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국에 죽음을" : 이라크 시위대가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에 불을 질렀다

미국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폭격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 허완
  • 입력 2020.01.01 13:22
Protesters and militia fighters set on fire a security building of the U.S. Embassy, as people gather to condemn air strikes on bases belonging to Hashd al-Shaabi (paramilitary forces), in Baghdad, Iraq December 31, 2019. REUTERS/Khalid al-Mousily
Protesters and militia fighters set on fire a security building of the U.S. Embassy, as people gather to condemn air strikes on bases belonging to Hashd al-Shaabi (paramilitary forces), in Baghdad, Iraq December 31, 2019. REUTERS/Khalid al-Mousily ⓒKhalid Al Mousily / Reuters

미국이 이라크의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폭격한 것에 항의하는 이라크 시위대 수천명이 바그다드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 앞으로 몰려들어 불을 지르고 대사관 진입을 시도했다. 미국 정부는 추가 병력을 중동에 급파하기로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며 ”매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각) 수천명의 시위대는 대사관 입구의 경비초소에 불을 지르며 진입을 시도했다. 문을 파손하고 방탄 창문을 향해 벽돌을 던지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에 죽음을!”, “no, no, 아메리카!”, “no, no 트럼프!”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사관 경비 병력들은 섬광수류탄과 최루가스 등으로 대응했다. 시위대가 대사관 안으로 진입하지는 못했으며, 미국 대사관 직원들 중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는 대사관 인력들에게 소개령을 내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Protesters and militia fighters throw stones towards the U.S. Embassy during a protest to condemn air strikes on bases belonging to Hashd al-Shaabi (paramilitary forces), in Baghdad, Iraq December 31, 2019. REUTERS/Wissm al-Okili
Protesters and militia fighters throw stones towards the U.S. Embassy during a protest to condemn air strikes on bases belonging to Hashd al-Shaabi (paramilitary forces), in Baghdad, Iraq December 31, 2019. REUTERS/Wissm al-Okili ⓒWissm Al-Okili / Reuters

 

시위대는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KH)’의 지지자들로 보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군복을 입은 채 시위에 가담했다. 미국은 이라크 키르쿠크의 군기지에 가해진 로켓 공격으로 미국 민간인 한 명이 숨지자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하고 29일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이 공습으로 조직원 등 최소 25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

미국 국방부는 제82공수사단 병력 750여명을 중동에 급파했으며 며칠 내로 추가 병력 파견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에스퍼 장관은 ″이번 병력 배치는 오늘 바그다드에서 목격한 것과 같은 미국 시민과 시설을 겨냥한 위협 수준이 증가함에 따른 적절하고도 예방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는 750여명이 쿠웨이트에 일단 배치될 것이며 필요할 경우 4000여명이 추가로 중동 지역에 파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델 압둘 마디 이라크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이라크 내 미국 시민과 시설에 대한 보호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Protestors set fire to an entry control point at the U.S. Embassy in Baghdad, Iraq, December 31, 2019. U.S. Army/Staff Sgt. Desmond Cassell/Task Force-Iraq Public Affairs/Handout via REUTERS.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Protestors set fire to an entry control point at the U.S. Embassy in Baghdad, Iraq, December 31, 2019. U.S. Army/Staff Sgt. Desmond Cassell/Task Force-Iraq Public Affairs/Handout via REUTERS.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Handout . / Reuters

 

트럼프 정부는 즉각 이번 사태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앞선 공습을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 시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미국인과 이라크 군인들을 다치게 한 이란 대리 세력의 공격에 방어적으로 대응했다”며 ”그런데 이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들은 바그다드의 우리 대사관을 위협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이어 ”대사관 앞에서 찍힌 사진”을 올리며 ”오늘 벌어진 공격은 테러리스트들, 이란 대리 세력의 사주를 받은 이들”의 소행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겨냥해 ”그들은 매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건 경고가 아니라 위협이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란은 배후설을 일축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라크인 최소 25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의) 야만적인 공격에 저항하는 이라크인들의 시위 책임을 놀랍고 뻔뻔하게 이란에게 돌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2012년 리비아 동부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에 대한 공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무장 시위대의 공격으로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와 직원 3명 등 총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오바마 정부 시절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고,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두고두고 괴롭혔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으나 2016년 6월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하원은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당시 하원의원이었던 폼페이오는 벵가지 사건 특별조사위에서 ‘클린턴 저격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위 세력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지켜보는 동안 벵가지(와 같은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마이크 폼페이오 #이란 #이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