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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결산] 12개의 키워드로 돌아본 지난 365일

'위 올 라이, 성 추문, 살인 사건, 고소와 고발...

2019년이 저물어 간다.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나쁜 일도 있는 게 세상의 진리지만, 올해는 다른 때에 비해 마음이 불편한 이슈가 많았다. 허프포스트가 2019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를 키워드로 정리했다. ‘위 올 라이’로 시작해 성 추문, 살인 사건, 고소와 고발이 이어진 한 해였다.

1월: We all lie...♬

ⓒJTBC

JTBC ‘SKY캐슬’은 아이들을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인생을 건 4명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였다. 2018년 11월 말의 첫 방송에서는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 1.7%였으나, 극 중반부를 넘어선 12월 말부터는 지속적으로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10%만 넘어도 대박이라고 하는 채널 다변화의 시대에 ‘SKY캐슬’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방탈출 카페에 가서 장판을 뜯어버리는 추리의 민족답게 시청자들은 작가가 남긴 조그마한 떡밥도 그냥 놓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그냥 바닥에 떨어져서 찍었다는 ‘잠자리’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1화의 잠자리 잔과 연결돼, 누군가의 죽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식이다. 그렇게 전국민이 “We all lie~”의 늪에 잠겨 있었다. 비록 그 결과물은 김주영 쓰앵님이 말한 ”가장 행복한 순간에 저지를 복수”와도 같았지만 말이다.

 

2월: 버닝썬

ⓒ뉴스1

맨 처음 ‘버닝썬‘이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훨씬 이전이었다. 빅뱅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으로 잘 알려져 있던 이 곳에서 폭행, 마약 투약, 횡령, 경찰 유착, 불법촬영 및 유포, 성접대, 성폭력, 탈세 등 온갖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2월이었다. 김상교씨가 폭로한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디스패치는 버닝썬 직원들의 단체 카톡방을 공개했고, 버닝썬과 경찰과의 부적절한 유착 정황이 포착됐다. 한국을 넘어 국제 범죄 조직인 ‘삼합회’과의 관계도 언급됐다.

이후 공개된 이른바 ‘승리·정준영 단톡방‘에 나온 ‘경찰총장‘이라는 직급은 경찰과의 유착을 의심케 했으며, 이들의 단톡방을 통해 수많은 불법촬영물이 유포된 사실이 알려졌다. 12월 말 현재, 정준영과 최종훈 등은 징역을 선고받았고 국민적 관심도 2월 당시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었으나 각종 범죄가 복잡하게 얽혀든 ‘버닝썬 스캔들’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3월: 유일한 증인?

ⓒ뉴스1

돌연 ‘윤지오‘라는 이름은 이슈의 핵이 됐다. 자신을 ‘故 장자연의 성추행 피해를 증언했던 동료 배우‘, ‘유일한 증인‘이라고 소개하며 얼굴을 드러낸 윤지오는 ”지난 10년 간 신변 위협을 받았다, 장자연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원하던 사람들은 윤지오에게 응원을 전했다. 후원금을 보냈고, 그녀에게 무례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분노했다.

하지만 이 응원은 오래가지 못했다. 박훈 변호사가 김수민 작가의 법률대리인으로서 윤지오를 고소한 것이다. 박 변호사는 윤지오의 발언을 검증해야 한다며 ”오히려 윤지오의 증언 때문에 장자연 유가족들이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패소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윤지오는 갑자기 나타났듯 갑자기 캐나다로 떠나 버렸다. 3월의 영웅이었던 그녀는 현재 사기와 명예훼손 등 여러 건의 고소·고발을 당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4월: 人災

ⓒ뉴스1

17일 오전 4시 25분, 42세의 안인득은 경남 진주시 가좌동 LH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초등학생과 장애가 있는 여고생, 70대 노인과 여성 등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신상이 공개된 안인득은 취재진 앞에서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했다”며 횡설수설했다. 안인득은 조현병 환자였다.

유족들은 이 사건을 ‘국가기관이 방치해 벌어진 인재’라고 표현했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안인득의 위협적인 행동을 인지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안인득의 국선변호인 역시 ”저도 변호하고 싶지 않지만, 이 불행한 사건의 책임을 오로지 피고인 한 명에게 묻고 끝낸다면 제2, 제3의 피고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안인득에겐 사형이 선고됐다.

 

5월: 3000만큼 사랑해♡

ⓒ마블코믹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개봉하자마자 134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개봉 영화 중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인기만큼 스포일러는 치명적이었다. 영화 시작 직전 화장실에 갔다가 ”그런데 아이언맨...”이라고 시작되는 이야기를 들어버린 관객도 있었으며 학생의 일기장을 검사하다 결말을 알아버린 초등학교 교사도 있었다. 홍콩에서는 영화 결말을 스포일러해버린 남성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구글에 ‘타노스‘를 검색하고 건틀렛을 클릭하면 검색 결과가 사라지는 재미있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이에 2019 한국 인기 검색어 종합 1위에는 ‘타노스’가 오르기도 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3000만큼 사랑해‘라는 명대사는 알게 될 정도로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인기는 엄청났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최종 관객수 1393만6064명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영화 관객순위 5위에 랭크됐다.

 

6월: 고유정

ⓒ뉴스1

36세 여성 고유정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씨를 살인한 사건은 사건의 잔혹성으로 이슈가 됐다. 160cm의 여성이 180cm가 넘는 남성을 살해했다는 것이나 제주~완도행 여객선 항로를 따라 시신을 일부 바다에 유기한 것, 신상 공개가 확정된 후에도 머리카락과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얼굴을 공개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고 말한 점 등 여타 살인사건과는 다른 점도 많았다.

