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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일본 1000엔 동전의 미스터리에서 부동산 사기의 냄새가 난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허프포스트의 일본판의 기자 안도 켄지는 17일 ‘일본국 천엔’(日本国 千円)이라 각인되어 있는 동전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기사를 발행했다. 논픽션 작가이기도 한 안도 기자가 이 동전의 수수께끼를 찾아 나선 건 지난 10월 14일 트위터에 올라온 두 장의 사진 때문이다. 

이날 트위터에는 동전의 앞뒷면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갑자기 생각이 나서 찾아봤는데, 우리 집에도 수수께끼 동전이 있다”라며 ”‘일본 천엔‘이라 쓰여 있는데 이런 기념주화는 존재하지도 않고 뒷면에 각인된 ‘무츠오가와라 국가석유비축기지 개발사업’으로 검색해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다. 정체불명이라는 얘기”라고 밝혔다.  

일본에 천엔짜리 동전은 없다. 천엔이면 한국 돈으로 만원 쯤의 가치를 지닌다. 1만원의 가치를 지닌 화폐를 동전으로 만들었을 리가 없다. 기념주화라면 소관 부서인 재무부에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안도 기자가 취재한 결과 ”그런 동전은 없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누가 만들었는지, 무슨 목적인지, 사용은 할 수 있는지, 도대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 이 동전은 대체 뭘까? 안도 씨는 트위터 계정의 주인을 직접 만났다. 

안도 기자가 도쿄 도내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만난, 트위터에 동전의 사진을 올린 ‘하리쟌 피라노’ 씨는 2009년 도쿄도 내의 복지와 관련된 비영리법인의 일을 맡아 하고 있을 때 동전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하리쟌 씨는 당시 지요다구에 있는 노인의 이사를 도와줬는데, 오래된 동전이 다량으로 나왔다고 한다. 당시 이 노인은 오래된 동전을 고물상에 가지고 가 팔았는데, 이 동전만은 고물상에서도 사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리쟌 씨는 이후 노인에게 이 동전을 받아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 동전의 크기는 일본의 주화 중 가장 고액인 500엔짜리 보다도 훨씬 크다. 올림픽 메달보다는 훨씬 작지만 웬만한 동전보다는 확연히 크다. 아래 사진 오른쪽이 통용되는 500엔짜리다.

미스터리 동전
미스터리 동전 ⓒ安藤健二

특히 앞면에는 시모키타반도(아오모리현 북동부에 있는 반도)가 그려져 있고, 그 위로 아오모리현의 새인 백조가 나는 모습이 있으니 아오모리 현에서 발행한 것인 줄 알았으나 아오모리 현 관계자는 ”현에서 이런 메달을 발행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재무부는 ”일본에서 발행한 화폐 중엔 없다”라며 ”천엔의 가치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뒷면에는 ‘무츠오가와라 국가석유비축기지 개발사업’이라 적혀 있으나 무츠오가와라 석유비축공사 측 역시 ”당사가 발행한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가 아버지의 유품에서 찾았다는 이 기념주화의 박스에는 ‘무츠오가와라 국가석유비축 개발건설사업‘이라는 문구와 ‘아오모리현’ 그리고 ‘기념’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분명히 아오모리현이나 무츠오가와라 석유비축공사에서 만들었을 것 같은데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하니 미스터리다.

안도 켄지 기자(그는 논픽션 미스터리 물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는 국가나 공사 쪽에 기록이 남지 않고 이런 기념 주화가 만들어질 가능성 있는 스토리를 찾아냈다. 

참고로 무츠오가와라 석유비축공사 개발사업은 아아모리현의 롯카쇼무라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석유 콤비나트(여러 생산부문이 근접 입지하여 형성된 기업의 지역적 결합체) 건설 프로젝트를 말한다. 쉽게 얘기하면 일본에서 대규모 석유 비축을 위한 공장을 아오모리현을 중심으로 여기저기에 짓기로 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건 1987년 5월 10일 아사히신문의 도쿄판 기사다.  

핵연료 사이클 기지 등의 국가 개발 사업 계획을 아오모리현 무츠오가와라 지역의 부동산 판매 선전에 악용해 이 지역의 삼림을 높은 가격에 팔아치우는 수법으로 간사이 지역에서만 40억엔의 피해가 발생했다. - 아사히신문 1987년 5월 10일 기사 중 일부

즉 당시에 일부 부동산 사기꾼들이 ‘이 지역에 국가 개발 사업이 시행되니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다‘라며 쓸모없는 삼림을 비싼 가격에 팔아 치웠다는 얘기다. 안도 기자는 당시에 이들이 석유비축공사나 핵연료 사이클 기지 등이 건설될 계획이라며 실제로는 개발 범위에 들어가지도 않는 땅을 10배에서 30배의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도 기자는 ”수수께끼의 메달에는 ‘무츠오가와라 석유비축기지개발 기념‘이라고 쓰여 있다. 즉 완공 전에 발행된 주화라는 얘기”라며 ”부동산을 이런 방법으로 팔아 이윤을 내던 업체가 ‘석유 기지가 (곧) 완성되고, 기념주화도 나와요’ 등의 말을 늘어놓으며 이 주화로 피해자를 속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증거는 없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한편 허프포스트 JP의 안도 켄지 기자는 ‘봉인 작품의 수수께끼‘라는 논픽션 책의 저자기도 하다. ‘봉인 작품의 수수께끼’는 수십 년 전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DVD나 디지털 형태로 복각되지 않고 묻힌 이유를 찾는 내용이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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