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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인의 마음을 알고 싶어 무료 커피 나눔을 한 일본인 여행자

커피 도구를 들고 부산으로 건너온 남자가 있다

부산을 찾아 무료 커피 나눔을 한 일본인 니시카와 마사노리 씨. 
부산을 찾아 무료 커피 나눔을 한 일본인 니시카와 마사노리 씨.  ⓒMASANORI NISHIKAW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지소미아, GSOMIA)의 조건부 연장 이후에도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한일관계. 그런 가운데 한 일본인 남성이 한국 사람을 만나고 싶어 자전거와 커피 드립 세트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일본과 세계를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는 니시카와 마사노리 씨가 그 주인공이다. 니시카와 씨는 2006년 대학을 졸업한 후 총 37개국 9만km가 넘는 거리를 달렸다. 그런 그가 한국으로 건너오게 된 계기는 한 초등학교에서 들은 차별 발언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한국은) ‘무섭다‘, ‘심술궂다‘, ‘더러워 보인다’는 말이 나왔어요. 한국에 가봤으면 모르겠는데, 가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 말이죠.”

이런 아이들의 편견과 맞닥뜨리고 나자 니시카와 씨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려면, 내가 먼저 한국에 가서 커피와 대화를 나누며 확인해보고 오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무료 커피 나눔을 위해 한국에 온 게 2019년 10월이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왕복하는 장장 3주간의 일정이었다. ”내가 일본인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라는 마음에 굳이 옷 소매에 일장기를 달고 아래와 같은 푯말을 내걸었다.

지금 한일 정부 간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은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담은 커피 한잔 마시고 가세요.

니시카와 씨는 막상 한국에 와서 따뜻한 일을 잔뜩 겪고 갔다고 한다.

″식당에 가서 주인아저씨에게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말했더니 ‘식대는 필요 없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일이 자주 있었어요.”

″무료 커피 나눔을 하는 제게 일부러 해코지를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일본 사람 좋아해요, ‘일본 문화 좋아요‘,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많았어요.”

경찰이 찾아온 적도 있으나 커피 나눔의 취지를 설명했더니, 제지하지 않았다. 복잡한 심경으로 호의를 표한 사람도 있었다.

″제가 하는 일을 칭찬하면서도 ‘내가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별로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번역 앱을 통해 보여준 사람이나. ‘예전에는 일본에 자주 갔지만, 지금은….’이라며 말을 흐린 사람도 있었어요.”

니시카와의 무료 커피 나눔에 감동 받아 니시카와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든 커플도 있다. 팔로워가 14만 명에 달하는 유튜버 ‘샘앤제이제이’가 니시카와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한국어 자막까지 달았다.

그는 특히 ”(한국 사람들은) 일본이라는 국가와 사람을 제대로 구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감동했다.

″일본이라는 ‘국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국가끼리 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사람과 문화를 잘 나누고 있어요. 그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니시카와 씨의 커피 나눔에 동참한 한국 시민. 
니시카와 씨의 커피 나눔에 동참한 한국 시민.  ⓒMASANORI NISHIKAWA

한편 니시카와 씨가 애초에 한국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만든 일본의 초등학생들에게 현지에서 스카이프를 통해 ‘진짜 한국’의 이미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해 ‘더럽다‘는 이미지를 가진 아이가 있어서 카메라로 도로를 보여주니 ‘굉장히 깨끗하잖아‘라고 반응했어요. ‘심술궂다‘는 의견이 있어서 한국인 숙소의 주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게 해줬더니 금방 KPOP 아이돌 등을 화제로 열띤 대화를 나눴어요. 마지막에는 일본 초등학생 아이들이 숙소의 주인에게 ‘친구가 되어 줄래요?’라는 말까지 나왔죠. 아이들이 한국을 좋아하게 됐어요.”

한편 니시카와 씨는 지난 12월 초에는 약 1주간 오랜 시위로 지친 홍콩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해 홍콩을 찾았다. 당시 니시카와 씨의 무료 커피 나눔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어 매일 사람들이 줄을 섰을 정도라고 한다. ”커피는 마시는 것도 내리는 것도 좋다”고 말하는 니시카와 씨는 ”내 커피로 모두의 마음에 여백을 만들고 싶다. 웃게 만들고 싶다. 그 방법이 내겐 커피”라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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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문화 #한일관계 #니시카와 마사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