고유정은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전 남편을 만나기 전 제주의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세제 등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고유정의 의붓아들이 지난 3월 갑작스럽게 ‘의문사’를 당한 점도 밝혀졌다. 고유정의 현 남편은 고유정이 아들을 살해한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아직 고유정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지만, 고유정의 말과 달리 계획 범죄라는 증거가 제기되고 있다.

 

7월: 날강두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유벤투스는 7월, 한국을 방문해 K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팀K리그‘와 친선경기를 펼쳤다. 앞서 세계적인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출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관중들은 호날두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비싼 티켓을 끊었다.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호날두 팬사인회는 취소됐고, 유벤투스는 킥오프 시간을 넘긴 8시 4분에야 경기장에 도착했다. 경기는 예정보다 50분 늦게 진행됐다. 그리고 호날두는 단 1분도 뛰지 않았다. 이후 유벤투스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이 K리그 관계자에게 경기 시간을 줄이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고 경기를 취소하겠다고 발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경기 당일 입장권을 구매한 관중들과 연맹은 주최사 더 페스타 등을 상대로 하는 민형사상 소송에 나섰다. 그야말로 ‘날강두’라는 표현이 적당한 사건이었다. 

 

8월: NO JAPAN

ⓒ뉴스1

과거에도 독도를 둘러싸고 일본과의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불매운동이 진행되긴 했으나, 중간에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번 불매운동은 달랐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가)’ 철회 여부 결정을 앞두고 더욱 화력을 얻었다. 불매운동 초반, ”한국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 소비자들의 분노를 키웠던 유니클로의 매출은 8월 들어 30% 가량 급감했고, 수입맥주 부동의 1위였던 일본 맥주의 경우 아예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일본 여행도 줄었다. 불매운동 시작 한 달 사이 일본 노선 여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고, 신규 예약은 최대 70%까지 줄었다. 일본 매체들도 ”서일본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에 공들이는 지자체가 많아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등 관련 보도를 내놨다. 8월 한달만큼 뜨겁진 않지만, 일본 맥주 수입이 ‘0’으로 줄어드는 등 ‘NO JAPAN’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9월: 뜻밖의 삭발 릴레이

ⓒ뉴스1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조 장관 딸의 ‘부정 입학’ 의혹이나 일가의 ‘사모 펀드’ 의혹이 청문회에서 제대로 해소되지 않아 국민 여론도 양분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 가운데 야당에서는 뜻밖의 ‘삭발 대잔치’가 벌어졌다. 시작은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었다. 조 장관이 임명된 이튿날인 10일 오전, 이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흘리며 삭발을 진행했다.

삭발의 열기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으로 옮겨 붙었다. 이 의원의 뒤를 이어 박인숙 한국당 의원이 삭발 투쟁에 동참한 것이다. 이후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삭발식을 진행했으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강효상 한국당 의원 등도 머리를 밀었다. 19일에는 5명의 한국당 의원이 한꺼번에 머리를 밀었다. 다만 조국 임명 찬반 의견을 막론하고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나경원 원내대표의 삭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10월: 이춘재

ⓒ뉴스1

한국 3대 미제사건 중 하나로 여겨졌던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이 33년 만에 특정됐다. 1994년 1월 저지른 처제 성폭행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해 온 이춘재였다. 처음에 혐의를 부인했던 이춘재는 가석방에 대한 기대가 꺾이자 살인사건 외에 30여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사실을 자백했다.

진범 확정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이 재조명되는 한편,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 간의 복역을 마친 윤모씨는 재심 청구 의지를 밝혔다. 윤씨는 경찰이 강압적으로 자신을 범인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명칭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바꾸고, ‘8차 사건’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담당 경찰관과 검사를 정식 입건했다.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 등이다.

 

11월: 설리와 구하라

ⓒ뉴스1

그룹 f(x) 출신 설리가 떠난 지 한 달 만의 일이었다. 생전 설리와 절친한 사이였던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 달 사이 두 명의 여성 아이돌 스타가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연예계와 인터넷에서는 추모와 반성의 글이 쏟아져 나왔다.

가디언은 ”설리는 브라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밖에 나가 술을 마시고 나이 많은 남성을 이름으로 불렀다는 이유로 악플의 희생양이 되었다”며 ”구하라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의 ‘리벤지 포르노 협박 사건‘으로 법정 싸움을 벌였다. ‘순수해 보이는 동시에 성적 대상으로도 느껴져야 한다’는 K팝 스타의 불문율을 어겨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어떤 분석과 비판에도 그들이 세상을 떠난 사실은 변하지 않고, 다른 연예인을 향한 악플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12월: 가로세로연구소

ⓒ뉴스1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가수 김건모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건모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었으나 강 변호사는 ‘피의자 김건모, 죄명:강간’이라고 크게 적힌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후 가세연은 김건모의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는 한편, ”굉장히 유명하고 바른생활을 하는 이미지”의 연예인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앞에서 음란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재석이 ”저는 물론 아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자, 가세연은 ”우리가 언제 유재석이냐고 했냐”면서도 ”파란 모자를 쓴 유재석은 좌파”라고 주장해 역풍을 맞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세연‘을 폐쇄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가세연’은 부정적인 이유로 12월의 화제가 됐다.

비교적 부정적인 이슈가 많았던 한 해였다. 각종 범죄를 총집합한 ‘버닝썬스캔들‘과 故 장자연을 이용해 후원금을 착복했다는 논란의 ‘윤지오 사건’, 연달아 신상 공개가 결정된 안인득과 고유정, 이춘재의 자백으로 드러난 80년대 당시 경찰 수사의 강압성, 한 달 차이로 연달아 세상을 떠난 아이돌 스타들...

그럼에도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분명히 있었다. 2020년에는 조금 더 좋은 기운이 12개월을 채워주길 기대하며, 독자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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