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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훔친 아버지와 국밥 사준 경찰이 헤어지며 나눈 대화

A씨를 용서한 J마트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 이진우
  • 입력 2019.12.16 14:45
  • 수정 2019.12.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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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을 참다 못해 열두살 아들과 함께 마트에 들어가 우유와 사과를 훔치다 붙잡힌 34세 아버지 A씨, A씨를 용서하고 생필품을 지원한 마트 주인, A씨를 훈방 조치 하며 A씨 부자를 국밥집에 데려간 경찰관, 마트에서 A씨 부자를 멀찍이서 보고는 현금을 챙겨 준 익명의 회색 옷 남성.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따뜻한 이 사연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A씨 부자에게 국밥을 사준 이재익 경위가 속한 인천 중부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이 경위에 대한 칭찬글이 끊이지 않았다. A씨에게 무료직업 교육을 하겠다는 사람도 나타났고, 작게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글도 계속해서 올라왔다. A씨를 용서했을 뿐 아니라 생필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J마트에 대해 ”한 번 혼내주러 가야겠어요”라는 글도 넘쳤다. 실제 J마트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J마트에서 식료품을 구입한 뒤 A씨 가족에게 전달해달라는 손님들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익 경위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해 들려주었다. ”쑥스럽다”는 이유로 인터뷰 요청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는 이 경위는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는 경찰관들 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더 좋은 선행을 하는 경찰관들이 많습니다”라면서 ”그분들한테 제가 죄송한 거죠. 쑥스럽고요”라고 말했다. 

이 경위는 출동 당시의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마트로부터 절도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보니 아버지와 아들이 울면서 잘못을 빌고 있었다. A씨가 우유 등을 가방에 주섬주섬 담고 있던 곳 바로 위에는 CCTV가 있었다. A씨는 지병이 있어서 땀을 흘리면서 몸을 떨고 있었다. 이 경위가 A씨에게 왜 그랬냐고 물으니 A씨는 ‘배가 고파서 훔쳤다’고 대답했다. 이 경위는 ”배가 고파서 훔쳤다는 말은 저희들한테는 범행 동기에 해당이 되거든요”라면서 ”저희가 가족 관계, 직업, 소득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경위는 회색 옷을 입은 남성이 국밥을 먹고 있는 A씨 부자에게 현금봉투를 주고 갔을 때의 상황에 대해서도 말했다. CCTV를 백업해서 확인해보니 회색 옷 남성은 마트에서부터 사건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 이 경위는 ”(저희가) 국밥집으로 이동하는 것까지 확인을 하셨어요”라면서 ”그리고 식사하고 있는 도중에 와서 20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말없이 놓고 나가셨어요”라고 말했다. 이 경위에 따르면 A씨의 아들이 바로 쫓아가서 회색 옷 남성에게 봉투를 돌려주려고 했다. ”그 아들이 바로 쫓아가서 돌려주려고 했는데 (이 시민 분이) 그냥 말없이 뛰어가셨죠.”

A씨 부자에게 국밥을 사준 뒤 이들과 함께 근처 주민센터로 갔다는 이 경위는 ”아버지한테 근로 의욕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아버지는 굉장히 강력하게 의사를 피력하셨죠”라며 ”그런 내용도 사회복지사분한테 말씀드리고 지금 이분의 건강 상태와 부합하는 일자리가 있는지. 상담을 하고 최대한 노력을 해 보겠다는 그런 확답을 듣고 왔죠”라고 말했다. 

이 경위는 A씨 부자와 헤어지며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김현정 앵커가 ”그 아버지가 혹은 아들이 헤어지면서 뭐라고 말 남긴 건 없나요, 경위님한테?”라고 묻자 이 경위는 ”가면서 고맙다는 말씀하셨죠”라고 대답했다. 이 경위는 이어 ”제가 아버지한테 신신당부한 게 하늘이 주신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봉양하고 두 아들 양육하는 데 꼭 보탬이 되는 곳에 사용했으면 좋겠다. 신신당부를 했거든요”라며 ”이행이 되는지 제가 한번 지켜볼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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