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 첫 날 수만명에 이르는 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행진을 개시했다. 시위대와 경찰은 또다시 격렬하게 충돌했다. 새해 벽두부터 홍콩 도심 곳곳에서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했다.
1일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빅토리아공원 잔디밭에 모인 홍콩 시민들은 그동안 시위 때 그랬던 것처럼 검은 옷을 입었으며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리고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란 구호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오후 3시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날 시위엔 최근 치른 구의원 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정치인들이 일부 나섰다. 시위대는 빅토리아공원에서부터 센트럴 중심부를 통과해 이동했다. 거리에서 합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행진을 조직힌 시민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는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야 하며 본래의 의도를 잊어선 안 된다”면서 ”우리는 억압된 사람들을 모두 잊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보업에 종사하고 있는 30세 그레이스 응은 NYT에 ”이 운동이 결국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면서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면 홍콩은 끝을 맞이할 것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선로드를 따라 대규모 행진도 벌어져 모든 차선이 봉쇄됐었다. 이들은 “2020년에도 계속 함께 싸우자”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날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2020년도 동영상으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2019년 우리는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었으며 사회질서와 화합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각오로 2020년을 시작하자”고 밝혔다.
평화롭던 행진이 폭력 시위로 급변한 것은 오후 5시 무렵. 검은 마스크를 쓴 강성 시위대가 최근 시위 자금 계좌를 동결한 영국 대형은행 HSBC의 완차이 지점 유리를 부수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그러자 시위대는 거리에 있는 HSBC의 ATM 기기를 부수는 한편 경찰차에 불을 지르고, 인도의 벽돌을 깨 경찰을 향해 던졌다. 시위대는 HSBC은행은 물론 고등법원 등 공공시설도 공격했다.
경찰은 시위 진압에 나서 1일 하루에만 400여 명을 체포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민간인권전선 측은 성명을 통해 ”오후 6시15분까지 집계한 결과 1일 집회 참가자 수는 103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경찰은 6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홍콩 시위가 해를 넘겨서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정부 측이 지난 11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시위대의 5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요구는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홍콩 정부는 송환법을 공식 철회했지만 나머지 요구 사항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때까지 범민주 정당 및 단체들은 계속 시위를 벌일 전망이다. 이들은 오는 9월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 때까지 시위를 계속 이어갈 것을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