 정보에 입각해서 하면 되지만 검찰은 국가의 합법적 강제력을 동원해서 시민을 법정에 세워 징벌하는 기관이다”라고 말했다. 전 전 교수가 결론을 내는 방식이 ”너무 급하다”는 지적도 했다. 유 이사장은 ”(진 전 교수가 주자하는 것처럼) ‘이성이 마비되었다‘, ‘대중이 세뇌되었다’는 결론에 이르려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고 종합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면 토론하는 게 진짜 어렵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가 ”저는 구체적인 기사를 집어서 이야기하는데 통째로 말씀하신다”고 지적하자 유 이사장은 “9월 4일 어느 방송사에서 동양대학교에 있던 정경심 교수의 컴퓨터에서 직인파일이 나왔다는 단독보도가 나오고 수천개의 기사가 쏟아졌다”며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나온 총장 직인파일 존재는 변호인들도 알고 있었고 정경심 교수도 알고 있었는데 그 파일이 왜 거기있느냐가 문제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론은 지금와선 자명해졌다”며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2차 기소”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집에서 컴퓨터를 합성한 걸로 나왔다”며 ”애초부터 동양대에 있었던 정경심 교수의 업무용 컴퓨터는 동양대 총장의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검찰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고요 알면서 이것을 언론에 퍼뜨렸고 그것으로 인해서 조국 일가족에게 어마어마한 도덕적 비난의 덫을 씌었고 그리고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검찰이 성공했다”며 ”결국 4달간의 조국 보도와 관련해 실제 의미가 있었던 것과 그렇지 않은 기사들 사이에 구분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JTBC 신년토론 방송화면 캡처
JTBC 신년토론 방송화면 캡처

반면 진 전 교수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 때도 온갖 추측 보도가 난무했다. 그 때에 비하면 오히려 지금은 얌전하다”며 ”조국을 무죄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이들(검찰과 언론)을 협잡꾼으로 몰고 있다”고 반박했다. 진 전 교수는 알릴레오가 경향신문 유희곤 기자의 보도를 비판한 것을 두고 ”검찰과 유착하고 받아먹었다는 식의 음모론을 폈다”면서 ”망상을 구축해서 지지자를 선동하는 건 좋은데 묵묵하게 자기 일하는 기자들 제발 좀 내버려 둬라”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소비자들은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디어 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는) 유희곤 기자가 검찰을 대변하는 기사를 써왔다고 비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MBC ‘PD수첩’도 비판했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조국 딸을 인터뷰하면서 공격적 질문 대신 피의자가 하고 싶은 말만 그대로 내보냈다”며 ”정상적 인터뷰였다면 봉사활동을 어느 프로그램에서 했는지, 담당 교수가 누구인지 물어봐야 하는데 온갖 변명만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PD수첩에 대해서도 ”동양대 교수 중 표창장이 위조되지 않았다고 본 사람은 두 명이다. 모든 사람은 위조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런데 PD수첩은 두 명에게만 인터뷰를 시도했다. 우연의 일치인가. 나한테는 연락해야 했는데 연락이 없었다. 처음부터 (방향을) 정해놓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유 이사장은 ”논평을 안 하겠다”고 답했다. 

JTBC 신년토론 방송화면 캡처
JTBC 신년토론 방송화면 캡처

방송이 끝난 뒤 진 전 교수의 발언 도중 유 이사장이 지은 ‘불편한 표정‘이 화제가 됐다. 이 표정을 두고서도 SNS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오죽했으면 저런 표정을 지었겠나‘라면서 유 이사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고 ‘상대를 무시하는 표정’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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