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2월 19일 10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2월 19일 17시 03분 KS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

트럼프는 역대 세 번째로 탄핵된 미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US President Donald Trump arrives at W. K. Kellogg Airport as 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debates his impeachment on December 18, 2019, in Battle Creek, Michigan. (Photo by Brendan Smialowski / AFP) (Photo by BRENDAN SMIALOWSKI/AFP via Getty Images)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J. 트럼프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8일(현지시각) 하원에서 가결됐다. 앤드루 존슨(1868년), 빌 클린턴(1998년)에 이어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다.

이날 하원은 상정된 탄핵소추안에 대해 토론을 벌인 뒤, 탄핵소추안에 담긴 두 건의 탄핵 사유를 각각 표결에 부쳤다. 의결권이 있는 전체 의원 435명에서 공석(4석)을 제외한 431명 중 과반이 넘는 230명이 첫 번째 탄핵사유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197표였다. 두 번째 탄핵 사유에 대해서는 찬성이 229표, 반대가 198표였다.

민주당 탈당 및 공화당 입당을 예고했던 제프 밴 드류(민주당, 뉴저지) 의원은 두 번 모두 반대표를 던졌고, 콜린 피터슨(민주당, 미네소타) 의원도 두 건 모두 반대표를 행사했다. 

털시 개버드(민주당, 하와이) 의원은 두 번 모두 찬반 대신 ‘출석’에 표를 던졌고, 재러드 골든(민주당, 메인) 의원은 첫 번째 탄핵 사유에 대해서만 찬성표를 던졌다. 두 건 모두 공화당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없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예상대로 큰 무리 없이 하원에서 가결됐다. 대통령직 박탈(파면) 여부는 이제 상원 탄핵재판을 거쳐 결정된다. 파면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는다.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하원의 고유 권한이다.

Mark Wilson via Getty Images
WASHINGTON, DC - DECEMBER 18: U.S. President Donald Trump walks toward Marine One prior to his departure for a campaign event in Battle Creek, Michigan, December 18, 2019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Today 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is scheduled to vote on the two impeachment articles against President Trump today. (Photo by Mark Wilson/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권한남용(abuse of power)과 의회방해(obstruction of Congress)를 탄핵 사유로 적시했다

권한남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인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혐의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구하고, 수사 착수를 ‘발표’하도록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게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라는 음모론에 대한 수사도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같은 자신의 요구를 실행하도록 압박하는 과정에서 의회가 승인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9100만달러의 군사 지원금과 백악관에서의 양국 정상회담을 ‘대가’로 제시했다. 탄핵소추안은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외국 정부를 미국 대선에 개입시키려 한 것이며, 따라서 ”국가를 배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Jim Bourg / Reuters
A copy of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articles of impeachment resolution that Democrats hope to use to impeach U.S. President Donald Trump is seen after being drafted by House Judiciary Committee Chairman Jerrold Nadler (D-NY) and released in Washington, U.S. December 10, 2019. REUTERS/Jim Bourg

 

의회방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조사라는 의회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조사를 맡은 위원회들이 소환장 발부를 통해 정부 부처 및 기관에 요청한 자료들의 제출을 가로막았다. 또 소환장이 제출된 전·현직 행정부 관료 등 핵심 증인들에게 조사에 불응할 것을 지시했다.

탄핵소추안은 ”공화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도 탄핵조사에 대한 전적인 저항을 지시하거나 ‘(헌법상 탄핵사유인) 중범죄 및 비행’을 수사할 하원의 역량을 그토록 철저히 방해 또는 지연시키려고 시도한 사례가 없었다”고 적시했다. 

또 ”이러한 직책 남용은 대통령 자신의 반복된 비위행위를 은폐하고, 탄핵 권한을 (의회로부터) 탈취 및 통제하는 역할- 따라서 하원에 단독으로 부여된 핵심적인 헌법적 보호장치를 무력화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적시됐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보위원회와 외교위원회, 정부개혁감독위원회는 9월말부터 탄핵조사를 벌였다.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인물로 알려진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진 뒤의 일이다. 내부고발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7월25일자 통화, 그리고 일부 내용을 은폐하려 한 백악관 관계자들의 행위를 폭로했다.

탄핵조사는 이 통화와 관련 상황에 대해 잘 아는 전·현직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비공개 청문회공개 청문회를 실시했다. 상당수 핵심 증인들이 소환장에 응하지 않았으나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대가(quid pro quo)’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원 정보위는 이번달 초 탄핵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 행위를 입증하는 ”압도적인” 증거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탄핵조사가 종료됨에 따라 법사위원회는 탄핵소추안 작성에 착수했고, 헌법학자 등을 증인으로 불러 추가 청문회를 실시한 뒤 표결을 통해 탄핵소추안을 채택했다. 

Tom Brenner / Reuters
Committee Chairman Jerome Nadler (D-N.Y.) speaks to a congressional staff member during a brief recess, as the House Judiciary Committee holds its markup of articles of impeachment against U.S. President Donald Trump on Capitol Hill in Washington, U.S., December 12, 2019. REUTERS/Tom Brenner

 

공화당은 탄핵조사 내내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처음에는 탄핵조사 착수 절차에 결함이 있다는 주장을 폈으나 법원은 이를 일축했다. 그러자 공화당 의원들은 탄핵조사에 출석한 증인들이 ‘전해들은 말‘에서 획득된 간접적인 증거 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요구한 것들은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탄핵 시도는 2016년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이라는 논리도 펼쳤다.

하원 탄핵조사의 자료 제출 및 증인 출석 소환장에 응하지 않았던 백악관은 법사위 청문회 출석 요청도 끝내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백악관은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이 ”무모한 권한 남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부당하고 매우 당파적이며 반헌법적인 탄핵 시도”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거듭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하원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에 보낸 6쪽짜리 서한에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 개시 선포”로 규정했다. 또 그는 ”이 탄핵은 250여년에 이르는 미국 입법 역사상 필적할 것이 없는 전례 없고도 반헌법적인 민주당 의원들의 권한 남용”이라고도 했다. 

이제 상원은 탄핵재판을 벌여 파면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67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파면된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53명)를 차지하고 있으며 민주당과 무소속은 각각 45명, 2명이다. 공화당 의원 20명이 가세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파면된 사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