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왕성한 활동을 펼친 폴란드 출신 모델 카야 소콜라가 미라맥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 대표인 하비 웨인스타인에게 16살 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웨인스타인이 자신의 피해자 전체를 묶어 포괄적으로 합의하려던 시점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났다. 소콜라는 이를 의식한 듯 ”나는 그런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콜라가 2002년 할리우드로 건너왔을 때의 나이는 16세. 영화배우의 꿈을 안고 미국 땅을 밟은 그녀는 모델 에이전시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 당시 웨인스타인은 월트디즈니사 소속의 간부급 임원으로 미라맥스의 수장을 맡고 있었다. 소콜라의 모델 에이전시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소콜라를 만난 웨인스타인은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그녀의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점심에 초대했다.

그 점심은 16세의 소콜라가 알고 있던 모든 점심과 달랐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와인스타인은 운전기사를 보내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초대했다. 웨인스타인은 16세 여성을 자신의 아파트에 앉혀두고 ”영화배우가 되고 싶으면 감독이 하라는 건 뭐든지 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모든 내용이 19일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쓰여있다.

소장에 따르면 이후 웨인스타인은 소콜라에게 옷을 벗고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자신의 성기를 만지도록 지시했으며 ”공격적이고 위협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당시 와인스타인의 나이는 50세다. 소콜라는 소장을 제출하며 ”나는 현재 진행 중인 ‘포괄적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포식자(웨인스타인)의 책임에 대한 내용은 없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부족하며 수백만 달러가 웨인스타인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오늘 저는 제 사건을 제 이름으로 뉴욕의 아동피해자법 아래 제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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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하비 웨인스타인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 현재 뉴욕은 아동피해자법에 따라 아동 성폭력의 피해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1년 동안 형사 고소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열어 둔 상태다. 이전까지 뉴욕은 피해자가 23세가 넘어서면 아동성폭력 피해에 대해 고소할 수 없게 막아뒀었다. 일종의 법적 안정성을 위한 장치였다. 이번 아동피해자법은 교회나 성당 등 종교 단체 등에서 피해 본 아동들을 위한 법안이었으나, 하비 웨인스타인을 옭아매는 데 효과적으로 쓰일 예정이다. 

그녀는 ”모델 활동을 그만둔 지 오래고 하비 웨인스타인 때문에 연기의 꿈도 접었다”며 ”어떤 상처는 절대 아물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성폭력의 피해란 화상과도 같다. 그러나 이 상처는 정신적이라 피해자만 볼 수 있다. 내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경험을 들고 일어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하비 웨인스타인은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30명이 넘는 여성들과 2500만달러(약 297억원)에 합의할 계획이다. 이는 그에게 제기된 거의 모든 민사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이다. 다만 합의에 이르면 하비 웨인스타인은 자신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콜라는 이 점을 참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