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9년 12월 26일 15시 33분 KST

우병우의 케이스를 통해 점쳐본 조국 구속 가능성

조국의 운명은?

뉴스1
조국 전 장관(왼쪽),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 여부가 26일 오늘 저녁 늦게 결정된다. 어쩌면 내일 새벽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여론의 관심은 이름난 형법 교수이기도 한 조 전 장관이 구속되느냐다.

법조계의 예상은 둘로 갈린다. “달랑 그 한 건으로 영장이 나오겠느냐”는 회의론이 있는가 하면, “진행 중이던 감찰을 무마한 건 중대 범죄”라는 당연론이 맞선다. 전망은 갈려도 이들이 참고하라는 사건은 같다. 바로 우병우(52)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우다. 민정수석 재임 당시 업무 처리와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형법 제123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우 전 수석이 처음이고, 조 전 장관이 두 번째다.

국정농단 특검이 2017년 2월22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청구한 우 전 수석의 영장은 기각됐다.(그해 말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 혐의는 직권남용이 아니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영장 발부 회의론자들은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에 주목한다. 민정수석의 권한 범위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1심 판결에선 “막강한 권한”을 이용한 직권남용에 대해 일부 유죄와 일부 무죄가 선고됐다. 발부 당연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구속영장이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


조국에 유리: 민정수석은 법령상 직권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직권남용죄를 보는 법원의 시각은, 한마디로 ‘직권이 있어야 남용도 있다’는 것이다. 직권이 없으면 남용도 없다. 남용할 직권의 유무가 곧 유, 무죄를 가르는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우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는 물론 본 재판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 부각했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통령 비서실의 업무에 관해 그 절차나 요건을 정한 어떠한 법령도 없었습니다. 단지,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정부조직법의 규정이 있을 뿐이므로, 청와대 비서진은 대통령의 권한 범위 내라면 그 범위 안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 전 수석, 2017년 6월16일 첫 재판 모두 진술)

그러면서 “결국, 비서실의 어떠한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는 그것이 대통령의 권한 범위 내인지 여부를 따지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한 어떤 일도 대통령의 권한 내에서 수행한 것이라면 위법이나 불법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신은 남용하고 말고 할 권한 자체가 없었다는 취지다. 그는 나중 재판에서 “대한민국은 성문법 국가라는데 청와대 안은 불문법, 관습법 국가와 같다”는 비유도 들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광범위한 민정수석의 권한 중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범위인지가 모호해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생긴다. 우 전 수석은 앞서 첫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같은 논리를 적극적으로 펴며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이런 사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민정수석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일은 하면 안 되는지가 법령상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대통령 비서실의 설치·운용 근거인 ‘정부조직법’과 ‘대통령비서실 직제’(대통령령)에서도 그런 내용은 찾을 수 없다. 때문에 법조계 일부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유재수 감찰 중단은 정무적 판단”이라고 진술한 대목이 우 전 수석과 같은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구속을 위해 대통령 비서실 ‘업무분장표’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정수석이 휘하에 민정·반부패 등 5개 비서관과 감찰반을 거느리고 국가 사정 업무의 중추 역할을 맡아 그 권한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우 전 수석은 적극 방어에 나섰다. “업무분장표는 단지 비서실장이 편의상 정한, 말 그대로 업무분장표일 뿐”이라며 “거기에 기재되어 있다고 해서 헌법과 법률에 없던 권한이 부여되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해 허용된다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도 우 전 수석과 같은 논리로 영장심사에 대비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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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

 

조국에 불리: 민정수석은 공직자 감찰 후 수사 의뢰할 의무가 있다

우 전 수석은 첫 번째 구속 위기를 잘 넘겼다. 특검과의 승부에서 직권남용으로 구속되지 않았다. 영장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본 재판에서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22일에 선고된 우 전 수석의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이영훈)는 민정수석이 아주 막강한 권한과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은 (휘하) 비서관들을 지휘·감독하면서 국정 관련 민심·동향 파악 등 여론 수렴, 국가 사정 관련 정책·조정 업무(‘대통령 비서실 업무분장표’), 고위 공직자 등의 비리 상시 사정·예방 및 공직 비리 동향 파악, 공직자 복무점검 및 직무감찰 업무, 대통령의 친인척 등 대통령 주변 인사에 대한 관리(업무분장표상 ‘감찰반’ 소관),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직원의 복무점검 및 직무감찰,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법률 보좌,(…) 등의 (16가지) 업무를 총괄한다.”

이런 전제하에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박근혜 정부가 ‘좌 편향’이라고 낙인 찍은 씨제이 이앤엠(CJ E&M)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 쪽에 압력을 넣은 행위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 당시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 아래, 민정수석보다 권한 범위가 작은 민정비서관 지위에 있었는데도 “국가 사정 관련 정책·조정 업무라는 민정비서관의 직권을 남용하여 (…) 공정위 심사관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우 전 수석의 1심 판결문에는 이번 ‘유재수 감찰 무마’와 같은 민정수석실의 공직자 직무 감찰에 대판 법원의 판단도 담겨 있다. 재판부는 민정수석이 “고위 공직자 또는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의 비위 행위를 발견하거나, 그런 행위가 의심되는 명백한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 감찰에 착수하여 그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 다음엔 “대통령에게 보고하거나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부분, 즉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비위 행위를 인식하고도 이를 감찰하지 않은 우 전 수석의 행위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적용 죄목만 직무유기일 뿐 민정수석의 ‘직무상 의무’, 특히 감찰권과 감찰 처리 절차에 대해 판단한 대목은 조 전 장관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검찰은 처음으로 민정수석의 직무를 규정한 우 전 수석 판결문을 조 전 장관 영장심사에서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나중에 열릴 재판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병우 첫 영장도, 조국 구속영장도 윤석열 총장이 깊이 관여

우 전 수석과 조 전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관계로도 기이하게 연결된다.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첫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윤 총장은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수사팀장을 맡고 있었다. 영장 내용과 청구 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검에서 청구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의외의 1패’를 당한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12월15일 ‘3수’만에 우 전 수석을 구속했다.

조 전 장관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윤 총장의 재가를 받아서다. 윤 총장은 적용 죄목과 영장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권덕진 영장전담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구치소로 옮겨 가 판사의 결정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