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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성애 범죄자인 지인이 과거 가해 사실을 알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 박세회
  • 입력 2019.12.27 11:49
  • 수정 2019.12.27 11:51
해당 사진은 자료사진입니다. 
해당 사진은 자료사진입니다.  ⓒmrs via Getty Images

지난 12월 16일 일본의 아메바 TV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과거 소아성범죄 전력을 가진 57세 남성이 얼굴을 드러내고 출연한 일이 있다. 이 사건으로 일본에서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등의 비난이 크게 일었다. 아래 에세이는 오랜 시간 생활 빈곤층 지원 사업에 동참한 경력이 있는 일본의 유명 진보작가 ‘아마미야 카린’(雨宮処凛) 씨가 쓴 글이다. 

지난 12월 16일 ‘아메바 TV’의 ‘아메바 프라임‘에서 ‘소아성애 장애’를 다뤘다. 이 프로그램에는 과거 아이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이 모자이크 없이 출연해 큰 물의를 빚었다.

방송에 출연한 현재 57세의 가토 다카시 씨는 주로 남성 아동을 대상으로 무려 10명에게 가해행위를 한 과거가 있다. 가토 씨는 38살에 아동을 강제추행 하려다 ‘이러다가는 아이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벌어지겠다‘는 생각에 경찰에 자수했다. 이 사건으로 강제추행 미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보호관찰 4년의 판결을 받았다. 이후 19년 동안 그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자조 그룹 활동에 참여하며 재범 방지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 가토 씨의 가해 배경에는 ‘소아 성애 장애’가 있으며 일종의 정신 질환이라고 여겨진다.

이 방송으로 인터넷에서는 엄청난 역풍이 불었다.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낸 파렴치한 범죄자’라는 식의 욕설이 난무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나는 마음은 굉장히 복잡했다. 왜냐하면 나는 가토 씨를 알기 때문이다.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라 가토 씨에게 크게 신세를 졌다. 지난 몇 년 간은 소원했지만, 한때는 꽤 자주 어울렸다.

가토 씨와는 10년 전 생활 빈곤자 지원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내게는 독자들로부터 ‘집이 없다‘, ‘돈이 떨어졌다‘, ‘돈이 없어서 PC 방에서 못 나가고 있다. 이러다가는 체포된다’는 내용의 편지들이 자주 왔다. 리먼 쇼크 전후에 생긴 일들이다. 그때마다 나는 직접 찾아가거나 잘 아는 지원 단체를 소개해줬으며, 때로는 지원 단체와 함께 PC방에 구해주러 가기도 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이 바로 생활 빈곤자 지원 현장에 있던 가토 씨다. 그러던 어느 날 가토 씨와 함께 노숙자 상태로 있는 한 커플의 생활보호 신청을 도와주게 되었다.

‘일하고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당시 커플이 가진 돈은 합쳐서 300엔(약 3000원)이었다. 휴대 전화도 끊겼고, 식비도 교통비도 없어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관공서를 찾아가 ‘생활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가면 거절 당할 수 있기에 지원 제도에 빠삭한 자원자들이 동행해 무리 없이 생활보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가토 씨와 내가 동행한 커플은 무사히 생활보호 신청이 통과되었고, 커플인 두 사람은 ‘가족 기숙사’에 입소할 수 있었다. 제도를 잘 아는 지원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뒤로도 가토 씨와 팀을 짜서 우연히 찾은 창고에서 음식도 없이 사는 40대 남성에게 생활보호 신청을 받아 준 적이 있다.

앞서 가토 씨와 구조한 커플은 ‘이제 죽자‘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40대 남성 역시 생활 보호 신청이 통과되지 않으면 ‘오늘 목숨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고 말했다.

나는 가토 씨가 성범죄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말했기 때문이다. 지원자와 지원을 받은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할 때의 일이다. 가토 씨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을 하더니 과거 가해 기록이 있고 체포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나는 무척 놀라 뭔가 멍해진 기분이었다. 생활 빈곤자들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가토 씨와 내가 들은 이야기 속의 가토 씨가 도저히 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응? 아이를? 남자아이를? 에? 무슨 말이야? 가토 씨가?

가토 씨의 고백은 지금도 혼란스러운 채로 내 마음 안에 내려앉지 못해 떠다니고 있다.

