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9년 12월 27일 16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2월 27일 17시 14분 KST

논객으로 돌아온 진중권이 "아직 문대통령 지지한다"며 한 말

유시민과의 공방을 모조리 정리해봤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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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며 동양대에 사직서를 낸 진중권 전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연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를 통해서, 유 이사장은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다. 

진 전 교수와 유 이사장 둘 다 언론이 이들의 논쟁을 어떻게 다룰지 잘 아는 ‘선수‘들이다 보니 쎈 단어를 활용해 상대에게 펀치를 날린다. 최근 기사화된 보도들의 제목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진중권 ”유시민, 걸릴 게 없으면 호들갑 떨지 마”’, ‘유시민 ”사고력 감퇴” 비난에 진중권 “60세 넘으셨죠?” 발끈’, ‘진중권 ”유시민 ‘꿈꿀레오‘, ‘김어준 ‘개꿈공장‘은 판타지 산업’ 

이들의 논쟁과 관련해 포털사이트에서 인기기사로 걸려있던 기사들의 제목들이다. 언뜻 제목만 봐서는 감정싸움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이들은 왜 갑자기 공방을 벌이는 걸까. 누가 먼저, 무엇을 위해 시작된 논쟁일까.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은 이들의 논쟁(유 이사장과 진 전 교수는 2020년 첫날 JTBC 신년 특집 토론회에서 ‘언론 개혁’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을 너무 복잡해지기 전에 정리했다.

 

‘방금 들어온 컴플레인’ 때문에

잽을 먼저 날린 건 진중권 전 교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의혹이 불거진 당시 유시민 이사장이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지자 유 이사장이 ‘취재차 전화를 걸었다’며 해명한 것에 대해서다.

동양대에 사직서를 냈다는 사실을 알린 뒤 페이스북을 통해 활동을 재개한 진 전 교수는 22일 ”방금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며 짧은 글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이 최성해 총장과 했던 통화를 ‘취재‘라고 주장한 ‘사실이 존재합니다”라며 ”저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문제의 통화는 ‘회유’로 해석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판단합니다”라고 밝혔다.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화면

반박은 ‘알릴에오’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4일 ‘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 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은행 계좌 정보를 들여다본 것을 확인했다며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이사장은 ”어느 경로로 확인했는지 지금으로선 일부러 밝히지 않겠지만 노무현재단의 주거래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제 개인 계좌, 제 처 계좌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방송 후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은 노무현재단, 유시민, 그 가족의 범죄에 대한 계좌추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방송에서 진 전 교수가 ‘유 이사장의 최 총장과의 통화는 회유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어떤 대가를 제공하면서 시도를 했는지에 최소한의 근거가 있어야 회유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진 교수가 굉장히 많이 총기가 흐려졌다”며 ”진 교수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논리적 사고력이 10년 전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감퇴했는지 자가진단을 해보기를 권유드린다”고 비꼬았다.

진 전 교수의 ‘쨉’에 유 이사장은 ‘훅’으로 응수한 셈이다. 이때부터였다, 이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강렬해진 건.

 

진중권 전 교수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 분, 60 넘으셨죠?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의 발언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반박했다.

진 전 교수는 24일 밤 페이스북에 ”유작가가 ‘회유’라는 나의 표현을 법적인 의미로 이해하신 듯. 그냥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것을 ‘취재’로 여기지는 않을 거라는 가벼운 얘기일 뿐인데”라는 글을 남겼다. 진 전 교수는 ”유작가가 총장에게 줄 게 뭐가 있겠어요?”라면서 ”다만 그가 속한 진영에서는 총장에게 줄 게 좀 있죠. 그들이 해달라는 대로 해줬다면 총장이 지금 저 지경이 되지는 않았겠지요”라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교육부에서 무려 25년 치 회의록 들고 가 최근 규정을 과거로 소급 적용까지 해가며 (최 총장에게) 과연 권력의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더군요”라며 ”하지만 그게 무서워서 당시에 그들이 해달라는 대로 해줬다면 지금 총장은 교육부 대신 검찰에 시달림 당하고 있을 겁니다.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교육부의 징계를 받는 게 훨씬 나아요”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25일 자정이 넘은 시간엔 ”조그만 지방대학교에서 조용히 교수나 하며 살고 싶었는데. 그저 위조를 위조라 했다는 이유로 SNS, 인터넷 커뮤니티, 신문기사의 댓글, 심지어 내가 낸 책의 서평란, 업무용으로 쓰는 학교 메일로까지 찾아들어와 온갖 모욕을 퍼부어대고, 나만 모욕한다면 그냥 참겠는데, 죄 없는 학교와 무구한 학생들까지 모독하네요”라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진 전 교수는 ”내가 그 모욕을 당하고 또 당하다 결국 사직서를 냈어요. 그렇게 그만 뒀더니 이번엔 작가라는 분이 이번엔 사직서를 냈다고 모욕을 하네요. 도대체 어쩌라고?”라며 ”이제는 몸도 많이 아프고, 맘도 많이 약해져서 더 버틸 힘도 없습니다. 하지만 조국기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태극기로도 갈 수 없는, 저 극성스런 떼거지들이 성가셔 차라리 입을 닫아버리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도 린치나 모욕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견해를 말할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남은 힘을 짜볼까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애들은 성가시고, 그냥 본진을 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진 전 교수의 본격적인 ‘본진 습격‘은 25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첫번째는 유 이사장의 ‘기억력 감퇴’ 발언에 대해서였다. 진 전 교수는 ”이 분, 왜 이렇게 과잉반응 하시는지 모르겠네요”라며 ”쓸 데 없이 인신공격을 하시네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중권의 논리적 사고력, 그 동안 살아본 경험까지 보태져 10년 전보다 낫습니다”라고 한 뒤 ”(유 작가의 ‘회유‘가아 아니라 ‘취재‘였다는 주장에 대해) 유작가님, 총장이 유작가의 ‘취재’에 건성으로 응했다가 그 동안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 빤히 보셨잖아요”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래도 저는 유작가 비방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저게 다 자신의 발언과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유작가의 일관된 삶의 태도의 발로라 이해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 분, 60 넘으셨죠?” 2014년 유 이사장의 ”가능하면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왜냐면 뇌세포가 너무 많이 죽은 상태에서 그 사람은 과거에 그 지휘를 획득할 당시의 능력 있던 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인간이에요”라는 발언을 거론한 것.

