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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총으로 쏠 건가요?" 캐나다의 환경운동가들이 원주민들을 위해 들고 일어선 이유

원주민과 정부 사이에 오랜 갈등이 있다

  • 박세회
  • 입력 2019.12.23 12:57
  • 수정 2019.12.23 12:59
저도 쏠 건가요?
저도 쏠 건가요? ⓒTwitter

지난 21일 가디언의 보도로 캐나다 경찰이 토착민들의 저항선을 붕괴하는 군사 작전을 위해 저격수 배치까지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디언은 캐나다의 국립 경찰인 캐나다 왕립 기마경찰이 지난 1월 7일 송유관 건설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웨추웨튼 족 토착민에 대한 군사 공습 당시, 작전에 대해 협의하던 중 ‘살상 가능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21일 전했다. ‘살상 가능 감시’란 저격수를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1월 캐나다의 웨추웨튼 지역 거주 원주민은 브리티시컬러비아, 앨버타 주 등 석유가 나는 곳에서 태평양 서안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파이프라인 건설을 두고 정부와 대립 중이었다. 지난 2016년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승인이 떨어진 후 석유 운송 회사 트랜스캐나다는 앨버타주 인근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역의 ‘도슨 크리크’ 지역부터 태평양 연안 키트마트까지 이어지는 670km의 액화 천연가스 송유관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이 전체 사업을 ‘코스타코스탈 가스 링크 프로젝트’라 부른다.

그러나 환경 운동가 및 거주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송유관이 여러 지자체가 식수로 사용하는 모리스 강 바로 아래를 지난다는 점, 송유관 건설로 유조선이 해안에 드나들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특히 웨추웨튼 족은 자신들의 영토에서 도로를 막고 장벽을 세워 막아섰다. 지난 1월에는 이미 수 주 동안 진입로를 차량으로 막고 야경을 서가며 지키고 있던 터였다.

1월 7일 캐나다 경찰은 초록 전투복을 입고 웨추웨튼 족이 막아선 체크포인트를 급습해 14명을 체포하며 원주민의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이번에 가디언이 공개한 자료는 이 1월 7일의 공습을 준비하며 원주민들의 거센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캐나다 경찰들이 공습을 준비하던 중 어떤 방법을 강구했는지를 밝힌 것이다.

이 회의에서 캐나다 왕립 기마경찰의 사령관은 ”원하는 모든 폭력적 수단을 써서라도”라고 말했으며 ”이 지역을 멸균하라”는 표현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디언은 ”문서에 따르면 왕립 기마경찰은 경찰 순찰대, 제트 보트, 헬리콥터, 드론, 열적외선 카메라 등을 통해 웨추웨튼족과 웨추웨튼 족의 주요 인물을 감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봉쇄된 차량 진입로에 접근할 때는 카빈총을 숨기라는 논의 내용도 있었다.

문서에 따르면 아이든 노인이든 ”그 누구든” 상관없이 법원의 건설 허가 명령이 떨어진 곳을 막아서는 사람은 체포하도록 했다. 비록 당일 현장에서 발포로 인한 사상이 벌어지지는 않았으나, 가디언의 보도로 해당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총기 사용을 논의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나도 쏠 건가요?’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아래와 같이 번지고 있다. 

″석유와 가스 산업에 있는 백만장자를 보호하기 위해 캐나다는 어디까지 할 생각인가? ‘#나도쏠건가요’는 웨추웨튼 지역을 지키는 원주민과 함께하기 위한 우리의 연대다.”

웨추웨튼 원주민은 현재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속하는 영토에 수천 년 동안 존재한 씨족 문화다. 이들은 캐나다에 자신들의 땅을 양도하는 어떤 조약에도 서명도 한 바가 없다. 5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웨추웨튼 원주민은 현재 5000명 정도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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