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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6일 18시 03분 KST

동물에게 극한의 고통 겪게 하는 올무 사용이 금지된다

올무는 밀렵활동에 가장 많이 쓰이던 도구다.

1990년대 기승을 무린 불법밀렵에 대한 한겨레 보도기사 캡처

″작은 송아지만한 노루 1마리가 가슴과 앞다리에서 피를 흘리며 달아나다가 쓰러졌다. 밀렵꾼들은 미리 준비한 컵에 노루피를 1잔씩 받아 마셨다. 그리고 익숙한 솜씨로 노루의 앞·뒷다리를 묶은 뒤 차에 싣고 사라져버렸다.”

1992년 1월 25일 보도된 경향신문의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그해 밀렵꾼들의 마구잡이 사냥으로 희생된 야생동물의 숫자는 700만마리에 달했다. 밀렵활동은 1990년대 내내 기승을 부렸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리산생태보전회를 만들어 밀렵도구를 걷어내는 일을 하던 지리산생태보전회장은 1999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9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3500여개의 밀렵도구를 걷어냈는데 올무가 95% 이상이고, 집게덧, 스프링올가미 등 밀렵도구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밀렵활동을 감시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폭발물을 밀랍에 싼 뒤 겉에 꿀을 발라 나무에 매달아놓았더군요. 곰이 깨물면 터지게 하는 매우 잔인한 수법이지요.” 그가 지리산에서 발견한 반달가슴곰 잡이용 폭발물을 두고서 한 말이다. 

밀렵활동에 가장 많이 쓰이던 도구는 올무였다. 3~5mm 굵기로, 너구리·수달 등 각종 야생동물을 잡을 수 있다. 올무에 걸린 동물들은 극한의 고통을 겪게 된다. 올무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뼈가 부러진다. 그러다 탈진해서 죽게 된다. ”앞다리가 잘리고 하반신이 올무에 걸린 채로 뉴트리아는 허겁지겁 당근을 먹어치웠다. 나는 어떤 존재가 그토록 무언가를 비참할 정도로 급히 먹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곧 죽을 것을 예감하고도 생존에 대한 욕망을 뿌리치지 못해 애절하게 목숨을 이어가는 존재를 이처럼 눈앞에서 똑똑히 본 적이 없다.” 2010년대 초반 ‘괴물쥐’로 몰려 떼죽음을 당해야 했던 뉴트리아들. 그 중의  한 마리에 대한 묘사다. 

20여년이 지난 2019년의 모습은 어떨까. 2019년 3월 한 남성이 올무로 포획한 새끼 멧돼지의 영상을 SNS에 올렸다. ‘날 너무나 많이 약 올린 죄, 날 너무나 많이 희롱한 죄, 이제 벌 받을 시간‘이라는 글과 함께였다.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는 새끼 멧돼지의 영상을 본 이들은 ‘드시는 건가요‘, ‘벌써 군침 돕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동물자유연대는 이 남성을 동물학대혐의로 고소했다. 12월 현재도 유튜브 등엔 ‘올무 설치하는 법‘, ‘올무로 잡은 멧돼지 해체’와 같은 내용이 버젓이 검색되고 있는 상황. 

뉴스1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의 한 야산에서 올무에 걸린 고라니가 죽어있다

환경부는 26일 ‘유해야생동물 포획도구에 관한 규정’을 새로 제정했다고 밝혔다. 유해 야생동물 포획 때 올무를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올무는 민간인출입통제선 이북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는 올무가 유럽연합 국가들 중 5개국(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과 미국 애리조나, 콜로라도 등 일부 주에서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허가하는 유해 야생동물 포획 도구는 엽총, 공기총, 마취총, 석궁(도르래 석궁 제외), 활, 포획틀, 포획장, 위성항법장치(GPS)가 부착된 포획트랩과 환경부 장관이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인정한 그 밖의 포획 도구다. 이 포획도구에서 올무가 제외된 것이다. 지금까지 올무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으면 쓸 수 있었다. 다만, 총기 포획이 금지돼있는 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에서는 올무를 사용할 수 있다.

이호중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동물이 죽어가도록 하는 것은 생명가치 존중 측면에서 피해야 할 일”이라며 ”고시 제정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올무를 놓는 관행이 없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철물점 업주, 수렵인 등을 대상으로 올무 사용 금지 안내 책자를 배포하는 등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