25일 날 밤, 진 전 교수는 유 이사장이 제기한 ‘검찰의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딱히 걸릴 게 없으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될 듯”이라는 글을 남겼다. 진 전 교수는 ”유시민 작가는 99% 검찰이 확실하다고 하는데, 검찰에서는 아마 경찰에서 했을 거라고. 검찰의 말이 맞을 겁니다. 경찰에서 뭔가 냄새를 맡고 내사에 들어간 모양이죠”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계좌추적, MB 정권 하에서 나도 당해봤어요. 검찰하고 경찰 두 군데에서. 통보유예가 걸려 있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통보가 온 다음에야 알게 됐습니다”라며 “6개월이 걸려 있었는데 기한 다 지나고 마지막 날에야 알려주더군요. 촛불집회 이후 한참 MB 정권에서 반격을 하던 시점으로 기억합니다. 통장 뒤져서 뭔가 건수를 잡으려 했는데 잘 안 된 모양이죠”라고 적었다.

 26일 오후에도 진 전 교수의 공격은 이어졌다. 진 전 교수는 ”유시민 작가의 ‘계좌추적’ 해프닝에서 진정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그를 지배하는 어떤 ‘사유’의 모드입니다”라며 ”이번 사건이 보여주듯이 그는 사안에 대한 냉정하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대신에, 몇 가지 단편적 사실을 엉성하게 엮어 왕성한 상상력으로 ‘가상현실’을 창조하곤 하죠”라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이것이 ‘음모론적’ 사유의 전형적 특징”이라며 ”이 허황한 음모론이 심지어 여당 수석대변인이라는 분의 입을 통해 공공의 영역인 대한민국 국회에까지 진출했다는 것은 웃지 못 할 소극이구요”이라고 적었다. 이 글에서 진 전 교수는 비판의 대상을 유시민 뿐 아니라 김어준에게까지 확장했다. 진 전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음모론을 생산해 판매하는 대기업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다른 하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죠”라며 ”이 두 기업은 매출액이 상당한 것으로 압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그들이 생산하는 상품에 대한 강력한 니즈가 있다는 얘기죠”라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유시민의 ‘꿈꿀레오’와 김어준의 ‘개꿈공장’은 일종의 환타지 산업, 즉 한국판 마블 혹은 성인용 디즈니랜드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규정했다. 

27일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끔 제 뜻을 오해하신 분들이 눈에 띄는데 저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진 전 교수는 ”물론 많이 실망 했지만, 반대편에 있는 자유한국당을 보면 그것밖에 대안이 없어 보이거든요”라며 ”그래서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기를 절실히 기원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게다가 이 정권은 진보적 시민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보수적 시민들까지 함께 나서준 촛불집회를 통해 탄생한 정권입니다”라며 ”그래서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됩니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려면 권력주변이 깨끗해야 합니다”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비판했다. 이어 ”유감스럽게도 그 (감시의) ‘눈’의 역할을 해야 할 민정수석실의 기능은 마비돼 있었다”며 ”친문 측근들이 청와대 안의 공적 감시기능을 망가뜨려 버린 거죠. 그리고는 물 만난 고기처럼 해 드신 겁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 중에서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잘 구별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시민들에 대해서도 ”자기들이 진정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자기들이 열심히 옹호하는 그것이 과연 나라와 대통령을 위한 공익인지, 아니면 대통령 권력에 기생하는 일부 친문측근의 사익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