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굿바이 2010년대 : 한국 여성의 결정적 장면 8가지

2010년대는 페미니즘 대중화의 시기였다.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숫자를 기록한 '대한민국 출산지도' 논란이 벌어졌던 2017년 1월 6일 임신 중단 합법화 시위를 벌여온 비웨이브(Black wave)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숫자를 기록한 '대한민국 출산지도' 논란이 벌어졌던 2017년 1월 6일 임신 중단 합법화 시위를 벌여온 비웨이브(Black wave)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나 싶게도, 곧 2020년이다. 2010년대는 우리 곁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2010년대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특별하게 기록될 시간이었다. 페미니즘이 대중화되면서 여성들이 일상 속 답답함과 고통을 토로할 언어를 갖게 되었고, 여성들의 역대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대통령 후보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우리의 일상을 다룬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고, 성평등이 달성되려면 약 100년은 더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힘들게 일궈낸 것들은 매우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페미니즘 대중화의 시대였던 2010년대를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한국 여성들에게 벌어졌던 결정적 장면을 몇가지 뽑아봤다.

 

1. 미러링 사이트가 생겼다

ⓒmegalia

메갈리아는 미러링 방식으로 여성혐오의 불편한 민낯을 보여주는 사이트로 2015년 8월 설립됐다. 성소수자 혐오 논란으로 사이트 분리 수순을 밟았으나, 소라넷 폐쇄 운동을 주도하는 등 대중적인 여성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2. 사회 각계각층에서 미투가 시작됐다

서지현 검사 
서지현 검사  ⓒ뉴스1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결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어 나왔다.” 범죄자를 수사하는 검사마저 여성에게 가해지는 구조적인 성폭력 앞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시작됐다. 정치·예술·스포츠계 등등 사회 곳곳에서 용기 있는 고백이 터져 나왔고, 교사들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가 시작됐다. 

 

3. 유명 인사였던 남자들이 구속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스1
이윤택 연극연출가 
이윤택 연극연출가  ⓒ뉴스1

성폭력 피해 고발이 잇따르면서 유명 인사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서를 성폭행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으며,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이윤택 연극연출가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으며,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현재 이들은 모두 감옥에 있다.

 

4. 여자들의 역대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뉴스1
ⓒ뉴스1

서울 혜화역 인근 거리가 빨간 티셔츠로 가득 채워졌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법촬영 범죄와 이에 대한 사법부의 관대한 판결을 비판하기 위해 모인 ‘혜화역 시위’ 참여자 숫자는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마지막 시위 기준으로 11만명(주최 측 추산)이다.  

 

5.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뉴스1
ⓒ뉴스1

유력 대선후보의 입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2017년 2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는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성평등한 세상”이라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최초로 여성 장관직 임명이 30%를 달성하고, 외교부 등 여성 불모지였던 부처에서 여성 수장들이 탄생했으나 아직 갈 길은 멀다.

 

6. 여성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평범한 한국 여성의 일상을 그린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출간 2년여 만에 백만부를 돌파하면서 베스트 셀러에 등극했다. 일본, 중국 등 17개국에 판매되는 쾌거를 올렸으며, 동명 영화는 관객 367만명이 들었다. 

 

7. 법원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뉴스1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사법부 내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대법원은 미투 폭로가 뜨겁게 사회를 달궜던 2018년 4월 학생들을 성희롱한 대학교수의 해임이 위법하다고 본 2심 재판부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고, 피해자의 ‘2차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결 후 8개월 동안 총 26건의 법원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언급되는 등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8. 마침내 낙태죄가 없어졌다

유남석 헌재소장 
유남석 헌재소장  ⓒ뉴스1
ⓒ뉴스1

66년간 여성들의 몸을 옥죄어왔던 ‘낙태죄’가 폐지된 것은 2010년대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과 수술을 한 의료인 등을 낙태죄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도록 주문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 #미투 #페미니즘 #82년생 김지영 #낙태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