소아성애라는 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를 만난 적은 없었다. 상대가 아이라는 것, 그리고 성범죄라는 사실에 거부감이 솟아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의 가토 씨는 이미 집행 유예 기간도 끝나 있었다. 그 일에 대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이렇게 사회적 약자를 헌신적으로 돕고 있는 ‘동료’인 가토 씨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 지금은 가토 씨의 성범죄가 ‘성인 여성’이었다면 나는 그렇게 냉정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가토 씨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도, 그 후에도 나는 많은 성폭력 피해자를 만나왔다. 친아버지로부터 성적인 학대를 당해 아이를 낳은 여성. 성범죄 때문에 인생이 크게 비틀린 여성. 특히 올해는 플라워 시위(일본의 ‘미투’ 지지 시위)에서 정말 많은 사람의 피해 경험을 들었다. 오열을 참으며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같이 많이 울었다. 지금껏 가둬 왔던 나 자신의 경험도 되살아나, 그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적도 몇 번 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피해 상황을 대한다. 친아버지로부터 계속 강간당해 경찰을 찾아갔지만, 상대도 해주지 않더라는 여성, 친정에서 도망쳐 나온 후에도 전화로 협박을 당하고 있는 지인이 도움을 요청한다. 그럴 때면 분노로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가해자들은 평생 어딘가에 가둬 둘 수는 없는 것인가? 어디론가 사라져 줄 수 없나? 다시는 누군가 상처받지 않도록 어떻게든 할 수 없나?

피해자라면 더욱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한편으로 가토 씨를 만나고 ‘그림으로 그려진 것과 같은 마치 괴물 같은 성범죄자라는 것은, 혹시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토 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다른 출연자가 가토 씨에 대해 설명한 부분 중 마음에 남는 구절이 있다. 

″가토 씨의 고통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뷰나 대화를 통해 가토 씨가 안고 있는 갈등이 전해져왔다. 소아성애를 가진 장애는 완치되는 것이 아닌 만큼 매일 충동을 억제하며, 길가는 아이를 쳐다보지 않는 등의 방편으로 자수한 지 19년 동안 아이에게 어떤 성적 가해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일련의 이야기를 듣고, 가토 씨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이 생겼다. 자신이 안고 있는 장애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그 답답함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재범 방지에 최선을 다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물론 ‘내가 피해자라면’이라는 관점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가토 씨와 생활 빈곤자를 돕는 ‘지원자’로 만났다. 우리는 생명의 벼랑 끝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끌어내는 일을 함께했다. ‘자살할까 생각했다’는 말에 함께 눈물을 참았고, 안전한 장소를 찾으면 ‘잘됐다 잘됐어’라며 함께 기뻐했다. 그리고 그가 성범죄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만약 당신이 매우 신뢰하고 의지하는 사람으로부터 ‘성범죄의 가해자’라는 고백을 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성범죄자는 사실 친근한 존재 중에 있다. 친구의 지인 중에 매일 치한 짓을 하는 가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토 시와 해당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정신보건 복지사 사이토 아키요시 씨의 저서 ‘남자가 치한이 되는 이유‘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치한은 중독이며 다수의 치한이 ‘착한 가정인‘이다. 그런 ‘보통’ 남자가 무서운 수의 피해자를 매일 만들어내고 있다.

요즘에는 ‘약물 중독은 의존증’이라는 이해가 널리 번져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없는 범죄’인 약물 중독과는 달리 피해자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시선이 쏠린다. “성범죄자에겐 인권이 없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프로그램에 등장한 아래 코멘트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소아성애 장애자를 ‘기분 나쁘다’라며 무시하거나, 그들을 위축된 상태로 세상에서 살게 하거나, 그들의 계속되는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 과연 아이들의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얼굴과 이름을 내놓고 과거의 가해 사실을 말하기 시작한 가토 씨는, 모든 위험을 받아들일 생각일까? 가토 씨는 출연을 앞두고 자신이 남의 앞에 나서는 것이 2차 가해 행위는 아닌지 주치의와 상담하기도 했다. 단지 과거의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한편, 가토 씨가 아무리 책임을 지려고 해도 피해자의 고통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한번 묻고 싶다. 당신이 신뢰하는 사람이 자신이 과거에 성범죄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고백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이 기사는 허프포스트 JP에 실린 것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기사에 담긴 논조는 허프포스트 KR의 편집 방침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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